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은퇴자 복지는 전 세계 43개 선진국 가운데 6위의 높은 수준이었다. 그런 반면 실제 은퇴자의 삶에서 온전한 자기 주택 소유여부는 이들 사이의 은퇴생활 수준 차이를 더욱 벌여놓고 있다. 사진은 비교적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즐기고 있다는 멜번의 존(John과 제니 볼드(Jenny Bold)씨.
프랑스 기반 자산관리사 ‘나타시’ 분석, 43개국 중 6위
지역별 은퇴자 생활비 달라... 무주택자 재정 부담 가중
호주의 퇴직자 복지 수준이 전 세계 선진국 가운데 상당히 높은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호주 은퇴자의 생활수준은 노르웨이, 스위스, 아이슬란드, 스웨덴, 뉴질랜드에 이어 6위로 나타났다.
지난주 금요일(20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 프랑스 기반의 글로벌 자산관리사인 ‘Natixis Global Asset Management’ 사가 분석한 ‘Global Retirement Index’ 결과를 보도하면서 호주 은퇴자들의 노후자금을 분석, 눈길을 끌었다.
‘나타시’(Natixis)가 이날 내놓은 전 세계 퇴직자 복지 인덱스는 은퇴자의 재정 수준뿐 아니라 각 국가의 복지 재정, 물질적 행복(material wellbeing), 삶의 질과 건강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 평가한 것이다. ‘나타시’는 여기에 각국의 경제적 성과를 평가, 종합 점수로 순위를 산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호주는 ‘삶의 질’과 ‘재정’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물질적 행복’ 및 ‘건강’ 부문에서의 다소 낮은 점수를 상쇄했다. 종합 평가에서는 전년도와 같은 78%로 집계, 6위에 랭크됐다. ‘나타시’의 지난해 ‘Global Retirement Index’에서도 호주는 6위로 집계된 바 있다.
‘Natixis Global Asset Management’ 사의 호주 매니저인 케빈 하란(Kevin Haran)씨는 “호주와 뉴질랜드 모두 퇴직자 복지 부문에서 높은 수준을 보였으며, 특히 ‘물질적 행복’ 항목에서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호주는 지난 1992년부터 의무적으로 퇴직연금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현재 은퇴자 퇴직연금은 2조4천억 달러에 달하며 앞으로 3년 후 이는 3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뉴질랜드는 ‘KiwiSaver’로 불리는 정부 관리의 은퇴자 연금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07년 시작된 것으로 호주의 퇴직연금과 같이 강제성은 없지만 이를 통해 퇴직연금을 비축하는 직장인 비율은 상당히 높다.
뉴질랜드는 환경 측면의 대기 청정도(air quality)와 행복감 등으로 평가되는 ‘삶의 질’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특히 호주와 뉴질랜드의 경우 일부 선진국에서 시행하는 소위 ‘요람에서 무덤까지’(cradle-to-grave)의 복지 시스템을 구현하는 국가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집계의 높은 은퇴자 복지 순위 결과는 매우 인상적이라는 평가이다.
호주 예비 퇴직자들,
‘은퇴 후 재정’ 준비에 소극적
그런 반면 호주인 퇴직자의 경우 은퇴 이후를 대비한 준비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는 것으로 평가됐다. 거의 600명에 달하는 은퇴자 및 400명 이상의 예비 퇴직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 결과 절반가량이 퇴직연금 이외 은퇴 이후를 대비한 여타 부문의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답변이었다.
또한 60세 이상 조사대상자 10명 중 1명은 본인의 ‘수퍼연금’에 얼마만큼의 자금이 비축되어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체 응답자의 60% 이상은 이 제도가 ‘혼란스럽다’거나 또는 정부의 ‘수퍼연금’ 개혁에 대해 정확이 파악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이와 관련, ‘Australian Unity Wealth’의 데이빗 브라이언트(David Bryant) 최고경영자는 “분명한 것은, 은퇴 이후의 노후 자금을 ‘수퍼’에 의존하는 대다수 베이붐 세대들이 이를(‘수퍼연금’)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외 계획도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예비 퇴직자들은 은퇴 이후의 상황에 대한 분명한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경제적 상황과 라이프스타일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판단인 것이다.
대다수 예비 퇴직자들은 재정적 안정과 안정된 노후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기본적 수준의 삶이 유지되고 자금 걱정 없이 약간의 여가를 즐기는 삶이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이었다.
그리고 이들이 원하는 ‘약간의 여가’에 대해 대부분은 ‘여행’이라는 답변이었으며 구체적으로 호주 일주나 외국 여행, 매년 갖는 홀리데이 또는 가족 방문이라고 말했다.
‘수퍼연금’ 적립만으로도
안정적 노후 가능
은퇴한 존과 베니 볼드(John and Jenny Bold)씨는 노후의 삶을 여유 있게 즐기고 있다. 호화로운 생활은 아니지만 이들의 삶은 편안하다. 정기적으로 해외여행을 즐기고 5명의 자녀들이 부동산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약간의 지원을 해 줄 정도는 된다.
올해로 72세인 존 볼드씨는 학교 교장으로 근무하다 퇴직했으며 67세의 제니 볼드씨도 파트타임으로 일하다 은퇴했다. 존은 이미 1999년 퇴직연령이 되었지만 이후 5년 더 풀타임으로 일했으며 이후에도 아르바이트 또는 캐주얼 일자리를 가져 오고 있다.
그는 “호주의 노년층 가운데 얼마나 많은 이들이 나처럼 운이 좋은지는 모르겠다”고 말한다.
이들 부부는 멜번(Melbourne) 외곽 버몬트(Vermont)에 온전한 자기 소유의 주택에서 살고 있다. 존은 확정급여형 퇴직연금(defined benefit pension)을 갖고 있다. 물론 이 연금은 인플레이션에 따라 다소 조정되기는 한다.
“교사를 위한 ‘수퍼연금’은 아주 좋은 계획이었으며, 노후의 재정적 안정을 위한 기반이었다”는 존은 “우리는 부유하지 않지만 평생을 받을 수 있는 연금은 마술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수퍼연금’만으로도 호화롭게, 사치스런 생활은 아니지만 안정적으로 노후를 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꽤 검소한 편인데, 4년여 만에 처음으로 킴벌리(Kimberley. 서부 호주 북부의 유명 여행지)에서 2주를 보냈다. 이것이 우리가 보낸 휴가 중 가장 비싸게 지불한 휴가였다”는 그는 은퇴 후를 대비한 덕에 편안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호주 각 지역별
은퇴 이후 생활비는?
미국 기반의 글로벌 보험사인 ‘Actuary Milliman’이 30만 명이 넘는 호주 은퇴자들의 실제 지출을 기반으로 작성한 ‘Retirement Expectations and Spending Profiles’ 보고서는 65세에서 69세 사이 퇴직 노년층의 1인당 한해 평균 지출은 3만1,068달러임을 보여주고 있다.
호주 퇴직연금협회(Association of Superannuation Funds Australia. ASFA)는 은퇴자 1인이 삶을 이어가는 데 있어 기본적으로 필요한 비용으로 2만4,250달러, 안정된 노후를 위해서는 4만3,665달러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Actuary Milliman’가 조사한 65세에서 69세 사이 은퇴자들의 연간 생활비는 이 중간쯤 되는 셈이다. 다만 ASFA는 은퇴 부부의 ‘편안한’ 노후 자금을 연간 5만9,971달러로 잡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이들이 ASFA의 이 기준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밀리만(Milliman) 사의 보고서는 은퇴자들에 대한 정부 보조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에너지 보조금(clean energy supplement) 및 노령연금(Age Pension)에 대한 기여도(연간 최대 20,745 달러)를 고려한 수치다.
보다 안정적인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서는 투자시장을 위협하는 침체기를 대비해 주식, 저축성 보험 등 종류별로 투자 대상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Actuary Milliman’ 사는 이 모든 투자를 통한 노후 보장금액이 총 지불액의 75%라는 가정 하에 한 사람당 퇴직연금(superannuation) 펀드 계좌에 연평균 13만 달러 정도의 잔액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은퇴자의 지출은 호주 각 지역별로 상당히 다르게 나타난다. 캔버라(Canberra) 거주자의 경우 연간 3만8,923달러로 호주 전역에서 은퇴자 지출이 가장 높다. 반면 타스마니아(Tasmania) 주 도시 거주 은퇴자의 연간 지출은 2만8,816달러이다.
은퇴 후 누릴 수 있는 보장금액의 비율이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캔버라에 거주하는 퇴직자 한 명이 필요한 한 해 연금 밸런스는 다른 지역보다 훨씬 높은 28만444달러로 추산된다.
은퇴자의 생활비 가운데 3분의 2를 고령자 연금으로 충당한다 해도 다른 지역의 두 배가 넘는 ‘수퍼연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가장 낮은 2만8,816달러의 연간 생활비로 집계된 타스마니아 주 도시 거주자의 ‘수퍼연금’ 밸런스는 캔버라보다 크게 낮은 9만1,829달러이다.
‘주택 소유’ 여부가
은퇴자 ‘삶의 질’ 결정
건강과는 별개로 퇴직자의 생활수준을 좌우하는 별개의 가장 큰 요소는 은퇴자가 온전한 자기 소유의 주택을 확보하고 있는가 여부이다.
지속적으로 치솟고 있는 주택 가격은 온전한 자기 소유의 주택에서 거주하는 이들과 임대주택에서 거주하는 은퇴자들 사이의 기본적인 생활수준 격차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
은퇴자의 주택 소유는 임대료 또는 주택대출 융자금을 상환하지 않음은 물론 세금 및 ‘퇴직연금’ 내에서의 특권적 상황으로 인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물론 임대주택에서 거주하는 경우 주택 가격 못지않게 상승하는 임대료 및 거주 안전성 여부는 나이든 연령층에게 있어 상당한 걱정거리임에는 분명하다.
‘Actuary Milliman’ 조사 결과 특히 주택 가격뿐 아니라 임대료가 가장 높은 시드니와 멜번, 캔버라의 경우 주택소유 여부가 은퇴자의 삶을 결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시드니의 경우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65-69세 사이의 은퇴자들이 연간 지출하는 비용은 3만1,987달러이다.
반면 금융 및 부동산 자산 컨설팅 사인 ‘코어로직’(CoreLogic)에 따르면 일반 임대주택에서 거주하는 노년층의 경우, 주택을 소유한 이들에 비해 연간 2만 달러가량을 더 준비해야 한다.
주택 가격과 함께 임대료가 크게 상승한 시드니 거주 은퇴자의 경우 특히 불리하다. 센터링크(Centrelink)로부터 받는 임대료 지원을 제외하고, ‘코어로직’ 사의 중간 예상치를 기반으로 감안하면 시드니 은퇴자는 연간 2만1,679달러가 추가로 필요하다.
‘Actuary Milliman’ 사의 가정, 즉 투자를 통한 노후 보장금액이 총 지불액의 75%라고 했을 경우 주택을 소유한 시드니 은퇴자의 경우 연금 밸런스는 14만5,597달러이다. 하지만 주택을 소유하지 못한 이들은 이보다 훨씬 더 높은 59만5,482달러의 밸런스가 요구된다.
문제는, 인구증가 비율에 따라 평생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달 나온 ‘센서스 2016’ 자료는 높아진 주택 가격이 주택소유에 상당한 타격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르면 25년 전인 1991년 인구조사 당시 주택소유 비율은 41%였으나 지난해 실시된 센서스에서 이 부분은 31%로 나타났다.
■ Global Retirement Index
(괄호 안은 지난해 순위)
1. Norway(1)
2. Switzerland(2)
3. Iceland(3)
4. Sweden(5)
5. New Zealand(4)
6. Australia(6)
7. Germany(7)
8. Denmark(12)
9. Netherlands(8)
10. Luxembourg(13)
11. Canada(10)
12. Finland(11)
13. Austria(9)
14. Ireland(16)
15. Belgium(15)
16. Czech Republic(18)
17. United States(14)
18. United Kingdom(17)
19. France(20)
20. Israel(19)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