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남는 것이 아쉬움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때로는 아프고 아픈 것이 한 둘이 아니다. 내가 왜 사는지도 모르고 그냥 아둥바둥 한 것 같고 마땅히 즐겨야 할 때 즐기지도 못한 것 같고 그리고 마땅히 해야 할 것도 안하고 산 것 같다. 사람사는 것이 다 그렇지 하며 넘기려 하지만 세월이 지나 이제 근력이 빠지고 눈도 침침해지니, 지난 세월 뭐가 그리 옹졸하고 또 뭐가 그리 지 잘난 맛에 살아 재껴 버렀는지 아쉬움이 그득하다.
또 한해를 보내며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면 씁쓸한 생각에 절로 부끄럽다. 그때 나는 왜 그렇게 내 생각에 사로잡혀 살았던가? 아랫사람이 문서를 기안해 오면 그냥 무사통과 시켜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토씨 하나 틀린 것도, 단어 하나가 이상한 것도 지적하고 여하튼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면 혼자서 고쳐 보려고 끙끙댔던 같다. 머리 싸매고 일한 아랫사람의 입장은 생각도 안하고 무안만 주고... (그것도 안 그런 척 해가면서)
그렇다. 무어라 딱히 꼬집으려고 해서가 아니라 아랫사람의 작은, 무시해도 좋을 허물을 슬며시 눈감아 줄 수 있는 아량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나는 윗사람한테는 일 잘한다고 칭찬 받았지만, 아랫사람들을 키워내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던 것 같다. 인간적인 잔정은 없고 일만 잘하는 상사로 기억되어지고... 그래서 맨날 혼자 일이나 하고 스트레스 푸느라 밤에는 술이나 마시고... 참 바보같은 인생이었다.
왜 나는 그때 그렇게 일에 메달렸던가? 잠시 시간내어 다른 사람들처럼, 아랫직원 사기도 올릴 겸 값싸고 푸짐한 감자탕에 소주라도 한잔하면서 윗사람으로서의 여유로움을 보여주곤 해었어야 하는데, 뭐 세상 뒤집어 지는 일을 한다고 햄버거 시켜 책상에서 먹어가면서 사무실을 지키니 부하 직원들은 얼마나 바늘방석이고 힘이 들었을까? 그리고 점심 시간에도 사무실 귀신처럼 일만 하는 상사 때문에 직원들의 기쁨인 즐거운 점심시간들은 얼마나 무너져 버렸을까? 맛있는 것 먹었다고 말도 못하고...
그리고 합리적 경영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직원들도 잘 쫓아냈던가? 물론 책임을 진답시고 여기 저기 알아보고 취업을 시켜 준 경우도 있었지만, 가장의 해고를 바라보는 가족의 마음을 나는 왜 몰랐던가? 한 사람을 자르는 것이, 그 한사람만을 바라보고 의지하고 살아가는 한 가족을 비탄의 구렁텅이에 모는 일이란 것을 그때는 왜 몰랐던가? 바보같이...
이제는 후회해도 부질없는 일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나는 현명하지 못한 인생을 살아 왔던 것이다. 어차피 사람 사는 세상, 사람사는 냄새가 없다면 그게 고대광실에 산들, 주지육림에 산들, 一人之下 萬人之上으로 산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래서 인생을 바꾸려고 삶을 바꾸려고 애를 쓰고 노력을 하지만, 이 잘나지도 못한 터진 입은 왠 말은 그리 많고 그리고 혀는 왜 이리 아직 날카로운가?
새해에는 철이 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