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하는 임대료 가격도 주택시장에 하나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시드니의 한 건축 현장에서 근무하는 스튜어트 앤더슨(Stuart Anderson. 사진)씨는 소유자가 계속 임대료를 인상, 몇 년 전 부득이하게 형의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됐다고 말했다.
임대료 스트레스 갈수록 높아져... 40-50대 평생 세입자 증가
시드니의 한 건축 현장에서 빌더(builder)로 일하는 스튜어트 앤더슨(Stuart Anderson)씨의 한 주(week) 수입은 약 800달러이다. 올해 45세인 그는 매릭빌(Marrickville) 소재의 한 임대주택에 거주하다가 임대료가 오르자 이를 감당하지 못해 몇 년 전 부득이하게 저렴한 곳으로 이사를 가기로 결정했다.
그가 옮긴 곳은 파라마타 인근 라이들미어(Rydalmere)에 위치한 그의 형 집으로, 한 주에 250달러의 임대료를 내고 있다. 독립된 주거지를 임대할 경우 주 600~1000달러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에 이 방법은 주거비를 아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그는 “주택 구입을 위한 보증금(deposit)을 모으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임대 시장도 가격경쟁으로 매년 상승하는 임대비는 임차인들에게 이중고를 안겨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주택 임대시 발생하는 장애물은 또 있다. 그는 “혼자 사는 싱글(single)일 경우 임대주택 경쟁에서 선택받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부동산 중개인들은 커플이나 아이가 있는 가족을 선호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이어 “보증금(bond)으로 6개월치 임대료를 한꺼번에 미리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며 소득의 60% 이상을 지출해야 하기에 차라리 방 하나를 임대하는 것이 낫다”고 덧붙였다.
임대료 상승 지속
세입자 부담도 늘어나
앤더슨씨처럼 임대료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임차인은 호주 전역에 수천 명에 이르고 있다. ‘임대료 스트레스’(Rental stress)는 주거지 임대로 소득의 3분의 1 이상을 지출할 때 발생한다.
ABC 방송은 지난 주 금요일(28일), 앤더슨씨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계속되는 임대료 상승이 주택시장에 또 다른 문제를 안겨주고 있다고 전했다.
임대주택 검색 웹사이트 ‘Rent.com.au’가 올해 4월 진행한 임대 감당수준(rental affordability) 관련 조사 결과, 2천명 이상의 임차인들(53%)이 임대료로 소득의 1/3에서 절반을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의 30%가 극심한 임대료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으며, 50% 이상이 소득의 절반을 임대료로 지출한다는 답변이었다.
‘Rent.com.au’의 그렉 바다르(Greg Badar) 대표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임대료 문제에 대해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주 임대료로 소득의 상당 부분을 날리는 셈”이라며 “1년 전과만 비교해 봐도 임대료가 지나치게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이 회사가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광역시드니의 평균 임대료는 550달러로 호주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브리즈번의 경우 메트로 구간 평균 임대료는 420달러로 임대료 수준 2위를 기록했으며, 멜번(400달러), 퍼스(360달러), 애들레이드(340달러) 순이었다.
설문조사에서 60%의 임차인들은 임대료가 너무 높게 책정됐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응답자의 70%는 “임대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답변했으며, 내 집 장만에 관심이 없고 임대한 주택에서 사는 것에 만족한다고 답변한 응답자도 이전보다 증가한 13%를 기록했다.
최근 호주의 주택 임대료 가격이 현저하게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시드니가 가장 크게 올랐다.
장기 임차인들의 고통,
이들 문제에도 주목해야
바다르씨는 “지금까지 주택구입 능력에 관한 담화는 모두 첫 주택구입자들의 주택시장 진입에 관한 내용에 집중됐다”며 “지속적으로 임대주택에서만 생활하고 있는 임차인들의 상황도 주목해야할 이슈”라고 강조했다.
‘Rent.com.au’의 설문조사 응답자 중 40%가 40~55세였으며, 27%는 25~39세, 8%가 18~24세였다. 즉, 오랜 세월 내 집 마련을 이루지 못하고 임차인으로만 살아온 사람들이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바다르 대표는 “임대료 보조금이나 복지혜택과 같이 집을 장만하지 못하고 세입자로만 살아가는 사람들을 지원할 국가적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연방 정부의 임대지원 제도인 NRAS(National Rental Affordability Scheme)에 따라 제공되고 있는 공공임대주택인 사회주택(social housing)이 좋은 사례”라는 것이다.
그는 이어 “주 정부가 특정 직업군에 한해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는 제도를 확대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덧붙이면서 “연방 및 주 정부가 주택구입을 도우면 임대 시장의 수요가 하락하게 되고 소득이 적은 계층을 경제적으로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앤더슨씨도 “정치인들이 이 오랜 세입자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드니 밖으로 거주지를 옮기거나 타인의 도움이 없이는 주택구입 보증금을 마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가족이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지 않고 혼자서 보증금을 마련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는 그는 “국가 정책이 20대의 주택시장 진출을 돕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나이든 세대들에게 절망감을 안겨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