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코리아포스트) 연속해 지진 피해를 당했던 한 40대 암환자 여성에게 이웃과 지역사회가 나서서 오랫동안 함께 지내온 파트너와 결혼식을 올릴 수 있도록 도와준 미담이 전해졌다.
현재 크라이스트처치에 사는 키리 레이놀즈(Kiri Reynolds, 49)는 지난 7월 8일(토) 크라이스트처치 외곽의 랑기오라(Rangiora)에서 오랜 파트너 생활을 청산하고 그랜트 콜린스(Grant Collins)와 결혼식을 올렸다.
그녀가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가까운 친구가 페이스북을 통해 도움을 요청하자 이를 본 이웃들이 대거 나선 데다가 사정을 전해들은 지역의 웨딩 관련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돕고 나선 덕분에 가능했다.
커플 사이에는 각각 10살과 8살이 된 아들과 딸이 있는데 이들 가족들은 지난 2011년 크라이스트처치 지진 때 집이 완전히 파손됐고 집터는 레드 존으로 묶여 버렸다.
보험회사와 오랜 분쟁까지 거쳐야 했던 그들은 2012년에 카이코우라(Kaikoura)로 이사해 집도 사고 작은 사업체도 인수해 운영하면서 새 출발을 했으나 작년 11월에 발생한 카이코우라 지진으로 이마저 접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가족들은 다시 크라이스트처치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레이놀즈는 2011년 첫 번째 지진 이후 연로한 부모들을 잇달아 여의었고 아들은 아스마가 심해져 치료를 받아야 하는 등 계속되는 불운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호주 브리스베인에서 일자리를 구했던 콜린스가 혼자 현지로 떠나 일하면서 가족들을 부를 계획을 짜고 있던 중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 들었는데, 그것은 파트너인 레이놀즈가 장암(bowel cancer)에 걸렸다는 사실이었다.
더욱이 종양이 지난 10년 간이나 자라와 이미 말기인 4기였고 간까지 전이된 상태였는데, 평소 건강했던 그녀가 옆구리 통증으로 병원을 찾기 전까지 자신이 암에 걸렸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딱한 소식이 전해지자 주변에서 단 8주 만에 2만5000 달러 모금이 이루어졌으며, 관련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들 커플은 자녀들과 함께 행복한 결혼식을 마칠 수 있었다.
부부는, 이번 결혼식을 도와준 업체들도 그저 그런 식의 형식적 도움이 아니라 정말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해 준비해주었다면서 크게 감격스러워 했다.
한편 관련 기사에는 여러 사람들이 댓글을 달아 이들을 축하한 가운데 한 독자는 “정말, 정말 슬프면서도 아름답다(So, so sad but beautiful at the same time)”고 적기도 했다.
서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