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김태환 칼럼니스트
필자는 야구를 좋아한다.
무엇을 좋아한다는 것은 대체로 두 가지 요소가 작용한다.
날 때부터 음악을 좋아하는 것등은 부모나 집안 내력 즉 소위 천성으로 타고 났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그 고장, 국가의 문화적 사회적 환경 탓에 자신이 원했든, 원치 않았든 자연스럽게 젖어들어 좋아하게 되는 경우이다.
필자가 야구를 좋아하게 된 것은 필자가 다닌 부산사범부속 국민학교의 야구팀이 한국 동란 전에 전국 대회에 이름을 날릴 정도로 잘 해서 덩달아 좋아하게 되었다.
필자가 직접 체험한 야구 에피소드를 한편 소개해 드린다.
야구장에서 6-25전쟁 발발 알아
초등학교 3학년 어느 여름날 부산 구덕 공설 운동장 야구장에서 저의 학교가 야구 시합이 있어서 구경하러 갔더니, 야구장 입구에 두명의 헌병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저처럼 야구 구경온 꼬맹이들이 많아지자, 헌병이 오늘 38선 근처에서 전쟁이 나서 군에서 운동장을 접수했기때문에 시합은 없으니까, 집에 돌아가라고 일러 주었다. 바로 그날이 6-25 사변이 난 1950년 6월 25일 일요일이었다.
나중에 서울에 와서 중학교에 다닐 때 전쟁난 것을 언제 알았냐고 학우들에게 물어 보니 대부분 전쟁난 다음날인 월요일 학교에 가서 알았다고 하는데 필자는 멀리 부산에 살았는데도 야구 구경하러 야구장에 갔다가 알았으니 지금 생각해도 놀랄 일이라 하겠다.
그로부터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야구 구경은 한 번도 볼 수 없었고, 우리 학교 건물조차도 유엔군 병원으로 징발(徵發)되어서 가교사에서 공부했다. 우리 국민학교 출신 유명 야구인은 나중에 경남고와 실업 팀에 활약한 정병섭 선배님이 계시다.
전쟁이 끝나고 서울 K 중학교에 입학하니 이 학교는 전통있는 야구 명문이어서 학교의 시합이 있을 때마다 하교 후에 동대문 야구장에 가서 거의 빠지지 않고 시합 구경을 갔다. 그 고등학교도 야구를 잘 해서 야구 구경을 많이 다녔고, 특히 여름 방학 때는 한국일보사가 주최하는 재일 교포 야구 선수 초청 경기는 빠짐 없이 보았다. 그 무렵 장훈 선수의 홈런과 야외에서 공을 잡아 단숨에 포수에게 까지 던지는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결국 그는 일본에서 야구로 대성했다.
김응룡 스카우트 비화
고등학교 때 야구 얘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비화(祕話) 한토막. 우리가 고등학교에 입학 할 때는 질서가 잡혀서 뒷구멍으로 들어오는 소위 ‘보결생’이 없어졌는데, 당시 전국 대회에서 우승하여 이름을 날리던 부산 개성 중학교 야구부 배터리 (투수와 포수)를 그대로 스카우트해 왔다. 나중에 들으니, 선배들의 입김에 호랑이 K교장도 손들고 그들을 영입했다고 한다. 우리 학교는 그들이 들어 올 때는 뒷문을 열어 줬으나, 학교 수업 (성적 등) 과정에는 하나도 봐주는 것이 없어서 포수인 K 군은 2 학년 때 보니까 없어졌고, 다시 부산으로 내려갔다고 들었다. 그 K 군이 유명한 김응룡씨이다. 그는 부산으로 내려가서 오히려 야구인으로 대성했다, 축하할 따름이다.
2차대전 중에도 야구 경기 허용
1974년에 야구의 나라 미국에 왔다. 아주 인상적인 것은 제2차대전 중에도 로즈벨트 (Roosevelt) 대통령의 특별 배려로 메이져 리그 야구 시합을 중단시키지 않았다 한다. 암울한 전쟁기에도 시민들에게 즐길 수 있는 Entertainment 가 필요하다며 그 당시 거의 유일한 대중 오락 행사를 계속 유지해준 로즈벨트 대통령의 훌륭한 탁견에 찬사를 보낸다.
야구의 나라니까 시즌 중에는 거의 매일 시합이 계속되고, 중요 게임은 중계도 했지만 매일 즐길 수는 없었다. 필자가 근무한 곳은 모두 대도시여서 대부분 야구 팀이 있었지만 자리가 잡힐 때 까지는 야구 구경 한 번 못 가봤다. 특히 매일 수업이 졸업 시험과 같았던 Harvard Business School (하버드 경영 대학원) 시절에 Red Sox 시합 구경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야구는 경기 시간이 너무 길어서 즐기지 않는 분들도 많다. 경기 시간이 긴 것은 야구가 전략 경기라 하듯이 감독이 경기 상황에 따라 선수들에게 일일이 작전 지시를 내리고 투수의 투구에 따라 상태를 체크하고 얘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선수 교대( 투수, 타자, 야수) 를 자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구조적으로 길어지는 이유는 공수(攻守 )교대 시간을 종전에는 1 분 간격으로 하였으나, 구단들의 광고 수입을 늘여 주기 위해서 그 시간을 2분으로 연장시켰기 때문이다. 너무 길어지는 경기 시간 때문에 경기장에서 구경하는 관객이나, 집에서 중계방송을 즐기는 시청자가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투수가 포수로부터 공을 받아서 다시 던져야하는 투구 간격을 좁혀서 경기를 가급적 신속히 진행하려는 야구협회의 노력도 그래서 나왔다.
메이져리그의 진수는 올스타전과 월드시리즈
4월초부터 시작해서 9월 말까지 진행되는 시즌 경기 중 가장 대중의 호응을 받는 것은 올 스타전(All-Stars Game) 으로 보통 7월 중에 행해지는데, 각 포지션 별로 투표로 선발하고 30개 야구팀에서 적어도 한명씩 참가하게 되어 있다. 금년의 올스타 전에서도 아메리칸 리그팀이 이겼다.
뭐니뭐니해도, 메이저리그의 꽃은 정규 시즌이 끝난 다음에 벌어지는 (Post Season) 리그별 우승자 선발 후에 벌어지는 월드 시리즈 게임으로 총 7번 가운데 4번을 먼저 이기는 팀이 우승팀이 된다. 올해는 필자가 사는 동네인 LA 의 Dodgers 성적이 좋아서 오랫만에 월드 시리즈에서 우승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야구를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득점(Run)을 내려면 타자가 안타(hit)를 치든지, 볼넷 (Four Balls, Walk ), 또는 투수가 던진 공에 맞아서 (死球, Dead Ball, Hit by Pitch) 일루(1st Base)에 나간 다음 후속 타자가 2루, 3루 그리고 홈까지 올 수 있게 안타로 밀어 줘야 하며, 홈런을 치는 경우에 단숨에 각 베이스를 돌아서 본루(Home)에 돌아와 득점이 된다.
안타를 많이 쳤지만 질 수도 있다. 안타가 연속적으로 나와서 득점과 연결 되어야지 산발 안타만 날리면 득점을 이루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가 일상에서도 좋은 결실을 이룰 때 힛트 쳤다고 말한다 즉, 적시타(Timely Hits)로 득점을 이루는 야구의 예에서 따온 말이다.
여러분들도 산발 안타만 낼 것이 아니라 집중 안타를 쳐서 점수를 내는 힛트를 많이 내시기 바란다.
다 끝나기 전에 끝난 것은 아니다
야구 세계에 통하는 아주 유명한 경구가 있다. “다 끝나기 전에 끝난 것은 아니다 “ (it’s not over till it’s over.) 이 말은 뉴욕 양키즈 팀의 유명한 포수 였던 Yogi Berra 가 한 말로써, 대세가 기울어졌다고 비관만 할 것이 아니라 9회말 (또는 연장전시 승부가 완전히 확정되기 전에 ) 다 끝난 경기라고 낙담하지 말고 분발하면 이길 수도 있다는 말이다. 비단, 한 경기만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시즌 도중에 선두 팀과 승수(Win Differentials)가 멀리 떨어져 있다 하더라도 분발하면 역전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의 명언은 인생 전반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이글 가운데 이 문귀 하나만 기억하셔도 큰 도움이 될 줄로 믿는다.
프로야구는 어디까지나 Business
7월 31일이 되면 구단들이 포스트 시즌 진출 여부를 고려해 자신 있는 팀(Buyers)은 다른 팀으로부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줄 선수(투수, 강타자 등)를 트레이드 (교환 또는 돈을 주고 사들이기)하고 반대로 금년 장사는 한물갔다는 판단이 나오는 팀(Sellers)은 소속 선수 가운데 다른 팀에서 탐을 낼 선수를 돈을 받고 팔거나 다음해에 필요한 선수와 맞바꿈도 한다.
프로 야구는 어디까지나 사업이어서 선수들을 상품과 같이 사고 판다. 이 장사를 가장 잘 하는 곳이 뉴욕 양키스팀으로 주로 이름 있는 선수들을 데려다 놓아서 그런 선수들의 묘기를 보여주는데 역점을 두어 많은 관객들로 객석을 꽉꽉 메워서 입장료 수입이 대단하다. 그래서, 구단 가치가 엄청난데, 이 모든 것 (상업적 성공)은 타계한 구단주 스타인브레너 (Steinbrenner) 덕분이다. 양키즈 팀 이야기는 다음에 더 하겠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김태환의 한국현대사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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