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금융거래 제한… 대사관 유지, 단체 여행은 허가
▲쿠바계 망명자의 집단 거주지인 마이애미 리틀 아바나내 쿠반 메모리얼 블리바드에 서있는 ‘피그만 침공’ 기념비. ⓒ 코리아위클리 |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반세기만에 이뤄졌던 미국-쿠바의 국교정상화 기류가 다시 냉각상태로 돌아갈 전망이다.
16일 <마이애미 선센티널>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쿠바의 국교정상화 협상을 취소하고 일부 제재를 복원한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쿠바계 망명자의 집단 거주지인 마이애미 리틀 아바나에서 공식 연설을 통해 금융거래 및 쿠바 개별여행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새로운 쿠바 정책을 공개하며 "지난 정부가 미국에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맺은 쿠바와의 협상을 취소한다"라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쿠바의 반공 인사의 이름을 따서 붙인 마누엘 아타임 극장에서 가진 행사에서 "쿠바 국민과 미국을 위해 더 나은 협상을 모색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쿠바 당국에는 정치범 석방,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언론과 집회의 자유 존중 등 변화를 촉구했다.
행사에는 쿠바 이민자 후손인 카를로스-로페즈-칸데라 플로리다 부주지사와 마르코 루비오 연방상원의원이 참석했다.
지난 대선 경선에서 트럼프에 밀려 후보를 사퇴한 루비오 의원은 “미국은 쿠바인들에게 손을 내밀 준비가 되어 있지만 그들의 압제자에게 힘을 싣지는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정책은 쿠바 국민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공산주의 정부에는 경제적인 타격을 주고, 체제에 반기를 들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용기를 북돋아 준다는 의미이다.
대선 경선에서 트럼프와 각을 세웠던 루비오 의원은 이날 트럼프의 정책이 장차 쿠바가 자유롭고 민주적인 국가가 되는데 키 포인트로써 역사에 남을 것이라며 트럼프를 추켜세우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의 일방적인 국교 협상을 취소한다고 밝혔으나 실제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 쿠바 정책의 상당부분은 그대로 두었다. 즉 쿠바 수도 아바나의 미국 대사관을 유지하고, 양국을 오가는 항공편과 크루즈편도 막지 않은 것이 그것이다.
다만 쿠바 군부 또는 정보당국과 연계된 기업과 미국인 사이의 금융거래를 금지하고 미국인의 쿠바 개별여행은 미국 기업이 조직하는 단체여행의 일원으로서만 허가한다. 이는 쿠바 군사정권의 통제하에 있는 쿠바 기업들과의 거래를 금지함으로써 미국 자금이 쿠바 정부에 흘러들어가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의 표출이다. 새 쿠바 정책에 따른 구체적인 규제 조치는 미국 재무부의 발표 이후에 실질적으로 적용된다.
한편 버락 오바마 정부는 지난 2014년 12월 국교정상화 선언을 통해 쿠바와의 관계복원을 선언했고, 이듬해 5월 쿠바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33년 만에 삭제했다. 이어 7월에는 54년 만에 아바나에 미국 대사관을 재개했으며, 여행 및 금융거래 부문 자유화, 우편 서비스, 쿠바 직항편 운항 등 일련의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정상화 협상이 쿠바에만 유리한 조건으로 진행됐다고 비판하고, 대선 캠페인에서 오바마 정부의 쿠바 정책을 뒤바꾸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