소성리 할매들의 절규를 들어주세요
별고을 성주의 아름다운 밤하늘은 복잡했던 우리네 일상의 번거로움에 아랑곳없이 고요하기만 합니다. 그런 하늘을 한 없이 올려다보며 저 자신 존재의 의미를 생각해 봅니다. 스스로 부여한 소명의식과 자신감으로 좌충우돌(左衝右突)하며 세상의 부질없는 것들에 쏟았던 많은 시간을 되돌아봅니다.
그렇게 또 소성리의 밤이 가고 있습니다. 부디 별스럽지 않은 아침이 되기를 바라는 지극히 소박한 꿈을 꾸며 말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이곳 소성리 일상은 무너졌고 사람들은 불안해졌으며 하늘과 땅은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수시로 날아다니는 헬기 소리만 들어도 벌떡 일어나 마을 앞 도로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날마다 울리는 마을 방송 사이렌 소리는 가슴을 벌렁이게 합니다.
어젯밤 이곳은 말 그대로 전쟁터였습니다. 겨우 몇 십 명에 불과한 마을 주민들과 종교인들을 포위한 8,000여 명의 경찰은 무지막지한 폭력으로 늙은 할매들을 몰아붙이고 원불교 교무들을 짓밟고 천주교 미사 중인 제대를 탈취하고선 방패로 찍어 누르며 소성리 마을 앞길을 겹겹이 둘러친 뒤에 미군 차량과 무기들을 골프장 안으로 집어넣었습니다.
성주와 김천으로 통하는 모든 길은 통제되었고 마을 주민들의 움직임까지도 감시하고 제어하는 계엄령 상태였습니다. 그렇게 세상과 고립된 성주, 김천 그 안에 소성리는 경찰이 마을 골목까지 모든 길을 차단했습니다. 이런 대대적인 작전이 있던 26일 새벽에 미군은 유유히 비웃음을 날리며 소성리를 짓밟고, 성주, 김천을 짓밟고 한반도를 짓밟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모른 체 대한민국은 새벽을 맞고 아침이 되었습니다.
저는 남김천IC 아래에서 경찰에 붙잡혀 속절없이 미군 무기인 사드 장비들은 바라보는데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 무시무시한 무기들이 소성리를 깔아뭉개고 올라가는 동안 경찰들은 할매들의 머리채를 잡아끌고 맨몸으로 항의하는 주민들과 교무들과 신부들을 질질 끌어냈습니다. 아침이 오후처럼 느껴지는 날이었습니다. 차마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인사를 할 수도. 눈을 마주치지도 못해서 괜히 딴청을 부리는 사람들에게 말이라도 걸면 눈물이 쏟아져 내릴 것 같았습니다. 모두 허탈한 마음을 어찌하지 못하고 망연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결국 저는 고립된 소성리의 아픔을 세상 모든이들에게 알리고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리기 위해 광화문광장에 나앉기로 했습니다. 이것이 더 좋은 길인지, 더 옳은 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더 나은 길을 찾지 못했지만 절박한 우리들의 목소리를 이렇게라도 내봐야만 하기에 다시 올라갑니다. 소성리 진밭교 앞 천막 교당은 그대로 동지들에게 맡겨 두고 저희는 광장의 시민을 향해 또 나아갑니다.
그래서 소성리 할매들의 절규(絕叫)가 조금이라도 세상에 전달되고 소박한 일상을 되돌려 드리고 그래서 이 땅의 평화가 만들어 지기를 진심으로 기도하겠습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우리들의 평화를 관심으로 지켜 주시고 천만배 평화 행동의 몸짓으로 함께해 주기를 간절히 호소합니다.
<사진 뉴스앤조이 제공>
글 강해윤 원불교 비대위 교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