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불(Malcolm Turnbull) 정부가 이민 문호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호주에서 출생한 이민자의 자녀와 호주 주재 각국 외교관의 자녀가 10세가 되면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일명 ‘10-year rule’ 규정을 폐지하는 시민권법 개정안을 제안했다. 사진은 오스트레일리아 데이(Australia Day) 행사에서 새로 시민권을 부여받은 이들을 환영하는 말콤 턴불 수상.
말콤 턴불 정부, ‘10-year rule’ 폐지하는 시민권 규정 제안
호주 이민 문호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턴불(Malcolm Turnbull) 정부가 호주에서 출생한 비시민권자의 자녀 또는 호주 주재 각국 외교관 자녀가 10세가 되면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일명 ‘10-year rule’ 규정을 폐지하는 시민권법 개정안을 제안했다.
피터 더튼(Peter Dutton) 이민 장관은 지난주 목요일(15일) 개정안의 초안을 발표하고 성명을 통해 “부모가 자녀의 시민권을 온 가족 이민의 수단으로 활용하거나 이민 분쟁에서 동정을 사려 하고 있어, 이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은 ‘자녀가 호주에서 출생할 당시 부모가 합법 비자(a substantive visa)를 소지하고 있지 않거나 불법체류를 하고 있을 경우에도 자녀의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시 말해 부모가 브릿징 비자(bridging visas) 상태인 경우라도 자녀의 시민권은 자동 부여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민부가 페어팩스 미디어(Fairfax Media)에 전달한 바에 따르면 부모 중 한 명이 호주 시민이거나 영주권자 자녀의 경우 이전 규정과 같이 10살이 되는 해에 시민권을 부여받게 된다.
이 법안은 2014년 토니 애보트(Tony Abbott) 전 수상이 제안했다가 상원에서 부결된 바 있다. 당시 연방 이민부(Australian Department of Immigration and Border Protection)는 한 해 약 400명의 아이들이 ‘10-year rule’ 법에 따라 시민권을 신청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뉴질랜드,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피지, 통가, 한국 출신들이라고 전했다.
당시 이 법안을 반대했던 호주국립대학교(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의 킴 루벤스타인(Kim Rubenstein) 교수는 이번 개정안과 관련해 “과거로 회귀하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그녀는 “모든 이민자들이 호주를 이용한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어 사회적 결합을 막고 균형을 저해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부 개정안을 설명하는 피터 더튼(Peter Dutton) 이민부 장관.
개정법은 주석을 통해 “불법 체류 중이거나 명시된 요청사항을 충족시키지 못한 부모들이 이민법을 악용해 호주 출생 자녀가 10살이 될 때까지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을 막기 위해 고안됐다”고 밝히고 있다.
더튼 장관은 “이번 개정법은 호주 시민권 프로그램의 진정성과 이민법에 관한 시민들의 신뢰를 강화해 국가안보를 향상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당은 이 이민법 개정안을 지지하지 않는 분위기로, “법안을 자세히 검토한 후 각 정당의 지도자들 및 내각과 당원들과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튼 장관도 상원 군소정당 및 무소속(Cross-bench) 의원들과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