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조속 환수 합의도 큰 성과... 보수언론만 엉뚱한 발목잡기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지난달 30일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의 여러 의제 중 가장 중요한 대북정책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이끌어낸 것은 이번 회담 중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한.미 두 나라의 외교.국방장관들과의 긴밀한 공조로, 북한과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 “북한을 적대시하지 않는다”, “한반도의 평화 통일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 있어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한다”, “인도주의적 사안을 포함한 문제들에 대한 남북 간 대화를 재개하려는 문 대통령의 열망을 지지한다”는 등의 명시적 선언 속에 이같은 성과가 잘 드러나 있다.
특히 '남북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뜻은, 전쟁이 아닌 평화적 대화로 북핵문제를 풀겠다는 것으로,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 양국에 더 이상 바랄 수 없는 성과를 남겼다.
세 번째의 ‘평화통일 환경 조성에 한국 주도적 역할 지지’는 지난 이명박근혜 정부에서 보였던 미국에의 맹종 자세에서 탈피,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되찾게 됨을 말한다. 네 번째, ‘남북문제 해결을 위한 문 대통령의 남북 대화 재개 열망 지지‘는 이제 남북정상회담이 언제든지 열릴 수 있다는 뜻이다. 더하여, 문 대통령의 요청으로 전시작전권의 조속한 반환도 미국 측이 적극 노력하기로 약속, 문 대통령의 공약대로 임기 내에 환수가 가능할 전망이다.
바로 전날인 29일에는 두 정상이 "우리는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고자 매우 강하고 확고한 계획을 가지고 있고, 지금 많은 옵션에 대해 논의하는 중"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도 “북한은 한미양국의 (도발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과소평가하지 말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화 테이블에 조속히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위의 강경 발언들은 북한이 군사적 도발로 위협하지 않도록 경고하는 뜻으로 보아야 할 것이나, 바로 뒷날 나온 공동성명 내용으로 보아 문 대통령의 요청을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 강경 자세에서 대화 쪽으로 바뀐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데, 한미정상회담을 둘러싼 그간 국내 보수언론의 보도 내용을 보면, 이게 한국 언론인지 미국 또는 일본 언론인지 헷갈리는 내용이 한둘이 아니다. 지난 6월16일, 북한 핵전문가요, 미국통인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연세대 명예교수)가 워싱턴DC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열린 한미 관계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북한이 핵개발을 중단한다면 한미군사훈련 축소를 위한 미국과의 협의 용의가 있다”고 발언했다.
조중동 등 종미 보수언론 및 이명박근혜 계열의 야당은 미국 내 사정도 제대로 모르면서 ‘트럼프가 이에 대해 크게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어 한미정상회담 때 파국이 올 것’, ‘문 특보가 한미동맹에 균열을 초래한다’는 등 호들갑을 떨었다. 심지어 ”당장 특보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적폐청산 대상인 야당의 공세도 있었다. 이같은 어이없는 반응들에 문 특보는 간담회에서 “사드 때문에 동맹이 깨진다면 그게 무슨 동맹이냐?‘고 되 쏘았다.
그러나 위 두 정상이 합의한 내용들을 보면 문 특보의 발언을 뛰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문 특보의 역할은 한미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의 자세를 미리 미국 측에 알려, 회담 중 한국 측 주장에 미국의 거부감을 축소시킬 사전 조율성 발언이었던 것이다. 결국 문 특보의 앞선 발언은 극히 합리적이면서 다분히 전략적인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친미 사대주의' 한국언론, 언제까지 부끄러운 짓 하려나
사실상 문 특보의 발언 내용은 지난 6월21일 계춘영 인도주재 북한대사의 발언,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이 지난 5월말 오슬로에서의 발언, 작년 9월 월리엄 패리 전 미국 국방장관이 국내 언론과 했던 인터뷰 내용 즉,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하는 건 이미 너무 늦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핵무기 추가생산 금지, 성능향상 금지, 기술이전 금지에 초점을 맞춘 핵동결만이 협상 목표가 될 수 있다”등과 같은 맥락이다.
지난 9년간 종미외교로 일관한 이명박근혜 정부에 길들여진 탓인지, 보수언론들은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문 특보의 발언이 못마땅했던 듯하다. 보수언론들은 물론이고, 이명박근혜를 떠받들어 국정농단을 일으키는 데에 공범 역할을 한 야당들도 이제 촛불혁명의 적폐청산 대상임을 자각하고 억지 대신 겸허하게 머리 숙여 국민들 앞에 사죄, 반성하며 거듭 나야 할 것이다.
한미외교의 최정점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한국언론이 한국 외교의 가장 중요한 정상회담에 임하는 우리 대통령을 응원하기는커녕 통일외교안보 특보의 애국적인 발언에 딴죽을 걸며 트럼프를 지지하는 한국 보수언론의 비뚤어진 모습을 보면서 일제 때 만주 벌판에서 독립투쟁을 하던 애국자들을 존경은커녕 '마적떼'들로 기사 제목을 달아 독자들을 속인, 동아, 조선의 극악 친일 행태가 연상된다.
“사드에 이어 문정인 때문에 싸늘해 진 워싱턴”, 이 어처구니없는 기사제목은 <중앙일보>의 6월 19일자 톱기사 내용이다. 아베 일본 정부와 일본 언론은 한미 이간질에 열을 올리는 한편으로 미일 관계는 더욱 밀착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내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는데, 이같은 일본 언론의 보도를 확인도 없이 그대로 보도한 한국 언론의 모습에 수치심에 이어 자괴감까지 들 정도다. 해당 언론사에 묻노니, ’일본 언론이 한국 정부 편을 들고, 자기네 올바른 일본 정부 고위층을 비판했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있는가? 한민족의 언론으로서 민족영혼 만은 잃지 말기를 바란다.
<중앙일보>의 친미 사대적 태도가 얼마나 한심하고 졸렬한 지는 미국 언론의 보도를 보면 더욱 확연해 진다. <뉴욕타임스> 7월 1일자에서 "(미국 때문에) 중국으로부터 사드 배치에 따른 집중적인 보복을 당하고 있는 한국은 이번 트럼프의 무역 강경책에 놀라고 있다”, “작년 미국의 대 한국 무역적자가 270억 달러에 달했다지만, 한미 FTA 발효 전인 2011년도에는 그 2배가 넘었다"며, 트럼프의 대 한국 FTA 재협상 주장을 비판했다. < LA 타임스 >도 같은 날, “한미 FTA 재협상은 북핵 문제로 민감한 시기에 동맹국에 도발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기사들은 미국신문에 보도될 게 아니라, 우리 정부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라도 한국 언론이 보도해 미국을 비판하는 게 정상인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들을 위한 민주 정부가 되려고 노력하는데 이 나라의 언론은 우리나라를 위한 기사 보다는 미국, 일본 등 강대국 편을 든 기사들로 채워 사대주의 언론을 하고 있는 실정이 서글프다.
사족 하나 달겠다. 한국 언론 사진기자들의 추태에 관해서다. 한미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 때, ‘매너’와는 거리가 먼 한국의 사진기자들이 대거 몰려와 수많은 세계 언론사 기자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밀치기 등 일대 소란을 피워 탁자 위 램프가 넘어지려하자, 트럼프는 “진정들 하세요”를 세 번이나 외치면서 “점점 더 못되게 노네!”하고 핀잔, 옆에 앉은 문 대통령을 부끄럽게 했다.
이러한 추태가 해외 취재 때 재발하지 않는 방법은, 청와대 홍보실 및 수행기자단이 ‘대통령수행기자단’ 구성 때 신문, 방송, 잡지, 사이버매체 등 각 매체의 특성에 따라 각 분야의 사진,영상 기자들을 한 팀씩 꾸려, 공동취재기자단(Press Pool)을 구성, 특종의식을 초월한 100% 공동 취재에 임하도록 해야 한다. 사진기자들은 앞으로 해외 취재 때, 기자 각자가 대한민국 민간 외교관임을 자각하는 것은 물론, 언론인으로서의 긍지를 지켜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