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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율 75.3%는 허상이다”

 

[i뉴스넷] 최윤주 발행인·편집국장 editor@inewsnet.net

 

 

제19대 대통령을 뽑는 재외국민선거가 뜨거운 열기 속에 막을 내렸다. 재외선거가 시작되면서부터 세계 곳곳에서 감동적인 스토리가 쏟아졌다. 
딸 내외가 운전하는 자동차에 몸을 실어 280km 떨어진 투표소까지 찾아온 101세 할머니, 왕복 19시간을 달려 제1호 투표자가 된 청년, 차로 왕복 24시간 거리가 부담스러워 당일 왕복 비행기로 투표소를 찾은 4인 가족 등 ‘한 표’를 향한 해외 한인들의 뜨거운 열정은 감동 그 자체였다.


생업마저 포기한 채 내 손으로 ‘좋은 대통령’을 뽑겠다며 달려온 해외 한인들의 투표 참여는 단순한 주권행사의 의미를 넘어 애국심이고 자부심이며 열망이고 감동이었다. 투표를 위해 몇 시간을 달려온 에피소드는 재외투표소에서 흔하게 벌어진 예삿일에 불과했다.
“민주주의는 국민에 의해서가 아니라, 투표하는 국민에 의해서 발전된다”는 진리를 확실히 보여준 ‘진짜배기’ 투표열정은 그렇게 6일간의 대장정을 성대하게 마무리했다.
한국의 주요 언론들과 각당의 관계자들 또한 재외국민들의 높은 투표율에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제19대 대통령선거에 참여한 투표인 수는 총 22만 1981명. 전 세계 116개국 204개 투표소에서 이뤄낸 75.3%의 투표율은 열악한 선거제도 하에서 이뤄낸 값진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 있다. 역대 최고의 재외국민 투표율을 축하하며 폭죽을 터트리느라,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만족할만한 결과를 냈다며 흡족해하느라, 자칫 잊고 넘어갈 수 있는 숨은 진실이 있다.


숨은 진실을 푸는 열쇠는 숫자다. 제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추산 재외선거인수는 197만 8,197명. 이 중 29만 4,633명이 유권자 등록을 마쳤고, 그 가운데 22만 1,981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찬사를 쏟아내고 있는 75.3%의 투표율은 유권자 등록을 마친 29만 4,633명을 기준으로 한 투표율이다.


그러나 전체 재외 유권자 197만여명을 기준으로 투표율을 계산하면 투표율은 11.2%에 불과하다. 샴페인을 터트린 75.3%에 빗대면 형편없이 초라한 성적이 아닐 수 없다.

 

등록 유권자 대비 75.3%의 참여율이 가진 의미는 크다. 해외 곳곳에서 한국인의 자긍심을 가지고 참여한 수많은 ‘한 표’의 개미군단이 이뤄낸 기적에 다름없다.

그러나 전체 유권자 대비 11.2%의 초라한 성적이 가진 의미 또한 매우 진지하다.


숫자로 교묘하게 가려진 거품을 거둬내고 엄밀하고 냉정하게 따지면 이번 재외선거의 투표율은 11.2%다. 197만 8,197명 중에 22만 1,981명만이 투표했을 뿐이다. 이것이 팩트다. 
현실을 직시하지 않은 채 ‘높은 투표율’ ‘뜨거운 투표 열정’만을 강조한다면,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힘들게 투표를 할 수밖에 없었는지, 197만여명이 넘는 한인들이 있는데도 왜 22만여명밖에 투표에 참여할 수 없었는지, 88.8%라는 절대 다수 유권자들은 왜 투표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눈을 감게 된다.

 

해외 한인들의 투표 열정은 뜨거웠다. 그러나 투표장을 향한 걸음은 너무나 힘겨웠다. 
투표장을 향한 해외한인들의 눈물겨운 여정은 그만큼 재외선거제도가 미흡하고 운영상에 문제가 산재해 있음을 반증한다.


투표율 75.3%라는 자화자찬에서 벗어나자. 실제 투표율 11.2%의 통계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투표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88.8%의 한인들이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것이 제19대 대통령 선출 재외선거가 남긴 교훈이고 새정부가 재외국민의 참정권을 위해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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