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머리의 일기
장욱일
단발머리는 오늘도
도시락 가방을 들고
평화방직공장으로 출근했다
공장 가는 길거리에서
초등학교 동창들을 마주친다
그 애들은 여학교 교복을 입고
재잘거리며 학교로 가고 있다
이제는 부끄럽지 않다
나는 돈을 모아야 한다
찬바람 불어치는 겨울 자락에서도
내 가족을 위해
나는 살아야 한다
노동판에서 허리를 다쳐
누워있는 아버지
시장바닥이 힘들어
눈 맞은 남자와 도망간 어머니
이제 중학 일년생인 남 동생
아버지가 끙끙거리며 돌아눕는다
동생은 아버지 옆에서 자고 있다
저녁 설거지를 끝내고
어두운 불 밑에서
소설을 쓰는 나만의 시간은 즐겁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부잣집 아들 기철이는 불구지만
가난한 집 딸 예쁜 은수를 좋아한다
은수도 좋아하지만 모른 척 한다.’
다음은 어떻게 이야기를 끌어나갈까?
눈이 감겨 온다
내일 또 생각해 보자
이젠 나도 자야 내일
작업반장에게 야단맞지 않겠지?
(* 장욱일 : 올랜도 거주 과학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