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이 부끄럽다"
뉴스로=김중산 칼럼니스트
김동길씨(연세대 명예교수)가 11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문재인에게 바란다”는 제하의 글에서 “앞으로 죽고 싶은 고비가 많을 것”이라며, “(하지만) 임기가 끝나도 절대 자살하지 말라”고 당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김씨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 “뇌물을 받았으니 자살해야 한다”고 주장해 물의(物議)를 빚은 바 있다.
김씨는 고인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에게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갓 취임한 대통령에게 잘하라고 덕담은 못할망정 ‘자살’ 운운 하다니 세상에 이 보다 더 고약한 악담이 또 있을까 싶다. 마치 문재인이 실패한 대통령이 되길 바라기라도 하는 듯한 뉘앙스로 들리니 하는 말이다.
퇴임 후 낙향하여 평범한 시골 농부로 살아가던 노 전 대통령을 죽이기로 작정한 검찰이 ‘포괄적 뇌물죄’란 올가미를 씌워 핍박하자 이에 모욕감을 느낀 노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한 달 전 “노무현씨가 국민에게 사과하는 의미에서 자살이라도 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렸던 김씨는 서거 후에도 또다시 고인을 능멸하는 글을 올렸다. 김씨는 “그의 임기 중 단 한 번도 그의 이름 다음에 ‘대통령’이란 한마디를 붙여본 적이 없다”며 “‘노무현’하고는 ‘대통령’이란 말이 뒤따라 나오지를 않았기 때문”이라고 썼다.
설혹 대통령이 자기 맘에 안 들어도 대통령은 엄연히 대통령이다. ‘체육관 출신’ 대통령 전두환이 대통령 자격이 있어 그를 “전 전 대통령”이라고 부르는 것은 아니다. 김씨가 고인에게 무례하게 군 것은 김씨가 인간적으로 덜 된 때문일 것이다. 사람이 아무리 아는 것이 많고 말을 잘하면 뭘하는가.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예의 범절조차 지킬 줄 모른다면 금수와 다를 바 없다.
나는 김씨가 1985년 4월 4일 ‘나의 때는 이미 끝났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른바 ‘3김 낚시론’을 느닷없이 들고 나왔을 때 이미 그를 알아 봤고, 미안한 말이지만 그 때부터 나는 그를 ‘김똥길’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당시 군사독재정권에 맞서 민주화를 위해 목숨 걸고 앞장서 싸운 야당 지도자는 미우나 고우나 김영삼, 김대중 두 김씨였다. 그런 양김을 향해 한가하게 낚사나 가라고 한 것은 결국 민주화 투쟁을 그만두고 정계를 떠나라고 요구한 것이다. “독재자 전두환 물러가라”고 외치는 대신 김씨가 과연 그때 누구 좋으라고 3김 퇴진 낚시론을 들고 나왔겠는가. 그후 김씨는 민정당 총재이기도 했던 전 대통령의 초청을 받고 민정당사에 가서 당원들에게 특강을 하는 은총(?)을 누렸다. 남달리 통이 컸던 전 대통령으로부터 사례비로 금일봉을 두둑히 받아 챙겼음은 물론이다.
김씨는 독재자 박정희와 전두환은 극구 상찬하면서 민주화를 위해 싸운 노무현을 향해서는 막말을 서슴지 않는다. 한국현대사를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역사로 규정하고 반칙과 특권이 없는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려 했던 노무현을 김씨는 왜 그토록 집요하게 미워하는 걸까. 민주주의를 유린한 10월 유신과 5.18 광주민중항쟁 유혈 진압에 대해 침묵하고, 친일 청산을 반대하는 등 역사인식에 문제가 있는 김씨를 나는 사이비 역사학자로 규정한다. 이는 내가 김씨의 이름 뒤에 박사나 (명예)교수 호칭을 붙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구나 전직 대통령을 “아무개 씨”라고 함부로 부르는 그에게 그 같은 호칭은 가당치 않다.
끝으로 김씨에게 당부한다. 얼마 안 남은 여생 천명을 기다리며 부디 조용히 살아가길 바란다.
* ‘글로벌웹진’ 뉴스로 칼럼 김중산의 LA별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