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의 ‘직접대화’ 요구 받아들여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지난 7월 4일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이자, ‘외세 배제'와 ’사상,이념,제도를 초월한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의 3대원칙’을 공식 천명했던 ‘7.4 남북공동성명’ 발표(1972) 45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날 북한은 화성-14형 최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고, 세계패권국이라는 미국의 자존심을 짓밟는 강펀치를 안겼다.
북한 언론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험발사 직전, 모습을 드러낸 화성-14형을 바라보며 “미제와의 기나긴 대결이 드디어 마지막 최후계선(막판승부를 결정하는 선)에 들어섰다”고 했음은 미 본토 전역이 북한의 핵 공격권 안으로 들어왔음을 말한다.
미국의 언론은, 화성-14형 탄두의 무게를 700kg으로 추산했는데, 같은 무게의 미국 열핵탄두의 경우 폭발위력이 1.45메가톤(상용폭약 145만톤)으로, 히로시마 원폭(15kt)의 약 100배가 된다. 만일 북한이 이 열핵탄두를 실은 화성-14형 한 방을 쏘면 미국 본토는 완전히 초토화된다는 뜻이다. 북한의 이번 화성-14형 발사 성공은 북미 군사전략균형을 깨뜨리는(일부에서는 이것을 ‘게임 체인저’로 일컬음) 결과를 가져왔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이번에 북한이 선택한 ICBM 발사 시기는 한미 정상회담 직후인데다, 중러 정상회담, 유럽 G20 정상회담, 한독, 한중 정상회담 등이 교차돼 ICBM 발사의 의미를 극대화하겠다는, 치밀한 계산이 깔린 것이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나서서 대북 대화를 하겠다는 이번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거부하고,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이번 ICBM 발사 후인 6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당히 가혹한”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한데에 이어, 8일에는 장거리전략폭격기 B-1B '랜서' 2대가 강원도 상공에서 실사격 훈련을 했음은 화약창고에 불을 지른 격으로, 북한을 더욱 자극하여 대화의 분위기는 더 꽁꽁 얼어붙게 되었다.
북한은 이번에 발사한 ICBM이 세계 어디나 타격이 가능한 미사일이라고 주장한 반면, 미 국방부는 이번 미사일은 전에 보지 못한 최신형이며 사정거리가 5500km라고 했다. 그러나 탄도미사일 사거리는 정점고도의 4배에 이른다는 것이 미사일 과학계의 공인된 추산법이므로, 정점고도가 2802km인 화성-14형의 사거리는 약 1만1200km로 추산된다.
영국의 <가디언>은 7월 4일 사설을 통해 "북한의 ICBM 시험 발사는 북한의 무기개발을 막을 시간이 얼마 남아있지 않았음을 상기시킨다", "북한과의 대화는 꺼림칙해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도 4일 사설에서 ‘트럼프는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유일한 현실적 방안인 ’북한과의 직접 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아직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북한을 충분히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고 트럼프의 무지와 우유부단한 자세를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가 말로만 ‘언젠가 김정은과 만나겠다’하면서, ‘핵동결’이라는 단어만으로는 부족했든지, 이미 한물 간 부시, 오바마가 주장했던 북한의 “비핵화”에 아직도 매달리며 대북 군사옵션, 경제제재 등에 골몰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계속해서, 화성-14형 보다 성능이 우수하다는 화성-15, 화성-16 등 전략무기들을 계속 공개, 미국을 위협하거나 6차 핵실험 등으로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고 직접 대화하자고 나올 때까지 끊임없이 압박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ICBM의 성능 개량 목표는 사거리가 아니라, 적의 요격 회피술 등 다른 기술적 개량이며, 사거리는 연료의 양에 따라 또는 2단, 3단의 추진체 추가로,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핵-미사일 시험, 한미합동군사훈련 동시 중단해야”
<가디언>이나 <뉴욕타임스> 등 언론매체 뿐 아니라, 페리 전 미 국방장관 등 미국의 수많은 북한전문가, 지식층, 그리고 중러, 문재인 정부까지도 지지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 포기 후 한미합동군사훈련’과 ‘북핵, 미사일 시험을 함께 중단‘하는 길만이 현 시점에서 미국이 할 수 있는 최선책일 것이다. 트럼프는 무기장사인 군산복합체가 요구하는 대북 대결정책의 압력을 두려워 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위치에 있음을 한시도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북미 전쟁의 경우, 미국이 승리할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미군 최고위층의 오래 전 발언으로 드러났다. 이미 5년 전 당시,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이 미군 최고 수뇌들이 모인 전략토론회에서 밝힌 ‘이제 전략적 변곡점(Strategic Inflection Point)에 들어섰다’고 한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전략적 변곡점‘이란 ‘해마다 세계 최강의 상승곡선을 타던 미국 군사력’이 2012년 4월, 북한이 최대사거리 1만5000km의 ICBM, 화성-13호(KN-08, 한미는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이라 주장함) 발사 후부터, 북한의 공격위험 앞에서 미국의 군사력이 갑자기 하강곡선을 타게 됐음을 말한 것이다. 이는 더 이상 미 군사력이 세계 제일을 유지할 수 없음을 미군 수뇌부가 인정한 것이다.
한편, 문재인 정부는 지난 9년간, 미국보다도 북한을 더 적대시 하던 이명박근혜 정부와는 정반대로 민족민주 노선을 지향했던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민주평화통일 정책을 이어갈, 역대 가장 민주적인 정부로, 현재 압도적인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북한은 이를 감안해서 무조건 문재인 정부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고 미국의 동조 세력으로만 규탄할 일이 아니다, 북한은 미국의 승낙 없이는 남한 단독으로 안보, 군사, 외교 경제 관련 대부분의 정책을 수행할 수 없는 처지임을 십분 이해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서 ‘지난 6일 문 대통령의 독일 강연 중, “통일은 평화가 정착되면 언젠가 남북 간의 합의에 의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일이다’ 선언도 흘려 듣지 않기를 바란다. 더하여 “나와 우리 정부가 실현하고자 하는 것은 오직 평화”라고 밝힌 점을 관심 깊게 받아 들여, 우리 남북 민족의 평화를 위한 발걸음을 시작해 주기를 기대한다.
한가지 첨언하고자 한다. 미국 등 전 세계의 언론들은 과거의 수많은 핵 미사일 발사 때와는 달리, 이번 북한의 최신형 ICBM 발사에 따른 동북아 정세 급변사태를 의식, 북한이 오늘 날 왜 여기까지 왔는지, 한국전쟁 후 강행된 미국의 대북정책에는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앞으로의 대책들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전망 등 심층 분석 기사를 보도하고 있는 반면, 한국 언론은 북의 ICBM 발사에 대해 ‘대북선제타격’, ‘북의 선전포고’ 등을 강조하며, ‘김정은이 못 할 짓을 했다, 한반도 위기가 고조돼 전쟁 직전이다’는 등 선정적이고 표피적인 기사들로 얼버무리고 있다. 우물 안 개구리식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심한 작태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