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이 북한의 스파이라고?’

 

Newsroh=김중산 칼럼니스트

 

 

지난 2015년 11월, 서울 마포구 구수동에서 가구공방을 운영하는 황 모씨가 일전에 열린 민중총궐기대회 포스터를 출력해 자신의 공방 창문에 붙여놨는데 며칠 뒤 경찰 10여 명이 들이닥쳤다. 경찰은 “포스터를 왜 붙였느냐”고 물었고 황씨는 “자유롭게 내 의사를 표현하는 것인데 뭐가 문제인가”고 되물었다. 그러자 경찰은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포스터를 뗄 것을 요구했다. “뭐가 사실이 아니냐”고 황씨가 따져묻자 경찰은 “독재자의 딸이라는 표현이 문제가 된다. 독재자의 딸이라는 근거를 대라”며 윽박질렀다”고 황씨는 전했다. 포스터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과 함께 ‘독재자의 딸’이란 문구가 쓰여 있었다.

 

독재자의 딸이 집권하면서 헌법적 가치인 표현의 자유는 적잖은 시련을 겪게 된다. ‘블랙리스트’가 웅변해 주듯 예술 행위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몰이해로 핍박을 받은 문화 예술인은 부지기수(不知其數)다. 예컨대 머리에 꽃을 꽂은 박 대통령 풍자 포스터를 서울시내 고층 건물 옥상에서 뿌렸다가 붙잡혀 곤욕을 치른 팝작가 이하씨는 “김대중,노무현 정부땐 더 심하게 풍자했지만 아무런 불이익을 당하지 않았다. 지금같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 8월 초 박 대통령의 서유럽 순방 때 현지 교민들이 “박근혜는 한국의 합법적인 대통령이 아닙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국정원 대선 개입 규탄 시위를 벌였다. 정통성이 의심되는 정권의 대통령은 가는 곳마다 시위대와 맞닥뜨렸다. 한국대사관은 시위를 막아달라고 경찰에 요청했지만 경찰은 집회의 자유를 막을 이유가 없다며 거부해 망신을 당했다.

 

2014년 9월 21일엔 일단의 재미동포들이 박 대통령의 유엔 방문에 맞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진 후 유엔본부 앞까지 행진을 했다. 일부 참가자는 ‘경축. 비행기 추락 바뀐애 즉사’ ‘살인마’ ‘죽은 아이 살려내고 너도 당장 죽어라’는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있었다.

 

대통령이 낮은 자세로 국민과 끊임 없이 소통하고 정치를 잘하면 해외동포들은 어디서나 자긍심을 느끼고 환호하며 대통령을 맞을 텐데 조롱과 지탄의 대상이 되다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15년 6월 수업시간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욕한 일로 파면당한 최우원 전 부산대 교수가 지난 달 28일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에 맞춰 백악관 앞에서 현수막 시위를 벌였다. 현수막에는 “한국인들은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을 사랑합니다. 트럼프 대통령, 북한의 스파이인 가짜 대통령 문재인을 만나지 마세요”라고 쓰여 있었다.

 

대북 전단 살포를 주도하는 등 반공의 아이콘인 최 전 교수가 북한에 유화적인 문 대통령을 비판할 수는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북한의 스파이’라니 언어도단(言語道斷)이다. 표현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하나 그래도 이건 아니다. 한 네티즌이 최 전 교수의 민원을 검찰에 접수했다니 결과를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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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김중산의 LA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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