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에게는, 긴긴 방학 잘 놀고 지내다 개학을 앞두고 서둘러 곤충을 잡거나, 밀린 일기를 몰아 쓰며 허겁지겁 방학숙제를 끝내던 학창시절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 사람들에겐 이런 추억이 없을 것이다. 프랑스는 두 달에 한번 있는 2주 방학에는 책 한권 읽기, 2개월이란 긴 여름방학에는 아예 숙제가 없으니까 말이다.
하교 후 숙제도 5분에서 20분을 넘지 않는 간단한 숙제이고, 몇 년 전부터 초등학교에서는 방과 후, 삼십 분 동안 교사의 도움을 받아 숙제를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올 9월부터는 중학생들의 경우, 집에서 하는 숙제를 아예 없애겠다고 장 미셸 블랑케 교육 장관이 지난 5월 25일에 발표했다.
가족관의 불평등 해소를 위한 숙제금지
새로운 교육부장관, 장 미셸 블랑케(Jean-Michel Blanquer)는 올 9월부터 중학교에서 16시부터 18시 사이에 숙제를 하는 방안을 도입하겠다고 한다. 가족 간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으로 중학생들은 학교에서 숙제를 하고, 학생들은 집에서 자신에게 부족하다 싶은 공부를 하는 것으로 좀 더 자유로운 시간을 아이들에게 주기 위한 방침이다.
숙제금지에 대한 발표가 있자 학부모들의 찬반의견이 뜨겁다. 반대 의견을 하는 학부모들은 “집에서 자녀와 숙제하는 즐거움을 포기해야한다. 아이와 숙제를 같이하면서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수업은 잘 따라가고 있는지 알게 된다며, 숙제를 통해 부모들도 다시 복습을 하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했다. 반대 의견 중 가장 큰 한목소리는 숙제를 통한 복습은 학습능력을 올리는데 필요하다이다.
숙제금지에 찬성하는 부모들은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와서 아이들의 숙제를 봐주는 것은 어렵다고 했고, 혼자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는 아이가 하나도 아니고 두, 셋일 때 버거운 일”이라며 반가워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수학과 프랑스어는 학교에서 배우고, 집에서는 존중과 예의를 배우는 곳”이라고 하기도 했고, “우리는 회사에서는 일을 하고, 집에서는 일을 하지 않는데, 아이들은 왜 학교 공부의 연장인 공부를 해야 하느냐” 되묻는 학부모도 있다.
교육 관계자는 어느 가정은 형제나 자매, 혹은 부모가 도와주지만, 어느 가정은 전혀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집은 과외도 시키고 있다. 교육은 학교에서 책임지고, 아이들은 방과 후에 집에서 휴식의 시간을 취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며, 숙제금지는 평등 재확립을 위한 가치라고 했다.
관계자는 또한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숙제가 아닌 주제를 찾아 연구하고, 주말을 이용해 복습을 하는 방법을 찾아 낼 수 있을 것이다. 교육부에서도 빠른 시일 내에 방과 후 16시부터 18시까지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방법을 발표할 예정이다. 중요한 교육 원칙은 학생들이 지식을 습득하여 새로이 응용할 수 있게끔 해주는 것이다. 그들이 매일하는 숙제가 아닌 자연스런 발상으로 사고할 수 있게끔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고 덧붙였다.
현재 캐나다 퀘백, 독일의 몇몇 도시와 미국에서도 집에서의 숙제금지가 시행중이다.
【프랑스(파리)=한위클리】조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