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김중산 칼럼니스트
지난 2014년 5월 8일, 원내수석부대표 임기를 마친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이 소회를 밝히는 자리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해북방한계선(NLL)을 포기한다는 말씀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발언을 했다. 윤 의원은 “국가 최고통수권자가 어떻게 영토를 포기할 수 있었겠느냐. 그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노 전 대통령은 NLL을 뛰어넘어 남포 조선협력단지, 한강 허브에 이르는 경제협력사업이라는 큰 꿈을 가졌던 것으로 사료된다”고까지 부언(附言) 했다.
집권당 핵심 실세로 “노 전 대통령은 포기라는 단어만 쓰지 않았을 뿐 NLL을 포기한 것은 사실”이라며 대야 공세를 주도했던 윤 의원의 뜻밖의 양심선언(?)으로, 노 전 대통령이 “NLL포기 발언을 했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이 새빨간 거짓말이었음이 재확인됐다. 색깔론으로 대국민 사기극을 벌였던 것이다. 그러나 2년여에 걸친 소모적인 NLL 논란에 대한 피로감 때문인지 당시 윤 의원의 발언은 언론과 국민의 주목을 그다지 받지 못했다.
대선을 앞둔 2012년 10월 8일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일 위원장에게 NLL을 포기하는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새누리당은 이를 쟁점화해 선거전에 적극 활용했다. NLL논란이 한창일 때 당시 새누리당 정우택 최고위원(현 자유한국당 대표권한대행)은 심지어 노 전 대통령을 “영토를 포기한 반역의 대통령”이라 부르며 이미 유명을 달리한 전직 국가원수를 부관참시(剖棺斬屍)하는 패륜적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 NLL포기 발언은 노 대통령이 아니라 김 위원장이 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문헌 의원 등은 “노 대통령의 NLL발언이 사실이 아닐 경우, 정치 생명을 걸겠다”며 “여기에는 의원직도 포함된다”고 공언했지만 정치적 책임을 지기는커녕, 지금껏 어느 한 사람 사과 한마디가 없다. 참으로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자들이다. 그랬던 자들이 이번에는 ‘송민순 회고록’을 쟁점화하고 나섰다. 하지만 NLL대화록 논란과는 달리 유엔 북한인권결의안과 관련한 송민순 회고록 논란은 이번 촛불대선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영향은커녕 오히려 시대착오적 종북몰이를 일삼는 자유한국당 등 가짜 안보 세력을 단죄하는 선거가 될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 대한 구여권의 색깔론 공세에 박지원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이 가세했다는 사실이다. 박 대표는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보다 북한에 먼저 가겠다”고 말한 데 대해 “굉장히 위험하고, DJ의 햇볕정책과 안보의 ABC도 모르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하지만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 김정일 위원장과 만나 우리 민족 내부 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하려 노력했던 김대중 대통령을 답습하는 것이 ‘왜 위험하고, 햇볕정책과 어떻게 배치되는 지’에 대한 언급은 단 한마디도 없다.
박 대표는 또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주적이 어디냐’는 질문에 문 후보가 답변을 머뭇거렸다. 그런데 엄연히 국방백서에는 주적이 북한으로 나와 있다. 즉 우리의 주적은 북한”이라며 “문 후보의 안보관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역사적인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줄곧 ‘햇볕정책 전도사’를 자임해온 박 대표가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자가당착(自家撞着)이 아닐 수 없다. DJ와 함께 평생 빨갱이 소릴 들으며 핍박받아 온 박 대표가 문 후보의 안보관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 또한 언어도단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
박 대표는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이 된 후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고 남북관계가 개선된다면 그때 초대 평양대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 북한을 섬멸해야 할 적국으로 규정하면서 바로 그 나라에 첫 대사로 가고 싶다니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박 대표 만큼은 북한을 향해 그따위 헛소리를 해선 안 된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계승한다면서 통일의 대상인 북한을 주적이라 부르고, 한반도 평화 구축에 백해무익한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 등 양두구육(羊頭狗肉)을 일삼는 국민의당은 분단 기득권에 안주하는 구여권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외세 의존적 반통일 세력으로 이번 촛불대선에서 반드시 준엄한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 글로벌웹진 뉴스로 칼럼 김중산의 LA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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