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_i뉴스넷_최윤주.jpg

 

새 정부에 바란다
 

[i뉴스넷] 최윤주 발행인·편집국장 editor@inewsnet.net

 


선거공약만큼 국민에게 친화적인 언어는 없다. 표심을 얻기 위해 포퓰리즘도 마다하지 않는 게 선거공약이다.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당과 후보들이 제각각의 공약을 발표했다. 선거 때만 반짝 등장하는 빛 좋은 개살구도 있고, 신속히 추진돼야 할 과제도 있다.

 

그러나 어찌된 게 재외동포 정책은 면밀히 뜯어보고 세심히 살펴봐도 각 당의 차별성을 찾을 수 없다.

지난 수년간 해외 한인사회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재외동포 전담기구가 약간의 차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재외동포청으로, 자유한국당에서는 재외동포처로, 국민의 당에서는 재외국민위원회로 이름을 바꿔 내걸리는 식이다.

 

한국의 정치권은 재외동포들을 끊임없이 글로벌 시대의 자산이라고 추켜세우지만 언제나 말 뿐이다. 일례로 1997년 설립된 재외동포재단을 동포청(처) 또는 동포위원회로 키우자는 논의는 이미 오래전부터 말만 무성할 뿐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해묵은 공약’이 된 지 오래다.

 

현재 해외 한인사회에서 시급한 현안으로 바라보고 있는 정책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재외동포 전담기구의 신설이다.

현재 정부조직법상 재외동포 정책은 외교부 장관이 종합 수립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총리실 소속 ‘재외동포정책위원회’가 동포정책을 심의·조정하도록 돼 있고, 실제로는 법무부(출입국) 고용부(노무) 보건복지부(입양) 선거관리위원회(재외선거) 병무청(병역) 등 11개 부처로 업무가 흩어져 있다.

이러한 체제로는 대한민국 인구의 15%에 달하는 재외동포정책이 제대로 시행될 수 없다. 분산된 힘을 한 곳으로 모아 재외국민과 한국간의 유기적인 협력을 이뤄내는 재외동포정책 전담기구가 절실하다.

 

두번째는 한인 2세들의 발목을 잡는 선천적 복수국적제도의 개선이다. 현행 국적법은 출생 당시 부모 중 한 명이 한국인이면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된다. 2016년부터는 부계주의에서 부모 양계주의로 확대 적용돼 혼혈인 2세까지 이에 해당한다.

 

이 법은 미주 한인 2세들이 공직이나 정치적 입문, 사관학교 진학, 경찰 및 소방관, 정보기관, 국공립 교사 등 신원조회가 필요한 모든 직종에 진출할 때 이중국적으로 인한 불이익을 낳게 된다. 더욱이 미국에서 태어난 남자의 경우 한국 호적에 흔적조차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태어날 때 부모 중 한 명이 한국인이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만 18세가 되는 해 3월 31일까지 한국 국적을 이탈하지 않으면 만 38세가 될 때까지 한국 국적 이탈이 불가능하다.

 

이 악법은 2005년 통과된 개정 국적법, 소위 ‘홍준표 법’에 기인한다. 원정출산과 병역기피자를 막는다는 명목이었지만 실제로는 20만명이 넘는 미주 한인 2세와 혼혈 2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밖에도 복수국적의 연령확대와 인터넷 투표제 도입, 해외 한인언론의 정부지원 확대 등의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

 

그러나 화급을 다투는 현안보다 선행돼야 하는 게 있다. 대한민국 정부가 규정하고 있는 재외동포는 누구이고, 새 정부가 수립하고자 하는 재외동포 정책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가장 근본적이고 기본적인 개념정리다.

 

대한민국 정부는 지난 수십년간 ‘글로벌 한민족’을 국정과제로 삼아왔다. 그러나 정작 세계 곳곳에 산재한 재외동포들을 위한 정책은 전무하다. 재외동포 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건 ‘국적’이라는 수도꼭지에 막혀 있기 때문이다.

 

현행 국적제도는 한국 내에서 이중국적을 악용하려는 이들에 대한 경계태세에 지나치게 치중하다보니, 해외에 거주하면서 실질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는 해외 동포들에게 거대한 족쇄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면서도 ‘한국계 미국인’의 성공사례는 늘 한국인의 자랑거리가 된다. 그들의 논리로 보면 엄연히 ‘외국인’인데도 말이다.

 

세계는 지금 국토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조건은 조금씩 다르지만 미국을 비롯해 영국과 프랑스, 캐나다와 러시아, 호주와 뉴질랜드, 이탈리아와 핀란드, 스위스 등의 나라가 이중국적을 허용하고 있다. 복수국적을 명시적 또는 암묵적으로 허용하는 국가는 전 세계에 80개국을 넘는다.

 

전 세계에 흩어진 한인 디아스포라의 힘이 ‘국력’으로 승화될 수 있는 세계화 시대에, 대한민국 정부는 ‘국적’이라는 수도꼭지에 막혀 엄연히 대한민국 사람인 글로벌 인재를 남의 나라에 뺏기고, 장차 세계의 중심이 될 한인 2세들의 국적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현재의 구조는 '잘 키워서 남 주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재외동포 전담기구의 설치, 선천적 복수국적 제도의 개선, 복수국적의 연령확대 요구 등 재외동포정책의 덜미를 잡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도 ‘국적’의 연장선상에 있다. 재외 동포들에게 ‘한국인’ 아니면 ‘외국인’이라는 흑백논리를 강요하는 한 그 어떤 재외동포 정책도 시대착오적인 방안이 될 수밖에 없다.

 

세계화의 움직임은 빠르고 거세다. 국적법 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세계화의 흐름이다.

해외 동포들에게 맹목적인 애국심만을 강조해 ‘한민족’임을 강제할 것이 아니라, 재외동포들이 각 나라에서 당당한 한국 국민으로 살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야 한다.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22만 1981명의 재외국민은 전 세계가 대한민국의 영토가 되어 발 딛고 선 땅 위에서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살아가길 바라는 절실함으로 투표함에 희망을 담아 넣었다. 재외한인들이 거주국에서 정치력과 경제력을 떳떳하게 쌓아가면서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긍심 또한 가슴에 새길 수 있도록 굳건한 글로벌 인프라를 구축해나가는 새 정부가 되길 기대한다.

 

 

>>> 더 많은 <최윤주 칼럼>을 보실 수 있습니다.

  • |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멍청한 세금 개편"...1%는 30만불, 서민은 1천불 혜택

    [국제칼럼] 근거 약한 세제개편안, 소득 불평등 더 악화할 듯 (페어팩스=코리아위클리) 박영철(전 원광대 교수) = "미국의 법인세율을 현행 35%에서 선진국 중 가장 낮은 15%로 낮추어 연 경제성장률을 3%로 올리고, 수백만 일자리를 창출하고, 몰락한 중소득층을 부활...

    "멍청한 세금 개편"...1%는 30만불, 서민은 1천불 혜택
  • 문 대통령과 수정해야 할 미 정부의 한반도 자세

    [시류청론] 문재인 정부, 민족 이익 무시하는 대미관계 수정 나서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1700만 촛불혁명은 대한민국 새 대통령에 문재인을 세우면서 바야흐로 결실의 길로 접어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적폐청산이라는 촛불혁명의 뜻을 받들어 그 ...

    문 대통령과 수정해야 할 미 정부의 한반도 자세
  • 대머리독수리 만나다(下) file

    우리 '국조'는 까치가 아니다   뉴스로=훈이네 칼럼니스트         독수리는 원래가 대머리 새다   무슨 말이냐구요? ^^   독수리가 수리과 새의 한 종류잖아요. 독수리는 ‘독’과 ‘수리’를 합친 말인데요. ‘독’이 대머리 독(禿)이라는 한자어랍니다. 그러니까 독수리를 ...

    대머리독수리 만나다(下)
  • 독수리둥지를 찾아갔어요(上) file

    '대머리 독수리' 명소 퍼킵시 공원   뉴스로=훈이네 칼럼니스트         오월의 셋째날, 독수리 탐방(探訪)에 나섰습니다.   오늘 목적지는 뉴욕주 더치스카운티 퍼킵시(Poughkeepsie)에 있는 보우두인 파크(Bowdoin Park)입니다. 퍼킵시는 맨해튼 그랜드센트럴터미널에...

    독수리둥지를 찾아갔어요(上)
  • 국가 청렴도는 정부 정직성에 달렸다

    대선에서 정치인들은 공약 신중히 해야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유니버시티 교수) = 독일에 본부를 둔 국가 청렴도 조사 기관이 있습니다. 아마도 세계에서 공정성을 가장 신뢰 받는 조사기관일 것입니다. CPI라고 불리는 이 기관은 매년 170 여 ...

    국가 청렴도는 정부 정직성에 달렸다
  • 자녀를 대학으로 떠나 보낼 때

    [엔젤라 김 교육칼럼] 부모는 마음 준비와 함께 실질적 필요 채워줘야 치열하고 길기만 했던 대학 지원 과정이 끝나고 입학할 학교를 거의 결정한 12학년 학생들의 부모님들은 이제 가을에 자녀를 떠나보낼 준비를 슬슬 시작해야 하겠습니다. 물론 학교에서 집으로 등하...

    자녀를 대학으로 떠나 보낼 때
  • 미국 영주권자의 해외 여행 안전한가? file

    [이민법 상담] 입국 가절 사유 없으면 겁낼 필요 없어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위일선 변호사(본보 법률자문) = 최근들어 영주권자 신분을 가진 분들로 부터 한국 혹은 외국으로 여행을 하고자 하는데 미국에 귀국을 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인지를 염려하는 문의 전화를 ...

    미국 영주권자의 해외 여행 안전한가?
  • 문재인시대, 한러관계의 새로운 발전을 기대하며 file

    뉴스로=김원일칼럼니스트     러시아에서 가장 큰 국가기념일은 5월 9일로 2차대전 승전기념일(勝戰紀念日)이다. 뜻 깊은 러시아의 국경일에 한국에서는 대통령 보궐선거가 진행되어 문재인 후보가 비교적 큰 득표율로 무난히 당선되었다.   필자는 이같은 우연의 일치가...

    문재인시대, 한러관계의 새로운 발전을 기대하며
  • 새정부에 바란다

      새 정부에 바란다   [i뉴스넷] 최윤주 발행인·편집국장 editor@inewsnet.net   선거공약만큼 국민에게 친화적인 언어는 없다. 표심을 얻기 위해 포퓰리즘도 마다하지 않는 게 선거공약이다.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당과 후보들이 제각각의 공약을 발표했다. ...

    새정부에 바란다
  • 문재인 대통령께 당부드립니다 file

    싸드 원점논의 등 7가지 당부   뉴스로=김태환 칼럼니스트         우리의 운명이 다시는 남의 손에 결정되지 않도록 차위 후보를 크게 앞서 국민 대다수의 선택으로 정의롭게 새로운 대통령으로 당선되신 것을 전 세계에 있는 한 겨레와 함께 축하드립니다.   대내적으...

    문재인 대통령께 당부드립니다
  • 전주영화제를 다녀와서 file

    영화산업의 적폐청산과 다양성을 외치는 영화인들   뉴스로=클레어 함 칼럼니스트         그간 미국과 독일에서 신문사, 영화제, 제작등 다양한 활동을 해온 나는 오랜만에 예술영화들의 메카라 불리는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올해로 18회는 맞는 전주영화제는 역대 ...

    전주영화제를 다녀와서
  • 새정부는 사드 도입과정 확인하고 관련자 엄벌하라

    미국에 충성(?)하는 한국관리들   뉴스로=김태환 칼럼니스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배치한 사드 값으로 10억 달러를 한국이 지불해야한다고, 한번도 아니고 두번이나 강요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없는 한국 정부는 사드 배치 협의 때 미군이 시설을 도입 운용...

  • 추한 정치꾼 참된 정치인 file

    2017년 5월 9일 새역사 이루자   뉴스로=소곤이 칼럼니스트     “형같은 사람은 정치하면 안돼요..”   오래전, 잘 알고지내던 사회 후배 하나가 한 말이다. 내가 정치하겠다고 한 적도 없는데 웬 뜬금포냐 싶었다. 그 후배는 정치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결국은 정치인이 ...

    추한 정치꾼 참된 정치인
  • 황용주 논문 ‘통일론’ 공작 필화

    [필화 70년: 28회] 박정희 절친의 '중립화 통일론'…야당 의원까지 동원 ‘반공법 공세’ (서울=코리아위클리) 임헌영 교수(민족문제연구소장) = 황용주(南天 黃龍珠·1918~2001) 필화사건만큼 분단사의 치부를 알몸으로 보여준 예는 드물다. 박정희와 대구사범 입학(1932년...

    황용주 논문 ‘통일론’ 공작 필화
  • 가짜 안보 세력을 심판하자 file

    뉴스로=김중산 칼럼니스트     지난 2014년 5월 8일, 원내수석부대표 임기를 마친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이 소회를 밝히는 자리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해북방한계선(NLL)을 포기한다는 말씀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발언을 했다. 윤 의원...

    가짜 안보 세력을 심판하자
  • 32화 운명의 12월 12일 file

    반란의 똥별들 30경비단에 모이다   뉴스로=이계선 작가     김복동이 가버리자 전두환은 서둘렀다.   “지체할 시간이 없네. 12월 13일이 코앞에 와있어. 12월 6일 동지들을 장세동대령이 단장으로 있는 경복궁 30경비단으로 모이게 하세. 그 자리에서 정승화제거 전략을...

    32화 운명의 12월 12일
  • “투표율 75.3%는 허상이다” file

        “투표율 75.3%는 허상이다”   [i뉴스넷] 최윤주 발행인·편집국장 editor@inewsnet.net     제19대 대통령을 뽑는 재외국민선거가 뜨거운 열기 속에 막을 내렸다. 재외선거가 시작되면서부터 세계 곳곳에서 감동적인 스토리가 쏟아졌다.  딸 내외가 운전하는 자동차...

    “투표율 75.3%는 허상이다”
  • 북 신형미사일 공개… 트럼프 “김정은 만나겠다”

    [시류청론] 백해무익한 사드, 차기 정부가 철수시켜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1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내가 그(김정은)와 함께 만나는 것이 적절하다면, 틀림없이 그렇게 할 것이다. 그를 ...

    북 신형미사일 공개… 트럼프 “김정은 만나겠다”
  • 미국과 중국의 줄다리기, 어디로 쏠릴까 file

    서로 경제적 도움 필요, 영향력 우위 두고 치열한 경쟁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미국과 중국은 세계 1-2위 경제국일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있어서도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민감한 외교적 입...

    미국과 중국의 줄다리기, 어디로 쏠릴까
  • 길바닥에 떨어진 달러를 주으라? file

    [이민생활이야기] 허세 부리지 않는 이민생활로 노후를 살자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 = 나는 지난 칼럼에서 박정희 장군이 3군단 포병 단장 시절에 작전참모였던 오정석 중령이 한 말을 적었다. 오 중령은 "박 장군은 포트실에서 정말로 배운 것은 포술학 보다는 ...

    길바닥에 떨어진 달러를 주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