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보수 언론이 기를 쓰고 김상조를 반대하는 이유
(페어팩스=코리아위클리) 박영철(전 원광대 교수) = “언론 재벌들이 천사였다면 김상조 교수가 꼭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미국 4대 대통령 제임스 매디슨의 명언인 “사람들이 천사였다면 정부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를 한국의 최근 정치 현실에 비춰 패러디한 것이다.
▲ 필자 박영철 전 원광대 교수 |
지난 6월 2일부터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김상조 후보자의 인사청문 보고서가 야당, 특히 자유한국당(전 새누리당)의 집요한 반대로 열흘이 지난 지금까지 채택이 되지 않고 있다. 지난 12일에도 김상조 청문 보고서 채택이 세 번째로 무산되었다. 마침내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의 청문 보고서 채택 시한이 지난 13일 김상조 후보자를 공정거래위원장에 정식 임명했다.
오늘 칼럼은 한국자유당을 비롯한 야 3당이 이처럼 치열하게 김상조 후보자의 청문 보고서 채택을 반대하는 이유가 김상조 후보자가 주장하는 ‘언론 적폐’ 청산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를 검토하려 한다.
지난 2주 동안 보수성향의 주요 언론(조선일보 등)과 TV 방송(MBC 등), 종합편성채널(MBN 등)은 김상조 후보자의 청문 보고서 채택이 늦어지는 이유가 마치 후보자 본인과 부인, 아들의 불법행위나 자질의 결함에 관련된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현재 김 후보자에 관한 의혹은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배우자 부정취업과 탈세, 그리고 아들의 군복무 당시 보직 특혜 등 언뜻 듣기에는 엄청난 결격 행위인 것 같은 데,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를 뿐 아니라 김 후보자 본인의 설명으로 깔끔히 해명된 사실들이다. 오죽하면 지난 6월 8일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 사회 인사 498명이 “김상조만 한 사람 없습니다”라는 지지 성명서를 냈겠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자유한국당은 왜 이처럼 이를 악물고 반대하는가? 그 이유는 우선 다급한 데로 대선 패배 후 국민의 지지율 폭락으로 10%대로 떨어진 ‘당의 존재감’을 되살리려는 압박감에서 발생한다고 보지만, 이보다 더 현실적이고 급박한 이유는 김상조 위원장이 손대겠다고 공언한 재벌, 특히 언론 재벌 개혁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심 때문이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70여 년에 걸쳐 쌓아온 언론 적폐는 수도 없이 많지만, 그 중 대표적인 것은 다음 두 가지 형태이다. 하나는 공영방송과 정권 및 정당 간의 유착이고, 하나는 재벌 언론 본사와 신문사 지국 간의 ‘착취적’ 갑을 관계이다.
첫째, 언론과 TV 채널이 한국 민주화 발전과 국민 통합 과정에 끼친 가장 심각한 피폐는 ‘정언유착’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극심한 것은 ‘공영방송’과 정권 및 집권당 간의 유착이다. 정언유착이란 한 마디로 언론 매체가 ‘정부 입맛에 맞게’ 기사와 방송을 편집하고 전파하며, 그 반대급부로 온갖 형태의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 발생한 구체적인 사례 둘을 들어보자.
i) 6월 8일 ‘뉴스타파’의 보도에 의하면, “2011년 ‘민주당 도청’ 파동 때 KBS 기자가 한나라당에 민주당 임원들의 회의 발언을 도청하여 만든 녹취록을 전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한다. 이는 공영방송인 KBS의 본연 임무인 보도의 ‘중립성’와 ‘공정성’을 깡그리 망치는 비열한 ‘정언유착’의 표본이다.
ii) 6월 11일 연합뉴스의 보도에 의하면, 자유한국당이 ‘방송장악저지 투쟁위원회’를 구성하고, 공영방송 KBS와 MBC 사장의 법률상 명시된 3년 임기를 보장하라고 한다. 물론 이런 요구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언론장악’ 의도를 저지하려는 순순한 행위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문제는 왜 이런 요구를 하는가? 그 이면에 숨은 의도는 무엇인가? 를 철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들 공영방송사가 지난 수십 년간 ‘집권당(공화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등) 정권 입맛’에 맞는 보도를 통해 정언유착을 조장한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언론 적폐의 또 다른 형태는 언론사 내부의 ‘착취형‘ 갑을 관계에서 발생한다.
‘유료부수 밀어내기’는 지난 수십 년간 주요 신문사와 신문지국 간에 발생하는 갑을 관계의 대표적 관행이다. 본사가 수익 창출을 위해 지국에 필요 이상의 신문 부수를 강매하는 착취 행위이다. 예를 들어, 어느 지국이 200부를 보내라고 하면 본사는 300부를 보내 그에 해당하는 금액을 요구하고 지국은 추가 100부를 파지로 팔아야 한다. 이 요구를 거절하면 본사는 지대를 올리거나 별도의 벌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위와 같은 ‘언론 적폐’에 찌들은 공영방송과 주요 일간지가 김상조의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에 반대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재벌의 저격수 별명을 듣는 김상조 교수가 언론 재벌과 공영방송의 적폐를 청산할 최적임자이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이 김상조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과 국민의 경제적 삶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 이에 문 대통령은 김 후보자를 공정거래위원장에 임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