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피두센터에서 20세기를 대표하는 다큐 작가 중 한 명인 워커 에반스의 전시를 보고, 기자는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1937~) 전시가 열리는 전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티켓을 보여주고 들어가는데 사진 금지라고 알려준다. 작가의 자발적 의지로 정한 사진금지라며 양해를 구하는 친절한 직원의 설명과 미소를 받고 들어 간 호크니 전시실에는 묘한 열기가 감돌았다. 그 열기의 정체는 호크니 작품들의 강렬한 색상과 사진, 아이폰, 아이패드, 회화를 넘나드는 자유로움과, 호크니만의 그림에서였다.
한 작품씩 볼 때마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며 두근거렸다. 내가 알고 있던 세상이 전부인 줄 알다가, 이런 세상도 있구나 싶은 우물 안 개구리인 내 모습이 보였다. 너무나 넓은 세상이 있었다. 장님이 눈을 뜨면 이런 기분일까 싶은데 데이비드 호크니는 어렸을 때부터 청력이 좋지 않아 40세부터는 거의 들리지 않는 상태이다. 그는 청각을 잃어가는 대신 시각으로 모든 이미지의 경계를 넘나들며 담아내고 있었다.
호크니는 회화, 판화, 삽화, 사진, 무대미술, 일러스트 디자인, 그리고 ‘아이폰 드로잉’이라고 불리는 미디어통신 매체를 활용한 작품 등, 기법의 한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예술가이다.
영국 팝 아트의 대가 데이비드 호크니
이번 전시는 영국에서의 타트 브리탄 전시에 이어 파리 전시를 마치며 뉴욕에서도 전시될 순회전이다. 파리 퐁피두센터 전시에서는 7월 9일 80세 생일을 맞이한 호크니의 생일 파티도 전시장에서 있었다. 80세를 맞이한 호크니는 파리에서의 일정이 끝나면 로스엔젤레스 자택으로 가서 바로 그림을 그릴 것이라고 한다.
젊은 시절 침대 모서리에 “일어나라 그리고 작업하라”고 써놓았던 호크니는 지금은 젊은 아티스트에게 “일어나라 그리고 바로 작업하라”고 조언한다고 한다. 그만큼 그에게 작업은 중요하다. 피카소는 그림을 그릴 때 30살의 느낌이라고 했던 것처럼 자신도 그렇다며 80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실험적인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혔다. 다리가 불편해 지팡이를 지고 있지만 아직은 이젤 앞에 설 힘이 있고, 힘이 있는 한 작업을 하겠다는 호크니는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명으로 꼽힌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1937년 7월 9일 영국의 브랫포드의 공장지대가 많은 곳에서 노동의 그늘에서 성장했다. 그의 가족은 소박했고, 그의 아버지는 회계사 보조로, 어머니는 감리교 신자이자 채식주의자였다. 브랫포드 미술학교, 왕립미술학교에서 공부했고, 데생에 특출한 재능이 있었고, 많은 실험을 하는 것을 좋아하고, 약간 미쳐서 살았다는 호크니는 8살 때 예술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그렇게 되었다.
호크니는 1963년 런던에서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서 60년대 금기시 되었던 동성애를 주제로 작업을 하면서 명성이 높아졌다. 음울한 영국을 떠나 캘리포니아에서 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선명한 색과 밝은 패턴에 퇴폐적이면서 관능적인 분위기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진예술은 얼마 못가서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면서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에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이용한 다양한 각도와 다른 시간대에 찍은 풍경 사진을 포토 몽타주 시리즈까지 다양한 작업을 하기도 하면서 실험적인 작업을 많이 했다.
그러나 그는 사진에는 한계성이 있다며 자유롭게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회화작업을 선호한다. 그의 선호만큼 그의 회화작품들은 회화를 여전히 실험 가능한 예술로 보여주고 있다. 그의 작품에는 자유와 참신함과 신선한 서사와 이야기가 판타지처럼 살아 보이는 이의 새로운 감각을 깨우며 끌림으로 다가온다. 호크니의 터치는 생명력과 에너지가 살아 꿈틀 거리며 거침없는 색깔로 시선을 확 당긴다.
80세 생일을 맞이한 호크니의 특별회고전
이번 퐁피두센터 회고전은 젊은 시절부터 최근의 인물화 시리즈까지, 160여점의 회화, 사진, 판화, 비디오, 데생, 그의 생애동안 작업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마티스의 강렬한 색상, 피카소의 큐비즘을 연상시키는 작품 등 그의 실험적인 작업들이 함께하고 전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기회이다.
호크니는 “아이들은 낙관주의자로 경이로운 것들을 삶에서 발견한다. 어른들도 낙관주의자가 될 필요가 있다. 데생은 그래서 내게 중요하다. 데생을 통해 세상을 세밀하게 섬세하게 보며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하기 때문이다. 나는 항상 주관적인 방법으로 내 주변의 사물과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즉 이미지를 생성하는 다른 방법에 반영하기 위해 멈추지 않았다. 플로라이드, 팩스, 아이패드, 아이폰 등으로 다양한 시도를 했는데 그것은 나의 열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는 작품에 공간과 시간에 대해 말하고 있다.”
데이비드 호크니 회고전은 퐁피두센터에서 10월 23일까지 전시한다. 예술을 사랑하는 당신에게 찾아 온 기회, 데이비드 호크니 회고전이다. 그가 발견한 경이로운 세상이 퐁피두센터에서 기다리고 있다.
데이비드 호크니 (David Hockney)회고전
개관 : Centre Pompidou
전시기간 : 6월 21일부터 10월 23일까지
전시 시간 : 11h-22h(화요일 휴관)
요금 : 14유로
【프랑스(파리)=한위클리】조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