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부통령과의 네트워크 구축해야
뉴스로=노창현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미대선 전에 트럼프 당선은 물론이고 트럼프 탄핵까지 예언(?)했다면 나중에 돗자리 깔라는 소리를 듣게 될까요. 지난해 11월 8일 ‘트럼프가 한국에 기회다-미대선을 보는 또다른 시각’이라는 칼럼을 썼습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힐러리 클린턴의 낙승을 점쳤지만 저는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보았습니다. 대충 점친게 아니라 실제로 많은 미국인 유권자들의 표심을 목격(目擊)했기 때문입니다. '샤이 트럼프'라는 숨은 트럼프 지지자들도 꽤 있었지만 기존의 민주당 지지자중에서도 반 힐러리 정서를 가진 이들이 많기에 힐러리가 적어도 두자리수로 리드하지 않는한 여론조사는 신빙성(信憑性)이 없다고 봤습니다.
미국의 2016 대선은 한국의 2012년 대선과 엇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민주당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가 석패하고 힐러리 유세를 도왔지만 지지자들의 마음은 그대로 옮겨가지 않았습니다. 2012년 한국대선에서 진통 끝에 문재인 후보로 야권이 단일화됐지만 당시 안철수 지지자들이 투표를 포기하거나 제3의 후보로 선회(旋回) 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물론 한국과 미국의 상황을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안철수 지지자들 대부분이 문재인후보의 손을 들어줬더라면 국정원 등 정보기관의 조직적인 댓글과 부정개표설까지 고려하더라도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는 불상사는 없었을 것입니다.
어찌보면 미국은 한국의 뒤를 따라가는 것 같습니다. 박근혜의 당선이 ‘박정희 허상’에 사로잡힌 유권자들의 착각에 기인했다면 막말재벌에 불과한 트럼프에 가난한 저학력의 백인들이 자기들을 도울 것이란 환영(歡迎)에 사로잡혀 사상 최초의 아웃사이더 대통령을 뽑았으니까요.
트럼프는 박근혜마냥 정윤회 최순실의 기이한 조종자들은 없지만 그 자체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같은 성품이어서 곧 밑천을 드러낼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가 대통령이 되고나서 개과천선(?)하여 멋지게 국정을 돌볼 수도 있지 않느나는 실낱같은 기대도 없지는 않았지만 ‘다이아몬드 수저’ 물고 태어나 칠십 평생을 호의호식(好衣好食)하고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럼 없는 거침없이 살아온 그가 남(국민)의 맘을 헤아리고 남(국민)에게 머리를 숙이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막말과 기행, 정치철학이 부재한 대통령이 어떠한 혼란을 가져올 것인지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습니다. 박근혜는 세월호 7시간과 내부자고발(고영태), 결정적 증거(태블릿PC)가 결국 발목을 잡았지만 비선과 시스템이 공생했다는 점에서 사실 탄핵까지 가기는 쉽지 않은 케이스였습니다.
그에 비하면 트럼프는 대통령 본인이 조석(朝夕)으로 좌충우돌하며 싸지르는 문제들을 시스템이 치우느라 정신없는 형국입니다.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과 당혹감이 누적되다가 어느 순간 탄핵의 뇌관(雷管)이 발화 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미대선의 러시아개입설은 박근혜의 7시간처럼 트럼프의 멍에로 작용할 것입니다.
FBI 코미국장의 전격적인 해임은 당초 예상했던 탄핵 시나리오를 더욱 구체화 하고 있습니다.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코미 국장은 힐러리와 트럼프를 놓고 기막힌 줄타기를 했습니다. 두사람의 약점을 교묘히 건드렸던 그는 트럼프정부하에서 안위를 보장받는 듯 했으나 역시 트럼프는 기업가 시절의 습벽을 절대 버리지 못했습니다. 코미에 대해 간을 보는 척 하다가 전매특허인 “당신 해고야(You are fired!)”를 선언했으니까요.
기업이라면 기껏해야 해고소송을 대비하면 되는 것이고, 이 또한 미국 최고의 변호사들이 알아서 무마(撫摩) 하겠지만 대통령의 경우는 다릅니다. 당장 ‘워터게이트보다 심각하다’는 탄핵의 진단이 나오지 않습니까. 이미 탄핵 찬성 여론이 48%로 반대 41%를 앞서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트럼프가 탄핵을 두려워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안그래도 대통령이 된 후 사생활이 1분도 없다고 불평하며, 트윗질을 낙으로 삼고 있는 트럼프가 국민적 비난속에 정치적 해고절차(탄핵)가 무르익는다면 ‘대통령 때려치겠다’고 폭탄선언을 할지도 모르니까요.
요행히 이번 위기를 넘긴다 하더라도 독불장군(獨不將軍) 기질을 절대 버리지 못할 트럼프가 또다른 메가톤급 문제들을 촉발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래서 탄핵은 언제든 제기될 수 있고 두 번째는 그냥 넘어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칼럼에서 부통령 후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도 같은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입니다. 트럼프가 탄핵이 된다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대통령 직을 물려받게 됩니다. 트럼프 임기의 대부분을 채우게 된다면 그는 지난 삼선 당선후 3개월만에 급서(急逝)한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신 백악관 주인이 된 해리 트루먼처럼 대타 이상의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급기야 17일 폴리티코는 공화당 보수파에서 트럼프의 대안으로 펜스를 거론하고 있다는 내용을 싣는 등 ‘포스트 트럼프’의 기류를 구체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자, 우리는 지금 펜스 부통령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대통령이 바뀌면 모든게 바뀝니다. 좌충우돌 트럼프보다 공화당의 진정한 강경파인 그는 우리에게 더욱 까다로운 존재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설사 트럼프가 어찌어찌 임기를 마친다해도 펜스 부통령은 차기 대선의 유력 주자가 될 것입니다. 유력 대선주자와 관계를 맺어서 손해 볼 일은 전혀 없습니다. 지금 이순간 계속되는 예측불허의 트럼프 쇼에 헛웃음만 낼게 아니라 펜스가 어떤 정치인인지 면밀히 분석하고, 특별한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대비책을 세워놓아야 할 것입니다.
지난해 칼럼을 덧붙입니다.
트럼프가 한국에 기회다? (2016.11.8.)
美대선을 보는 또다른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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