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하우스 3박이 특별환대라구라?

 

뉴스로=소곤이 칼럼니스트

 

 

영빈관(迎賓館)과 게스트하우스.

 

두 단어는 대저택과 초가삼간만큼의 차이가 느껴진다. 영빈관의 사전적 의미는 ‘귀한 손님을 맞이하기 위하여 따로 잘 지은 큰 집’이지만 영어로는 그냥 ‘게스트 하우스’ 일뿐이다.

 

워싱턴 DC에서 외국 정상의 영빈관을 일명 ‘블레어 하우스(Blair House)’라고 하는데. 정식 명칭은 ‘President's Guest House’다. 영빈관을 대통령의 게스트하우스라고 하면 많이 격이 떨어져 보이지만 어쨌든 영어로는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부터 3박5일 일정으로 미국 방문에 들어갔다. 문 대통령의 숙소인 ‘블레어 하우스’ 얘기를 하게 된 것은 한국 언론의 호들갑 때문이다. 본래 2박이 허용된 블레어 하우스 투숙이 3박으로 늘어나 각별한 예우(禮遇)를 받게 됐다는 기사가 나온 것이다.

 

이같은 보도는 동아일보의 워싱턴 특파원이 가장 먼저 했고 이어 연합뉴스, 서울신문, 경향신문, 이데일리, MBN 등 거의 모든 주류 언론이 따라 썼다. 대체 블레어하우스에서 3박을 하는게 뭐가 그리 대단한지 궁금했다.

 

 

800px-Blair_House_2007._-t.jpg

 

 

블레어 하우스는 백악관 바로 옆 펜실베니아 애버뉴에 위치한 타운하우스 4개동으로 이뤄진 건물이다. 1942년부터 백악관이 외국 정상의 숙소로 쓰기 시작했고 두차례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했다.

 

한국언론은 블레어 하우스에 무려 115개의 객실이 있다고 소개했지만 이는 방(room)의 영어 개념을 착각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집을 언급할 때 room은 객실(bed room)과 욕실(bath room) 거실(living room) 식당(dining room) 등 모든 종류의 공간을 포괄한 개념이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블레어 하우스는 베드룸이 14개, 배쓰룸(욕실)이 35개 등 총 119개의 방(room)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특파원은 익명의 워싱턴 관계자 말을 빌어 문 대통령이 국빈방문(State Visit)이 아니라 실무방문(Ofiicial Working Visit)‘임에도 블레어 하우스에서 3박을 하게 된 것은 이례적 환대(歡待)라고 평가했다.

 

2박은 실무방문, 3박은 국빈방문이라는 얘긴데 위키피디아를 통해 관련 정보를 검색했지만 투숙일수와 국빈방문의 함수관계(函數關係)를 확인할 길은 없었다. 정작 흥미로운 것은 문 대통령이 2박에서 3박으로 조정되는 과정이 각별한 예우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사실이다.

 

당초 백악관은 청와대의 3박 요청에 ‘실무방문은 2박까지 할 수 있다’는 내부 규정으로 불가하다는 뜻을 표명했다고 한다. 이에 청와대는 외교부까지 동원해 3박을 강력 요청했고 (여차하면 일정을 이틀로 줄인다는) 배수진을 친 끝에 기어코 관철(貫徹)시킨 것이다. 익명의 관계자는 이게 정말 자랑할만한 내용이어서 기자에게 제보했을까.

 

알려진대로 이번 방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에 따른 것이다. 게다가 백악관은 한반도에 기습 배치한 싸드 포대와 무역불균형 문제 등 문대통령의 양보를 얻어야 할 사안이 많다. 극진한 대접은 기본이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블레어 하우스에서 3박은 곤란하다고 난색(難色)을 표했다면 문 대통령을 환대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내규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다른 행사 일정 때문에 사흘씩 제공하는 것이 어려웠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외교부까지 동원해 ‘어거지 1박’을 따냈고 이를 전리품(戰利品)이라도 된 양 자랑스럽게 언론에 공개했다.

 

문 대통령에 누(累)가 될 수도 있는 ‘내막’을 보도한 것이 혹시나 보수 미디어 동아가 진보 대통령에 호의롭지 않아서 예우를 가장한 물먹이기가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미디어도 따라 쓴 것을 보면 청와대의 숙박일 늘리기 작업(?)은 사실로 보인다.

 

문대통령은 취임이후 어깨에 힘을 빼고 소탈한 모습을 여과(濾過)없이 보여주며 국민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주고 있다. 그런데 청와대와 외교부는 블레어하우스에서 하루 더 자게 됐다고 특별 환대요, 예우 타령이다.

 

탄핵된 박근혜까지 들먹이며 과거 워싱턴 방문시 블레어 하우스에서 2박을 했는데 문대통령은 3박을 한다고 수선을 떠는 것은 낯간지럽다. 아닌 말로 외국 순방시 화장실도 개조했는데 그깟 블레어 하우스 1박을 못늘리겠는가.

 

이번 방미는 문 대통령으로서도 커다란 시험대(試驗臺)가 아닐 수 없다. 한미간 선린우호와 동맹관계를 우선시하더라도 촛불민심을 기억하고 진정한 국익을 위해 할 말은 하는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근데 전혀 중요하지도 않은 블레어하우스 1박을 늘리려고 아쉬운 소리를 했다면 처음부터 밑지고 들어가는 셈이 된다.

 

요즘 미국을 방문하는 외국 정상들은 협소(狹小)한 블레어 하우스를 기피하는 경향이 많아 국빈 숙소보다는 국제회담 장소로 더 많이 활용되고 있다. 하물며 격식과 겉치레, 권위주의를 내던진 문 대통령에게 블레어 하우스 추가 숙박이 뭐가 대수겠는가. 블레어 하우스든 블루 하우스든 편한 곳에서 잠만 잘자면 장땡인 것을, 청와대 보좌진은 쓸데 없는 일에 정력을 허비하지 말고, 한국 언론은 시시콜콜 신변잡기(身邊雜記) 중계는 고만 작별하기를 바란다.

 

 

Dillon_Room.jpg

이상 www.en.wikipedia.org

 

 

*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소곤이의 세상뒷담화’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csge

 

 

  • |
  1. 800px-Blair_House_2007._-t.jpg (File Size:165.0KB/Download:41)
  2. Dillon_Room.jpg (File Size:182.1KB/Download:35)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한.중.일의 칠월 칠석 file

    음력 7월 7일은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칠월 칠석이다. 우리나라의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견우와 직녀의 설화 덕분에 일 년 중 가장 로맨틱한 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도 칠석 일을 맞이하는 재미있는 풍습이 있다. 칠월 칠석의 유래와 함께 ...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한.중.일의 칠월 칠석
  • 미 연준 기준금리 인상으로 미국과 같아진 한국 정책금리 1.25%, ... file

    2017년 6월 14일 국제금융시장이 이미 예상한대로 미 연준[Fed]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시장과 컨센선스를 맞췄다. 12월 한 차례 더 추가인상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기 준금리 인상 의미와 영향 그리고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결정에 ...

    미 연준 기준금리 인상으로 미국과 같아진 한국 정책금리 1.25%, 그 의미와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 누구를 위한 레인보우인가 file

    무지개는 희망? 혹은 절망?   Newsroh=이오비 칼럼니스트         6월 25일...6.25를 기억하는 이들도, 주일이라는 이름도, 일요일이라는 여러가지로 모두의 마음속에 있을 오늘 난 LGBT(The Lesbian, Gay, Bisexual & Transgender) Pride Parade로 여러가지 생각을 ...

    누구를 위한 레인보우인가
  • 트럼프케어 법안은 낙태 직전인가? file

    민주당 지도부 인사, "트럼프케어는 재벌 위한 세금개혁" (페어팩스=코리아위클리) 박영철(전 원광대 교수) = “필요하다면 오바마케어를 대체 법안 없이도 바로 폐기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공화당이 7년 이상 줄기차게 국민에게 약속한 오바마케어의 ...

    트럼프케어 법안은 낙태 직전인가?
  • 누구를 위한 성공입니까? file

    가정을 파괴하면서 이루는 성공은 실패한 인생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최근에 저는 성업중인 업체의 여사장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40대의 그 여사장은 회사에 충성심이 대단했으며 회사와 사주를 위하여 최선을 다...

    누구를 위한 성공입니까?
  • 최저 임금에 얽힌 애환 file

    이민자들은 분수를 알고 살아야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 = 내가 이민 떠나오던 해인 74년도에는 한국에 ‘최저 임금’이란 개념이 없었다. 그 해 이곳 올랜도에 도착해 취업된 공장에 찾아갔더니 고용주는 먼저 온 한국사람이 정비기술이 전혀 없으니 너도 같을 것...

    최저 임금에 얽힌 애환
  • 北미사일만 美독립기념일에 발사된 것은 아니다 file

    인도가 美국군의날에 핵실험한 까닭     Newsroh=김태환 칼럼니스트   오늘 아침 뉴스엔 온통 “북, 미국 독립기념일 (7월 4일) 에 맞춰 탄도 미사일 발사” 라는 제목의 기사가 “톱 스토리” 로 올라왔다.   북한에서는 특별 방송을 통해 그들이 지금까지 행한 어떤 실험보...

    北미사일만 美독립기념일에 발사된 것은 아니다
  • 러시아기자가 본 평창 올림픽 file

        2018 평창동계올림픽 까지 앞으로 약 8개월이 남았다. 한국에서는 이미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반다비가 가는 길마다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한국은 평창올림픽 개최를 위해 정말 많은 시간을 보냈으며 현재 대부분의 시설은 이미 마련되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

    러시아기자가 본 평창 올림픽
  • 이민사회의 국민의례 남용 file

      이민사회의 국민의례 남용   [i뉴스넷] 최윤주 발행인 editor@inewsnet.net     국민 모두가 매일 국민의례를 했던 때가 있다. 그 시절 극장에서는 영화가 시작하기 전 “애국가를 상영하니 모두 일어나 달라”는 방송이 나왔다. 친구들과 정신없이 놀다가, 바쁘게 길을...

    이민사회의 국민의례 남용
  • '무국적' 입양인들의 불행, 한국 정부 개입해야 file

    한 미국 입양인이 문재인 대통령에 보내는 편지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지난 2012년 미국에서 추방되어 한국에서 생활하던 김상필(미국명 필립 클레이. 43)씨가 최근 자살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한국계 국제입양인들의 합법적 신분 취득과 사후 관리 등에 ...

    '무국적' 입양인들의 불행, 한국 정부 개입해야
  • 직원 고용, 어떻게 해야 뒤탈 없을까(하) file

    [이민법 강좌] 내국인 고용의 경우 현지인 고용시 자격 여부 확인 규정 (I-9 서식)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위일선 변호사(본보 법률고문) = 미국의 이민법은1986년에 제정된 [이민개혁 및 콘트롤 특별법]을 통해 고용주가 외국인이 취업 자격이 없는 것을 알면서 고용하...

    직원 고용, 어떻게 해야 뒤탈 없을까(하)
  • 대북정책 한국주도, 문 대통령 방미성과 크다 file

    전작권 조속 환수 합의도 큰 성과... 보수언론만 엉뚱한 발목잡기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지난달 30일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의 여러 의제 중 가장 중요한 대북정책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이끌어낸 것은 이번 회담 ...

    대북정책 한국주도, 문 대통령 방미성과 크다
  • 단발머리의 일기 file

    단발머리의 일기   장욱일   단발머리는 오늘도 도시락 가방을 들고 평화방직공장으로 출근했다 공장 가는 길거리에서 초등학교 동창들을 마주친다 그 애들은 여학교 교복을 입고 재잘거리며 학교로 가고 있다 이제는 부끄럽지 않다 나는 돈을 모아야 한다 찬바람 불어치...

    단발머리의 일기
  • 한국은 왜 북한에 올림픽 공동개최를 제안하는가? file

    “문대통령, 햇볕정책 돌아갈것” 러시아투데이 통신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측에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의 남북공동입장을 제안했다. 한국은 경제, 체육 및 인도적 분야에서 북한과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등 햇볕정책에 입각해 박근혜 정부시절 중단...

    한국은 왜 북한에 올림픽 공동개최를 제안하는가?
  • 트럼프케어의 상원 표결이 연기된 진짜 이유

    의회 예산국 부정적 평가에 상당수 상원의원들 '난색' (페어팩스=코리아위클리) 박영철(전 원광대 교수) = 지난 27일 “공화당이 오바마케어를 폐지하고 대체 법안으로 제시한 트럼프케어(공식 명칭은 건강보험 조정 개선법안이다)가 상원 문턱에서 좌절됐다.”는 속보가 ...

    트럼프케어의 상원 표결이 연기된 진짜 이유
  • 이민자들의 범죄만 언급하는 트럼프

    실제는 낮은 범죄율, 경제적 공헌도 저울질 해야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중에 불법 이민자들이 경제적 위협이되고 또한범법자들의 증가를 의미하다고 자주 언급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전이나...

    이민자들의 범죄만 언급하는 트럼프
  • 아랍계 한국인 '사이다'씨에게 드리는 글 file

    한국 TV 프로 '이웃집 찰스'를 보고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 = 한국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 '이웃집 찰스'는 한국에 이민와서 사는 사람들을 애환을 다룬다. TV에 출연하는 가정은 배우자 중 한 사람은 한국인이다. 그런데 오늘 방영분에서는 양쪽이 모두 아랍 출...

    아랍계 한국인 '사이다'씨에게 드리는 글
  • 文대통령 투숙일수 뭐가 중한디 file

    블레어하우스 3박이 특별환대라구라?   뉴스로=소곤이 칼럼니스트     영빈관(迎賓館)과 게스트하우스.   두 단어는 대저택과 초가삼간만큼의 차이가 느껴진다. 영빈관의 사전적 의미는 ‘귀한 손님을 맞이하기 위하여 따로 잘 지은 큰 집’이지만 영어로는 그냥 ‘게스트 ...

    文대통령 투숙일수 뭐가 중한디
  • 평창 남북단일팀? 과유불급이다 file

    개폐회식 동시입장으로 상징성 거둬야   뉴스로=로빈 칼럼니스트     2018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남북단일팀 구성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단일팀 구성과 남북 동시입장, 북한응원단 초청 등을 제안(提案)한데 따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평창 남북단일팀? 과유불급이다
  • 한국정치, 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국민들의 높은 기대 속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80%의 지지율로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지만, 한 달이 넘도록 인사청문회의 벽에 막혀 내각구성 조차 지체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직후 문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를 청와대에 초청하며 협치의 모양새를 갖추는 듯했으나 ...

    한국정치, 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