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거주하는 한 호주 여성이 집 주변이 소란스러워 신고했다가 출동한 경찰의 총격을 받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경찰의 바디 카메라가 켜져 있지 않은 점 등 해당 사건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경찰 총격으로 숨진 호주 여성 저스틴 데이먼드씨.
공권력 남용 다시 도마에... 경찰 바디 카메라 꺼진 상태 드러나
미국서 한 호주 여성이 한밤 중 집 주변이 소란스러워 신고했다가 오히려 출동한 경찰의 총격을 받고 사망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금주 월요일(17일) 호주 언론들에 따르면 미국 미니애폴리스(Minneapolis, 미네소타 주 남동부의 도시)에 사는 호주 여성 저스틴 데이먼드(Justine Damond)씨는 지난주 토요일(15일) 오후 11시30분 경(현지시간) 펄튼(Fulton) 지역 집 근처에서 발생한 폭력 사건을 포착, 긴급히 전화로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두 명을 보고 밖으로 나간 데이먼드씨는 그러나 한 명의 경찰이 쏜 총을 맞고 숨졌다.
미네소타 주 범죄수사국(BCA, Bureau of Criminal Apprehension)이 여성의 사망 경위를 놓고 수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해당 사건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미국 경찰의 공권력 남용을 둘러싼 비판론이 증폭되고 있다.
미니애폴리스의 벳시 호지스(Betsy Hodges) 시장은 성명을 통해 총격 당시 경찰들의 ‘바디 카메라’(body camera)와 단속반 카메라(squad camera)가 꺼져있었다는 점을 들어 의문점을 제기했다.
미니애폴리스 주는 지난해부터 경찰 공권력의 투명성을 위해 휴대용 자동 녹화 카메라인 ‘바디 카메라’의 의무 착용 규정을 도입했다.
“가장 친한
친구를 잃었습니다”
40세 여성 데이먼드씨는 시드니 출생으로 본래 이름은 저스틴 루즈크지크(Justine Ruszczyk)였다. 그녀는 맨리 하이스쿨(Manly High School)을 졸업하고 2002년 시드니 대학교(University of Sydney)에서 수의학(Veterinary Science) 학사 학위를 받았다.
그녀가 이용하는 소셜 네트워크 ‘링크드인’(LinkedIn) 프로필에 따르면 그녀는 요가강사 자격증을 취득해 개인 헬스 트레이너 겸 인생상담 코치이자 명상지도사로 활동해왔으며, 미니애폴리스 출신 돈 데이먼(Don Damond)씨와 약혼, 다음 달 결혼을 앞둔 상태였다.
그녀의 의붓아들 제크 데이먼드(Zach Damond)은 인터뷰에서 “저스틴이 집 근처 골목에서 시끄러운 소리를 듣고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들었고, 이후 이상한 일이 일어났음을 직감했다”고 말했다.
“가장 친한 친구를 잃었다”는 그는 “계속되는 폭력사건에 질려 여기를 떠나고 싶다”면서 이번 사건에 대한 보다 정확한 정보와 올바른 경찰훈련 및 공권력의 투명성 제고를 촉구했다.
“좋은 주민으로
살고 싶지 않다”
저스틴 데이먼드시의 사망 소식에 미국 사회 전반을 향한 분노와 안타까움이 뒤섞인 비관론이 일고 있다.
미국 언론은 이 지역 주민들이 이 사건에 혼란스러워하고 있으며, 경찰 총격에 의한 저스틴의 사망에 분노한 주민들이 한 지역 사회 활동가 멜 리브스(Mel Reeves)씨의 주도로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시위에 참석한 저스틴의 친구 베타니(Bethany)씨는 그녀는 “저스틴은 다른 이들을 위한 치유자였으며,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아름다운 빛이었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미국내 ‘경찰폭력반대모임’(Communities United Against Police Brutality)의 미셸 그로스(Michelle Gross) 회장은 인터뷰를 통해 “좋은 주민으로 살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고 비관했다.
그녀에게 대체요법을 지도했던 엘리슨 모나간(Alison Monaghan)씨에 따르면 저스틴은 “활기찬 성격의 소유자”로, 미국으로 간 것은 ‘자신의 마음이 원하는 대로 새로운 삶을 찾으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나간씨는 저스틴을 “타인에게 무엇이든 나눠주기를 좋아하는 세상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기억했다.
저스틴 데이먼드씨는 총격으로 사망하기 전 한 온라인 프로필에 “인간 뇌의 작용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문화를 변화시키는 데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데이먼드씨가 사망한 현장에는 지역 주민들이 그녀를 애도하는 꽃다발과 함께 경찰을 원망하는 문구를 놓아두었다. 사진은 ABC 뉴스 화면 캡쳐.
다시 붉어진
경찰의 공권력 남용
미네소타 주는 1년 전 한 흑인이 백인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의 충격이 채 아물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비슷한 일을 겪게 됐다. 지난 해 7월 한 흑인 남성 필랜도 캐스틸(Philando Castile)씨는 백인 경찰관 예로니모 야네즈(Jeronimo Yanez)가 쏜 총에 의해 사망했다.
한 달 전 야네즈 경찰관은 무죄 선고를 받았고, 그 결과에 충격 받은 지역 주민들은 경찰의 공권력 남용을 둘러싸고 비난을 쏟아냈다.
미니애폴리스 ‘전미유색지위향상협회’(NAACP, National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Coloured People)의 레슬리 레드몬드(Leslie Redmond) 부회장은 이번 사건에 대한 충격을 토로하고 연방경찰의 사건조사를 촉구했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