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토) 당선을 확정지은 후 지지자들과 함께.
[인터뷰] 성영준 | 캐롤튼 시의원 당선자
인종차별 겪으며 새긴 다짐,
달라스 이민역사에 새 장 열다!
[i뉴스넷] 최윤주 기자 editor@inewsnet.net
1977년 초등학교 5학년때 미국에 와 힘든 학창시절을 이겨낸 소년 성영준은 성장하면서 축구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9학년때부터 학교 대표팀에서 활동하며 주장으로서의 리더십까지 보였지만 당시 그가 겪은 인종차별이라는 거대한 벽은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감독이 바뀌면서부터 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팀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골을 많이 넣었어도 상을 받지 못했고, 시합을 떠날 때 저만 남겨두고 버스를 출발시킨 적도 있었죠.”
그 때부터였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아버지의 말씀은 그의 가슴에 ‘각오’와 다짐’으로 새겨졌다.
쟁쟁한 경쟁자 상대로 이룬
기적같은 승리와 지워지지 않을 기록
소년 성영준이 미국 땅에 발을 디딘지 정확히 40년이 된 2017년. 그의 이름 석자가 달라스 한인 이민 역사에 새 장을 열었다.
2017년 5월 6일(토), 그가 이뤄낸 기적적인 기록은 무려 세가지다.
북텍사스 한인 커뮤니티 최초의 시의원, 캐롤튼 시 최초의 아시안계 시의원, 캐롤튼시 역대 최다 득표자. 달라스 한인 이민역사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기록이다.
정확히 1,500표 차이. 첫번째 도전에서 875표, 두번째 선거에서 1,397표를 받았던 그가 1,500표 차이로 당선됐다. 총 득표수는 캐롤튼 시의원 선거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인 4,113표.
루이스빌과 덴튼에서 시정활동 경험이 있는 쟁쟁한 경쟁자를 상대해서 이룬 기적적인 득표였다.
두번의 낙마를 겪은 터라 또다시 좌절할 수도 있다는 위로를 스스로에게 되뇌었던 그 날, 그는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지난 3년간 쉼없이 달려왔던 시간들이 주마등같이 지나갔다. 출사표를 던지며 어깨에 짊어맨 모든 짐들이 한 순간에 솜털처럼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이렇게 큰 차이로 이길 줄은 몰랐다. 지지자들과 함께 선거결과를 기다리며 득표수를 확인할 때는 지난 선거의 실패가 떠올라 정말 가슴이 조마조마했다”다고 회고한 성영준 당선자는 “조기투표에서 868표로 앞선 것을 확인하는 순간, 당선을 확신했다”고 전했다.
본선거 개표가 시작된 후 가슴을 위축시켰던 조바심은 이내 심장이 터질 것 같은 희열로 바뀌었다. 당선은 일찌감치 확정지었다. 그러자 함께 한 지지자들의 관심은 득표수와 표 차이에 집중됐다.
밤 11시를 훌쩍 넘긴 시간, 마지막으로 득표수를 확인하자 4,112표였던 숫자가 4,113으로 바뀌었다. 1,499표 차이에서 1,500표 차이로 마지막 방점을 찍은 것.
장내는 축제를 방불케 했고, 성영준 당선자의 얼굴에서는 웃음과 울음이 떠나지 않았다.
“고생과 부담을 모두 내려놓은 기분이었다. 홀가분한 마음 한 켠으로 묵직한 자신감이 몰아쳤다. ‘할 수 있다고 믿으면 모든 게 가능하다’는 감동이 벅차 올랐다.”
기적같은 득표수 뒤에 숨은
성영준의 피땀어린 노력
결코 쉽게 이룬 결실이 아니었기에 감회가 남다른 건 당연한 일.
북텍사스에서도 보수적인 도시로 유명한 캐롤튼시에서 역사상 가장 많은 득표수를 자랑하는 득표수를 올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한결같은 성실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 3년간 성영준 당선자의 하루는 새벽 4시부터 시작했다.
캐롤튼 시에서 손님이 가장 많은 곳으로 손꼽히는 도넛샵 2곳을 정해 매일 출근하듯 방문했다. 새벽부터 오전 10시~11시까지 도넛샵을 찾는 손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환담을 하며 자신을 알렸다.
도넛샵의 손님이 뜸해지면 캐롤튼 시니어 센터로 향했다.
그 곳에서 지역 원로들과 카드놀이도 하고 마작도 하며 그들의 목소리에 경청하고 그들의 삶에 귀를 기울였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던 백인 노인들의 옛이야기가 그의 귀에 못이 박히도록 전해질 즈음, 성영준 후보는 어느새 지역 노인들의 친근한 친구가 되어 있었다.
시니어 센터를 나선 후에 그가 향한 곳은 캐롤튼 올드 다운타운이다. 캐롤튼에 오랫동안 터를 닦고 살아온 지역유지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생동적이었다.
다운다운 가게들의 불빛이 하나둘 꺼질 즈음 새벽 4시에 시작된 그의 일과도 함께 마무리됐다.
도넛샵에서와 마찬가지로, 시니어센터의 노인들처럼, 다운타운의 사람들도 그에게 인사했다.
“내일 또 만나요.”
그렇게 쌓은 3년의 시간이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한국인의 자긍심으로 일할 것”
그에게 표를 던진 사람들은 말했다.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성실한 자세에 감동했다”
“그의 진심이 통했다”
수많은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성영준 당선자의 뇌리에 박힌 한 마디는 “Time to Change”라는 말이다.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공청회가 열렸던 날, 그에게 다가온 지역 유지가 지지의사를 표명하며 던진 이 한마디에 그는 승기를 확신했다고 전한다.
한인사회의 응원과 격려도 큰 힘이 됐다. 투표 전 날 만난 한국인 목회자는 직접 그를 잡고 기도를 하며 그의 당선과 선전을 염원하기도 했다는 그는 “내 심장에는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인”이라며 ‘한국인’의 자긍심을 높이는 시정활동을 약속했다.
달라스 한인사회가 처음으로 배출한 한인 시의원 성영준은 오는 16일(화) 취임선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시의원 활동에 들어간다.
그의 목표는 텍사스 주지사. 캐롤튼 역대 최고의 득표수를 이룩하자 벌써부터 각 당의 러브콜이 쇄도하다. 시의원으로서의 출발보다 앞으로의 행보다 더 주목되는 이유다.
[i뉴스넷] 최윤주 기자 editor@inewsne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