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장호준 칼럼니스트
푸에르토리코 엄마와 엄마의 남자친구와 함께 살고 있는 3학년 남자 아이 제이(Jaylian)는 같은 또래 아이들보다도 몸집이 작습니다. 학년 초에 덩치가 두 배 만한 4학년 남자 아이가 뺨을 톡 쳤다는 이유로 달려들어 코피를 터뜨려 나를 긴장 시켰던 아이입니다.
뭔가 근본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분노조절 장애가 있어 아동심리학자의 상담을 지속적으로 받으면서 학교 내 생활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던가본데 그럼에도 부모와 교사의 통제(統制)를 벗어난 스쿨버스 안에서는 꾸준히 말썽을 부렸습니다.
감정의 폭이 극단적이어서 가만히 있을 때는 오히려 걱정이 될 만큼 조용하지만 어느 순간 흥분하게 되면 버스 안을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뛰어 다녔고 특히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게 하면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발로 의자를 차거나 손으로 창문을 두드리며 분노를 극단적으로 표현 하곤 하였습니다.
어떻게 하든 가능한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시도를 했고 다른 아이들 앞에서도 제이에게만 롤리팝을 주고, 아이들이 “왜 제이에게만 롤리팝을 줘?!”라고 하면 그럴 때마다 “제이가 제일 똑똑하고 멋지잖아. 제이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야!"라고 말해주기도 했었습니다.
금년 초부터 제이가 내게 말을 걸기 시작 했고 장난을 걸기도 하며 다가왔지만 두 달 전 생부가 좋지 않은 일에 연루되어 죽음을 맞게 되었고 한동안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가 다시 등교하면서부터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듯 했습니다. 담임선생에게 최근 들어 다시 제이가 안 좋아 졌다고 말했고 담임선생 역시 알고 있다고 하면서 "We''re working on it." 이라고 했지만 매번 스쿨버스를 탈 때마다 불안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주에는 앞자리에 앉은 4학년 여자아이 미아와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었고 화를 참지 못한 제이가 미야를 향해 침을 뱉었는데 키가 작다 보니 미아에게 맞지 않고 창문에 온통 침칠을 한 일이 생겼습니다.
미아가 소리칩니다.
"챙, 제이가 침을 뱉었어!"
"제이, 너 침 뱉었니?!"
그러자 제이가 대답 합니다.
"No"
그러자 미아가 말합니다.
"거짓말이야"
"제이, 너,침.뱉.었.니?!"
"No!!!"
물론 거짓말입니다. 제이는 침을 뱉었습니다. 하지만 버스를 세우고 내가 그 자리로 가서 침 묻은 창문을 확인 하고는 제이를 야단 쳐야 할지 잠시 고민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 했습니다.
"제이, 한 번만 더 물어 볼게. 네가 침을 뱉지 않았다고 해도 난 네 말을 믿을꺼야. 제이야, 침을 뱉었니?"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그리고는 제이가 대답을 했습니다 .
"어..."
"그래... 그럼 페이퍼 타올을 줄테니 닦아"
제이가 내릴 때 롤리팝을 건네 주며 제이의 눈을 보고 말했습니다.
"제이야, 내게 솔직하게 사실을 말해 줘서 고마워"
내 손에서 롤리팝을 건네 받으면서 눈을 아래로 내리더니 금새 돌아서 마구 뛰어 갑니다.
지난 금요일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제이가 내게 종이 한 장을 휙 내밉니다. 녀석 수업시간에 공부 안 하고 이걸 그렸는가 봅니다.
누군가가 나를 믿어 준다는 것은 분명 힘이 되는 일입니다.
국민이 문재인 정부를 믿어 줄 때 친일과 독재의 적폐(積幣)를 청산(淸算)하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가는 극히 힘든 여정에 큰 힘이 되리라 확신 합니다.
"난! 문재인 정부를 믿습니다!“
*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장호준의 Awesome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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