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는 ‘국가의 전면 개조론’을 논해야할 만큼 전방위적으로 충격적인 사건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시간이 기면서 정치적 논란, 이념논쟁을 넘어 국론분열 양상으로까지 치닫고 있어 심히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 미국 한인여성 커뮤니티인 ‘미시USA’ 회원들이 돈을 모아 박근혜 정부의 무능을 비판한 광고를 뉴욕타임스에 게재한 것이 논쟁에 불을 붙였다. 기다렸다는 듯 정부여당과 보수언론에서는 일제히 포문을 열고 나섰다. 지방선거를 눈앞에 두고 수세에 몰려있는 여당과 보수세력 입장에서 일종의 출구였던 셈이다. 

요즘 한국의 보수 언론을 보면, 세월호 참사의 정치적 선동과 국론분열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다. 유가족이나 시민들의 순수한 집회에 배후세력을 의심하고, 심지어 종북세력 운운하며 색깔 논쟁을 덧씌우기 시작한다. 또 다른 차원의 선동인 셈이다. 

유럽총연(박종범 회장)도 일찌감치 성명을 발표하고 이에 보조를 같이했다. 12일 낸 긴급성명에서 "이번 침몰 사고를 정치적으로 악용하거나 어떤 불순한 의도로 국론을 분열시키는 행위를 단호히 배격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럽 각국 한인회가 포함된 유럽총연이 대표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 각 한인회에 동의를 구했는지 의심스럽다. 재불한인회에서 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상황으로 보면 각국 한인회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각 대륙별 총연을 포함, 해외에 있는 한인회는 정부의 부속기관이 아니다. 물론 모국인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서 정부와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해야겠지만, 정부의 부실과 무능, 잘못에 대해서는 단호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

정부를 대변하는 성명에 앞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은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임을 인식하고, 세월호 비극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을 정부에 먼저 강력히 요구했어야 했다.

지금까지 추이를 지켜보면 박근혜 정부는 사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보다는 언론 검열과 여론 조작과 같은 반민주적 통제를 통해 진실을 은폐하는데 급급하고, 피해자 가족의 평화적 시위를 막고 사복 경찰을 보내 감찰하는 등 인권유린을 자행하고 있다.

언론자유도 68위의 후진국으로 전락한 지금, 방송 장악과 언론 통제를 위한 일체의 작업을 즉시 중단하고 언론자유를 보장할 것을 유럽총연은 왜 요구하지 못하는가? 

만천하에 드러난 진실을 손바닥으로 가릴 수는 없다. 더 이상 부끄러울 것도 없다. 이번에도 정치적 선동이나 이념논쟁으로 호도하고,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해 어물쩍 흉내내는 식의 개혁으로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암울할 뿐이다.

뼈아프게 성찰하고, 백지에서 다시 시작하는 각오로 제대로 세워갈 수 있도록 우리 재외국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그것이 나의 몫이고 한인회, 나아가 유럽총연의 몫이다.




한위클리 / hanweekl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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