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23일 저녁 7시 30분에 한국의 유명한 연극 ‘벽 속의 요정(LA FEE DANS LE MUR)’이 프랑스어로 재해석되어 무대에 올려질 예정이다. ‘벽속의 요정’은 한국에서 손진책 연출, 배삼식 각색으로 배우 김성녀가 1인 32역을 소화하는 명연기로 10년 째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다. 배우 김성녀는 생애 첫 모놀로그 연극에 도전했고, 프랑스 공연에서는 이자벨 이녜트가 도전한다.
한국과 프랑스 연극의 가교역, 이사벨 이녜트
이사벨 이녜트 (Isabelle Hignette)는 14세 때 부모와 함께 군포의 한 고아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오빠를 만나기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한 달간의 한국방문으로 그녀는 한국을 사랑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파리 7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했다. 한편으로는 Conservatoire d'art dramatique (연극/극예술 학교)에서 연극 공부를 3년 동안 병행했다. 석사과정으로 연극과를 선택해 공부하며 동국대학교 교환학생으로 한국에서 한국연극을 공부했다. 그녀는 한국의 전통연극이자 창극인 판소리에 관심을 가져, 남산에 자리한 국립극장에서 1년 동안 외국인을 위한 판소리 특별과정을 들었다. 학업을 마치고 프랑스에서 판소리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1년에 한 번씩 정기공연을 하며 연극, 동화, 웹툰, 시나리오 등 한불번역을 하는 일을 하고 있다.
‘벽 속의 요정’은 이자벨 이녜트가 한국의 연출가 중에 손진책 연출가를 가장 좋아해, 선택한 작품이다. 그녀는 프랑스에 그녀가 좋아하는 작품을 소개하고 싶어 직접 대본을 번역하고, 연출가와 기획자를 찾았다. 그리고 원연극의 2시간은 그녀에게 무리라 1시간으로 줄이고, 뮤지컬이 아닌 연극으로 모노드라마를 준비했다.
이자벨 아녜트는 한국을 좋아해 해마다 한국을 방문하며, 판소리 공연, 연극 등을 보며, 한국친구들과 즐겨 한국 음식도 먹고 소주도 즐겨 마신다.
그녀는 "프랑스인들에게 한국의 정서와 문화, 사회와 역사가 담긴 작품으로 접근하고 싶었다."며 "‘벽 속의 요정’을 통해 서양 문화가 사랑 받듯, 한국의 연극이 사랑 받기를 바라며, 한국의 판소리, 마당극, 창극, 현대연극 등도 관심받기를 원해 이 공연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한국 그리고 프랑스 속의 ‘벽속의 요정’
‘벽속의 요정’은 스페인 내 전쟁을 배경으로 쓴 일본인 후쿠다 요시유키의 희곡이다. 한국에서는 배삼식 작가가 6.25전쟁과 한국 배경으로 각색해 손진책 연출, 김성녀가 배역을 맡아 해마다 성공을 거두고 있다. 다시 프랑스에서의 공연을 위해 이사벨 이네트의 손을 거치면서 변화가 있지만, 결국 종교, 사상, 정체성 추구에 대한 보편적 이야기로 작품은 고스란히 원작이 살아남아 관객과 공감하게 된다.
‘벽속의 요정’은 6.25전쟁 후의 시대, 고생과 의심, 빈정거림을 받고, 속임을 당하면서도, 자유를 찾아가며 기쁨, 사랑, 나라의 변화를 마주하는 한 한국 가족의 이야기로, 한 여배우를 위해 만든 모노드라마이며 32개의 역할로 감동적인 나레이션, 경쾌한 음악과 정이 많은 대화로 사랑을 받고 있다.
‘벽속의 요정’ 연출은 엘로디 쿠데르 (Elodie Coudert)가 맡고 있다. 그녀는 연극연출 외에 영화관련 일을 하기도 하고, 바이올린을 가르치기도 하며, 파리 4 소르본(Sorbonne) 대학교에서 불어불문 고급교수 자격(Agrégation)과정에 있는 다재다능한 신진 연출가이다.
콩트르방(Contrevent)은 파리 12구 연극학교에 만난 젊은 연극쟁이들이 모여 2012년에 창단한 극단이다. 보편적이고 세계적인 다양한 외국 작품을 선택하고 번역을 해서 프랑스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연극뿐만 아니라 무용, 영상, 음악, 미술 등과 같이 다양한 예술을 섞고 독특한 작품들을 만들고 연출하는 극단으로 이번에 ‘벽속의 요정’을 공연하게 되었다. 프랑스 문화와는 거리 가 먼 한국 작품을 프랑스어로 프랑스 관객들을 위해 선보는 일은 이 젊은 극단에게 아주 즐거운 도전이다.
“LA FEE DANS LE MUR"
Compagnie CONTREVENT
Le vendredi 23 juin à 19h30
à la MPAA Broussais,
100 rue Didot, Paris 14ème
【프랑스(파리)=한위클리】조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