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는 파리지앵들이 살아간다.
파리지앵들이란 파리에서 태어난 파리사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도처에서 삶의 터를 찾아 파리에 발을 딛고 자신의 삶을 일구며 살아가는 형형색색의 사람들을 말한다.
파리는 세계관광대국 1위를 차지할 만큼 볼거리가 넘쳐나는 곳이다. 이곳에는 고색창연한 도시의 얼굴이 다른 도시와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매력의 향을 풍기고 있기 때문이다.
지은 지 100여 년이 넘은 건축물들은 기본이고 3~400여 년 된 건물들이 도시 곳곳에 알알이 박혀있어 그곳을 지날 때면 지나온 역사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 어느 골목의 모습 하나 똑같은 곳이 없을 정도로 각양각색의 독특한 건축양식으로 오밀조밀 들어차 있다. 다양한 국적 출신의 사람들이 연대를 이루어 형성한 프랑스는 아름다움과 동시에 서글픔이 곳곳에 내재되어 있음을 엿보게 된다. 그들 혁명의 역사가, 인간의 자유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벌였던 무수한 단체행동과 시위가 그것을 말해 준다. 나는 파리의 이미지를 표현하기에 비구상 형식을 취하지 않고 구상의 형식을 통해 그 내면을 드러내고자 했다. 파리 그 본질이 갖는 지극히 섬세함과 미려한 요소들을 비구상 형식으로 표현해낸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것이라는 자각의 소산이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 그것은 파리에 대한 모독일 수 있다는 통렬한 깨달음에서 기인한 것이다.
“흔들릴지언정 침몰하지 않는다(fluctuat nec mergitur)” 이 라틴어의 문구는 1358년부터 프랑스 파리를 상징하는 말로 “Il est battu par les flots, mais ne sombre pas. 배가 파도의 비바람에 흔들리더라도 침몰하지 않는다”는 프랑스 사람들 말이다. 그들이 다국적 민족을 아우르고 살아가면서 풍파를 만나고 있지만 결코 쓰러지지 않는다는 그들의 에스프리를 반영한 말이다.
루브르 박물관, 뤽상부르 공원 그리고 에펠탑과 몽마르트 언덕 등 파리는 어떤 의미에서 시내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보석과 같다. 이러한 파리의 얼굴과 모습을 구상의 양식으로 그렸지만 이것은 사실화가 아니라 구상과 비구상이 함께 혼재해 표현한 작품들이다. 그러나 진정한 파리는 눈에 드러난 그 껍데기에 들어있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곳곳에 침윤되어 있다. 묵묵히 자신의 삶을 걸어가는 파리지앵들 표정 속에서 나는 그것을 읽었고 그것을 회화로 표현했다.
십 수년 전 파리에 정착한 이후, 나는 무수한 이방의 종족들을 만나 그들과 대화를 했고 그들이 파리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을 낳아준 조국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성찰하기 시작했다. 모국이 없이는 자신의 존재가 있을 수 없다는 자아 존재적 근원을 생각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조국에 대한 향수와 자신을 태동시켜준 애국 충정을 향한 본질적인 생각이 가슴 속에 강하게 움트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하여 더욱 극명하게 인식하게 되었다. 이러한 자아 정체성의 발현으로 조국의 독도를 한국인의 정체성과 그 상징적인 테마로 설정해 다양한 조형적 변용으로 독도의 의미를 시각예술로 표현한 작품들을 펼쳐 보임으로써, 한국인으로서의 긍지와 자기정체성을 고양시키고 정립시키고자 하며, 이번 출품작품에 나타나 있듯, 파리 정경이나 독도의 빛을 통해 모두가 통합과 상생의 길로 인도하는데 이 전시의 목적을 두고 있다.
<작업노트> 중에서, 정택영
전 시 명 : <정택영 초대전-빛의 향연>
전시주관 : 국회의원 민병두 의원
전시주제 : <빛의 향연 - 에펠에서 독도까지>
전시기간 : 5월 22일부터 26일까지
전시장소 : 국회의원회관 중앙홀 제2로비
【프랑스(파리)=한위클리】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