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후보 아들병역면제에 관하여

 

뉴스로=소곤이 칼럼니스트

 

 

문재인정부의 첫 번째 시험대는 이낙연 총리후보다. 국회의원 4선에 전남도지사 재선의 경력에 비춰 그의 능력과 경륜은 의심할 바가 없다. 인사청문회에서 도마에 오를만한 문제들은 상속재산 지각신고와 아들 병역면제다. 이전 보수정권 후보들에 비하면 이건 문제라고 할 것도 없다.

 

상속재산 지각신고는 1991년 상속받은 부친의 재산을 17년간 안하다가 2008년 뒤늦게 신고했고, 2000년 국회의원 당선 이후에도 8년간 공직자 재산신고에 누락(漏落) 했다는 지적이다. 이 후보측은 "부친이 사망한 뒤 모친이 해당 논(전남 영광군 법성면 용덕리 565평)에서 농사를 계속 짓고 있어서 뒤늦게 상속 사실을 알게 돼 재산신고가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또 "국회 윤리위원회는 재산신고 누락의 경우, 가액 2000만원 미만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 삼지 않고 단순실수로 인정해 자체 종결 처리하는데, 누락한 논의 가액이 2000만원에 미치지 못해 주의조치를 받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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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총리후보 www.ko.wikipedia.org

 

 

뒤늦게 상속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부친이 사망하면 부인과 자녀에게 법정상속이 이뤄진다는 것은 상식인데 그걸 모르냐고 갸우뚱하지만 바쁘게 살다보면 그럴 수 있다. ‘어머니 재산으로 생각해서 염두에 두지 않다보니 신고가 늦어졌다’고 이해할 수 있는거 아니냐.

 

이후보는 그래서 당당하다. 국회의원시절이던 2013년 2월 박근혜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겸 재경부장관 현오석 후보에 대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납세사실증명’을 확인한 결과 현오석 후보자의 장남이 후보 지명 다음날인 18일 2009년 귀속분에 대한 증여세 485만원을 납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9년에 냈어야 할 증여세를 4년이 지나서야 뒤늦게 납부한 것”이라고 비판한 것도 그때문이다.

 

장남 병역면제? 이것도 알고보면 미담이다. 이후보의 장남은 대학 1학년인 2001년 8월 신검을 받아 3급 현역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같은 해 12월 운동을 하다 어깨 탈구(脫臼)가 발생했고, 2002년 2월 세브란스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이 후보 아들은 2002년 3월에 입대할 계획이었으나 수술 회복을 위해 입영연기를 신청했고, 같은 해 4월과 5월, 2차례에 걸쳐 재검을 통해 ‘재발성 탈구’로 5급 판정, 병역 면제가 됐다.

 

이것만 보면 군면제를 고의로 노렸다고 봐도 할 말이 없다. 왜 하필 신검 직전에 수술했냐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이후보, 회심(會心)의 카드를 꺼냈다. 아들을 입대시켜달라고 병무청에 보낸 탄원서를 15년간 고이 보관하다가 전격 공개한 것이다. 총리실은 12일 보도자료에서 "자녀의 병역에 어떠한 문제도 없음을 밝힌다"며 "아들을 군대에 보내려고 병무청에 탄원서를 보낼 정도로 국방의 의무 이행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나도 탄원서를 읽고 감동 받았다.

 

탄원서(2002년 5월 10일)에서 그는 "자식이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자식도 그럴 마음이 추호도 없다"며 "(아들이 병역 의무를) 수행하지 못하면 저와 제 자식은 평생 고통과 부끄러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현역이 어렵다면 공익근무요원으라도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많은 네티즌들은 “자식 군대 보내 달라고 탄원서 쓰는 아버지!!!”, “와우 멋지시다”, “탄원서까지 제출하다니 솔직히 내가 아들이었으면 아버지 미웠을 듯”, “자유당에서 이렇게 자식을 군대보내려고 애쓴 아버지가 있을까?” 라며 호의적이다. 당연하다.

 

일부 네티즌은 “아들 군대보낸 맘으로 볼 때 이상합니다. 이해하기가 그렇네요.”, “군대 보내려고 애썼다는 증거자료 만든 것 아니냐” “탄원서를 쓴 것보다 지금까지 탄원서를 보관하고 있다는게 놀랍다”는 비판한다.

 

참 세상을 삐딱하게 본다. 왜 아름다운걸 아름답게 못보는지..

 

습관성 어깨탈구는 체중과다, 체중과소, 고도근시 등과 함께 신검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병역면제 사유중 하나다. 알고보니 두드러기였던 황교한 대행의 ‘만성담마진’처럼 희귀한(?) 병명과는 달리 군대가는 남자들에겐 상식에 속하는 면제사유라는 뜻이다.

 

이후보의 아들은 현재 정신과 의사로 근무하고 있다. 일반인도 잘 아는 병역면제사유로 군대를 회피할 리가 없다. 탄원서에 따르면 이후보 아들은 고2에 재학중이던 1999년 12월 스키장에 놀러갔다가 다른 사람과 부딛쳐 어깨가 처음 탈구됐다. 빠진 어깨를 맞춘 후 병원 응급실에 가서 정밀검진 소견을 받았지만 고3을 앞두고 얼마나 바쁜가. 별다른 통증도 없고 학업에 바빠서 병원에 갈수 없었다. 이후 오락실에서 펀치볼을 휘두르다 어깨가 빠지는 등 세차례나 탈구됐지만 본인이 응급처치하고 별다른 통증이 없어서 부모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다. 부모의 심려를 끼치지 않으려는 효자가 아닐 수 없다.

 

이 후보 아들은 2001년 8월 징병검사에서 군의관에게 어깨 탈구 사실을 말했지만 진단서가 없어 반영되지 않았다. 군대 빠질 마음이 있었다면 종합병원 진단서를 갖고 갔을텐데 이것만 봐도 현역에 대한 의지가 남달랐음을 알 수 있다. 부비동염(축농증)으로 3급판정을 받은게 아쉽지만 현역가는데는 걸림돌이 없었다. 룰루랄라~ 현역 입대다..휘파람 불며 2002년 3월 입영날짜도 받았다. 그런데 하늘도 무심하지... 입영을 3개월 앞둔 2001년 12월 31일 청천벽력(靑天霹靂)의 사태가 발생했다. 운동을 하다 또 어깨가 탈구된 것이다. 습관성 어깨탈구임에도 과격한 운동을 했으니 이후보 아들은 못말리는 운동마니아다. 통산 다섯 번째 탈구였다. 그런데 하필 이전까지 없던 통증이 이번엔 심하게 몰려오는게 아닌가.

 

서둘러 집근처 병원(서초동 정형외과)을 찾았다. 그리고 1월 7일 신촌세브란스 병원에 갔다. MRI 검진을 받은 것은 일주일 뒤인 1월 14일. 왜 불안한 징조는 틀리지 않는지 의사는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냈다. 그런데 또 문제가 발생했다. 수술날짜가 한달도 더 지난 2월 19일이 된 것이다. 환자가 너무나 많이 밀렸기때문이다. 입영이 3월 18일인데 하루라도 빨리 수술해야 회복후 훈련소에 들어갈게 아닌가. 남들 같으면 국회의원 빽 써서 수술 날짜 앞당길 수 있었겠지만 그런 부당한 짓은 절대 할 수 없는 부모의 심정이 새까맣게 타들어갔을 것 같다.

 

결국 3월 9일 수술 관련 서류를 들고 병무청을 찾아가 입영연기 신청을 했다. 탄원서에는 4월 9일 재검을 받았다고 했는데, 입영연기를 한건지 재검요청을 한건지 잘 모르겠다. 암튼 재검을 받았는데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을 들었다. ‘경갑관절 탈구’로 5급 병역면제를 내린 것이다.

 

5월 17일 정밀 재검을 받기로 했지만 이대로 갔다간 결과는 뻔했다. 국회의원을 하는 고위 공직자로서 아들의 병역면제는 치명적인 장애가 될 수 있다. 당시 이후보 마음이 얼마나 답답했을까. 1997 대선에서 대통령이 유력했던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가 아들 병역면제로 미역국 먹은 것을 보라. 나중에 큰 일 하려면 일체의 흠결(欠缺)이 없어야 한다.

 

‘이걸 어쩌나..그래, 병무청에 탄원서를 보내자. 군대를 가고 싶다는 애끓는 호소를 하면 보내주지 않을까, 정 현역이 안된다면 공익이라도 보내달라고 통사정하자. 신분을 안밝히면 개무시할수도 있으니 탄원서에 집권당(김대중정부)인 새천년민주당 국회의원 이낙연이라고 직업도 쓰고 말이지...’

 

국회의원의 이례적인 호소를 접한 병무청의 답변서(2002년 5월 20일)는 역시나 정중했다. 병무청은 "귀하 자녀의 병역의무 이행의 열의와 가치관은 전체 국민의 귀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병무행정은 오로지 법령에 의해서만 집행할뿐 병무인의 자유재량이 없다. 징병전담 의사의 의학적 전문지식에 따라 5급 판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고 “현역이나 공익근무요원 복무가 가능하도록 판정해 달라는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는 입장을 이해해달라"고 안타까워 했다.

 

엎질러진 물이지만 이낙연 후보의 대응엔 아쉬운 점이 남는다. ‘탄원서’란건 뭔가 억울한 일이 있을 때 쓰는거다. 제목을 ‘진정서’로 하고 주위 친구와 친지들, 가능하다면 길거리에서 서명을 받아서 우리 아들 현역 판정 해달라는 많은 이들의 의지를 전달했어야 한다. 재검날짜도 여유있게 요청해 아들의 몸이 충분한 회복이 된 후에 받았다면 최소한 공익요원이라도 되지 않았겠냐 말이다. 그래도 면제판정이 나온다면 그때부터는 탄원서도 쓰고 일인시위도 하고, 언론에도 연락해 너무너무 군대가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어야 한다. 다들 군대 빼려고 혈안인데, 사회의 귀감(龜鑑)이 되는 주인공을 취재 안할 리 없다.

 

수술직후의 아들을 현역으로 보내달라는게 말도 안된다는걸 그도 알았을 것이다. 습관성 탈구인 사람을 억지로 군대보냈다가 유사시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지나? 본인은 물론, 동료 장병들의 안전, 나아가 부대의 전력에도 큰 해를 끼치는 일이다. 보통사람같으면 그냥 결과를 받아들이면 되지만 고위공직자인 그로선 향후 두고두고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군대 보내려고 이정도 노력했다는 증거라고 남기자. 탄원서와 병무청 답변서를 받아두면 나중에 분명 써먹을 일이 생길거다.. 이러한 준비성만 해도 박수보내야 한다..

 

어쨌든 이낙연 후보에게 심심한 위로 드린다. 고의로 저지른 일도 아닌데 뭐가 평생 부끄럽고 고통속에 산다는 말인가. 그런 표현은 군대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한 수많은 면제자들까지 비하하는게 된다. 사실 군대를 못가도 정말 미안하면 병역의무기간만큼 무의촌에서 봉사한다든지, 여러가지 사회봉사활동을 하면 되는게 아니냐. 과거 이회창 후보는 아들 병역면제로 대선에서 1차 미역국을 먹은후 아들이 상당기간 소록도에서 봉사활동 했다. 그러고도 대통령 재수해서도 떨어졌지만 말이다. 혹시 내가 미처 몰랐을수도 있으니 이후보 아들이 군대 못간 대신 봉사를 한게 있다면 꼭 연락해주기 바란다..

 

 

* 글로벌웹진 뉴스로 칼럼 ‘소곤이의 세상뒷담화’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cs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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