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는 참 노는 날이 많은 나라입니다.
한국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러니 나라가 발전을 하지 못하지...끌끌끌...'하고 바로 진단이 나와 버립니다. 왕 생일이 3일, 왕비생일이 1일, 인권의 날, 유엔 데이, 무슨 불교 명절 등등 노는 날이 많습니다. 그리고 정말 놀라운 것은 휴일에 주말과 겹칠 경우 반드시 찿아 먹는 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일요일에 공휴일이 겹칠 경우 월요일은 일을 하지 않습니다.
이번 주는 캄보디아 사람들에게는 가장 즐거운 명절, 물 축제입니다.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보트축제이지만 그냥 물 축제라고 부릅니다. 전국에서 예선을 거친 보트들이(보트라고 해서 작은 배가 아니라 사람이 최소 30명에서 60명까지 타는 배를 말합니다.) 무려 300척 정도가 모여서 왕궁 앞에서 경주를 하는 축제입니다.
그런데 이 경주에 참가하는 지방 사람들이 프놈펜 구경한다고, 아예 한 동네가 솥 단지에다가 돼지도 한 마리 잡아 챙겨 와 강변에 천막을 치고 노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냥 줄잡아 보트 하나에 딸린 선수가 정 선수 30명 이상, 삐꾸 선수 20명, 그리고 아이들, 응원단, 원로님들, 처녀들 그리고 강아지, 동네 군식구하면 최소 2-300명이 되고 그러면 줄잡아 근 10만에 이르게 됩니다. 물론 한몫 잡으려는 장사꾼에다가 그냥 구경 온 사람까지 하면 100만명 정도가 모이죠. 프놈펜이 160만 정도의 도시니까 어마어마하게 큰 축제죠.
그런데도 저는 이 잔치에 낄 시간이 없습니다.
당장 어제 밤 내린 비로 아이들 집에 물이 줄줄 새 콜록콜록 거리는 소리가 귓전에 맴돌거든요. 그리고 이런 시간에 비 새는 지붕도 고치고 옷도 챙겨주고 또 맛있는 죽이라도 직접 챙겨 주어야겠지요. 또 상처에 빨간 약이라도 발라주고요.
참 이러고 보면 이 세상이라는 것이 참 불공평한 세상이죠.
어제 밤 폭풍처럼 다가 온 비바람에 잠을 설치고 깨어나
오래 전 잊혀진 이름들을 뒤적이다가 슬픈 시를 하나 찿았습니다.
예전에는 너무 좋아했지만 지금은 지난 세월이 생각 나
가만히 있어도 눈물만 넘쳐나는 시입니다.
그런데도 그 느낌은 이어지는군요
중독된 고독
내가 나를 버리고 돌아 눕는 날
술잔엔 빗물이 고인다.
고독을 동반한 일상들이 술을 권하는 시간
비워져 가는 술병엔
묵은 세월의 먼지들이 자리한다.
기억은 있으되 실체가 없음이
굳이 술잔을 기울이는 이유는 아니지만
중독된 고독이 따르는 술잔이라
거부할 수 없음이다.
내가 있고 네가 없음이 슬픔이라면
네가 있고 내가 없음은 무엇일까?
술병은 바람을 안고 어둠 속으로 들고
나는 나를 안고 추억으로 간다./ 김경훈
지금 나는 아마 그 술이 다른 무엇,
아이들 생각 혹은 안타까움에 대한 무엇으로만 치환된 것 같습니다.
내가 있고 네가 없음이 슬픔이라면
네가 있고 내가 없음은 무엇일까?
중독된 그 무엇으로.
캄보디아에서
* 주의 보호 속에서 편안하기를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