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이계선작가
전쟁이 끝나자 논공행상이 벌어졌다. 반란군은 출세하고 진압군은 축출됐다. 12.12이후 대한민국의 군수뇌부는 이렇게 바뀌었다.
국방부장관 주영복, 육참총장 이회성, 육참차장 황영시, 수경사령관 노태우, 1군사령관 윤성민, 2군사령관 차규헌, 3군사령관 유학성.
진압군 총사령관 윤성민이 1군사령관이 된게 특이하다. 따지고 보면 윤성민이야 말로 전두환측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
“양측은 외곽부대의 서울진입을 안 한다”는 전두환 윤성민의 신사협정이 있었다. 속임수인줄 모르고 윤성민이 믿어주는 바람에 전두환이 맘 놓고 군대를 끌어들여 승리할수 있었던 것이다. 그게 전공(?)으로 인정되어 1군사령관이 된다. 후에 육참총장 대장 국방부장관으로 승승장구한다. 윤성민은 간도 쓸개도 없는 착한사람이다.
반란군의 전리품은 계속 불어난다. 반란 핵심세력만 추려본다. 괄호안의 먼저계급은 반란당시계급이고 다음은 반란후 전리품으로 얻은 출세계급이다.
전두환(소장-대장 대통령)
노태우(소장-대장 대통령)
허화평(대령-5공실세 국회의원)
허삼수(대령-5공실세 국회의원)
장세동(대령-대장 중앙정보부장)
이학봉(중령-5공실세 국회의원)
정호용(소장-대장 육군참모총장 국방장관)
유학성(중장-대장 중앙정보부장 국회의원)
황영시(중장-대장 육군참모총장 감사원장)
차규헌(중장-대장 교통부장관)
박희도(준장-대장 육군참모총장)
김진영(준장-대장 육군참모총장)
최세창(준장-대장 육군참모총장 삼군합참의장)
박준병(소장-대장 국회의원)
장기오(준장-중장 총무처장관)
박종규(중령-소장 말기암환자)
전두환대통령 7년, 노태우대통령 5년간 반란군의 졸개들은 대장 계급장까지 달고 부귀영화를 누렸다. 장충체육관에서 땅 짚고 헤엄치기로 대통령이 된 전두환은 국보위시절을 포함 8년동안 황제대통령의 권세를 즐겼다. 후계자로 밀어준 친구노태우가 출마할때는 직접선거였지만 당선됐다. 김대중 김영삼이 동시에 출마하여 싸우는 바람에 어부지리로 이긴 것이다. 전두환은 상왕으로 물러나 훈수정치를 즐기면서 섭정이 되겠거니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여소야대(與小野大)가 된 국회에서 “5공청산청문회”와 “광주5.18청문회”를 여는 바람에 전두환은 백담사로 유배를 떠나야했다. 백담사는 전기도 신문도 안 들어오는 설악산의 심산유곡에 있는 절간이다. 후백제의 늙은왕 견훤이 아들 신검에 의하여 금산사에 갇혀 유배생활을 했다. 전두환이 그 꼴이 됐다. 후계자로 뽑아준 친구 노태우에게 등이 떠밀려 백담사로 쫓겨 들어 간 것이다.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설악산의 겨울바람을 맞으며 전두환은 손수 군불을 땠다. 청와대에서 섬섬옥수로 금덩이만 만지던 이순자도 장작을 들고 다녀야 했다. 재래식 변소에서 일을 보며 지낸 백담사유배는 그래도 산사(山寺)의 낭만이었다. 2년 유배생활을 끝내고 돌아와 보니 이번에는 하나회척결이 기다리고 있었다. 1993년 김영삼은 대통령이 되자마자 하나회척결운동을 벌린다. 하나회의 별들을 모두 예편시켰다. 곧이어 5.18광주민주항쟁 학살범으로 전두환 노태우와 하나회를 법정에 세웠다. 12.12때 제멋대로 달았던 별들을 모두 박탈하고 이등병으로 강등시켜 제대시켜 버렸다. 금싸라기 같은 연금을 받을수 없게 만든 것이다. 전두환 노태우에게는 수괴급으로 사형언도를, 졸개들에게는 중형선고를 내렸다. 김대중 대통령의 사면으로 2년을 살고 출옥했지만 그들은 지금도 역사의 죄인으로 숨어살고 있다.
그래도 대한민국은 죄인천국이다. 2차 대전이 끝나자 프랑스정부는 적국 독일에 부역한 반역자 4만명을 처형했다. 그래야 역사가 바로서기 때문이다. 한국은 정반대다. 악인의 후손들이 잘살고 의인의 후손들이 고생하는 세상이다. 솜방망이로 때리는 시늉만 한 친일파후손들은 부모의 유산으로 잘 살고 있다.
김재규는 사형언도를 받은지 4일만에 처형당했다. 불법이다. 전두환 노태우는 사형언도를 받고 2년 만에 출옥하여 풀려났다. 불법이다. 사형을 무기징역으로 무기징역을 특사로 풀어 준 것이다. 집행하지 않는 법은 불법이다. 4일만에 집행하는 법도 불법이지만. 전두환 노태우는 부정축재가 들통 나 2천억원의 추징금을 물어내야 했다. 노태우는 거의 냈지만 전두환은 1700억이 밀려있다.
“나에게 남아있는 재산은 29만원뿐입니다”
맞는 말이다. 부정으로 긁어모은 수천억을 몽땅 자녀들에게 몰래 빼돌려놨기 때문이다. 내 이름으로는 남은게 없다. 배를 쨀 태면 째보라는 식이다.
대한민국의 법은 조무래기들에게는 일벌백계(一罰百戒)요 거물들에게는 백벌일계(百罰一戒)다. 월급쟁이들이 세금을 안내면 국세청이 달려들어 부과세(附課稅) 벌과세(罰課稅)로 추징한다. 수천억을 빼돌린 삼성가의 이재현회장에게는 뒤늦게 수사하는 시늉을 한다. 알 수 없다. 가난한 월급쟁이들은 마누라 몰래 돈을 빼 돌린다. 그래야 포장마차에라도 갈수 있기 때문이다. 돈이 차고 넘치는 재벌들은 왜 돈을 빼돌릴까?
논공행상이 꼭 해피앤딩으로 끝나는 것만은 아니다. 김오랑을 쏴 죽인 박종규의 경우가 그랬다. 박종규는 육사 24기, 김오랑은 25기. 계급도 박종규중령 김오랑소령. 박종규는 15대대대장 김오랑은 정병주사령관비서실장, 같은 특전사아파트에서 이웃으로 살았다. 12.12가 일어나기 며칠 전 박종규부부는 김오랑부부를 초대하여 저녁식사를 즐겼다. 더 이상 가까울 수가 없다.
그런데 12.12그날 밤 박종규는 1년후배 김오랑을 쏴 죽인다. 직속 사령관인 정병주는 총을 쏴 쓰러트린 후 체포한다. 김오랑은 박종규가 쏜 총알 여섯발을 맞고 죽어간다. 박종규는 아직 김오랑의 생명이 붙어있는데 병원으로 데려가지 않고 내버려뒀다. 총을 맞고 피를 흘리는 사령관을 개 끌듯 끌고 간다. 병원으로 가는게 아니었다. 악명높은 보안사 서빙고분실로 끌고 가는 것이다. 비정하다. 김오랑은 그렇게 죽었다.
박종규는 별을 달고 부귀영화를 즐겼다. 준장을 달더니 소장이 됐다. 좀 있으면 중장 대장이 되고 부귀영화는 더 높이 올라가겠지? 그런데 엉뚱한 일이 벌어졌다. 김영삼대통령이 하나회를 척결하는 바람에 소장에서 옷을 벗었다. 옷을 벗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말기암이 찾아왔다. 그래도 소장 연금이 나와서 넉넉했다. 그런데 뒤이어 5.18 광주 학살범으로 몰려 이등병으로 강등 당했다. 황금알을 낳아주던 소장 연금이 끊어져 버리고 알거지 무일푼이 돼 버린 것이다. 박종규 예비역 이병은 암병과 가난과 싸우느라 말이 아니었다. 아내는 동대문 시장에 나가 장사를 했다. 아버지가 고향선산을 팔아서 치료비를 보탰다. 그래도 말기암환자는 죽을 날만 기다려야했다. 가산만 탕진하고 고통당하다 끝내죽었다. 누가 탄식했다.
“아! 세상만사(世上萬事) 사필귀정(事必歸正)이요 새옹지마(塞翁之馬)인가?”
<계속>
* '김재규 복권소설'의 소설같은 사연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lks&wr_id=3
* 등촌이계선목사는 광야신인문학상 단편소설로 등단했다. 독자들은 등촌을 영혼의 샘물을 퍼 올리는 향토문학가라고 부른다. 저서로 ‘멀고먼 알라바마’ ‘대형교회가 망해야 한국교회가 산다’ ‘예수쟁이 김삿갓’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