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생활 이야기] 빨간 불에선 기다리는 지혜 필요

(탬파=코리아위클리) 신동주 = 우리 생활 속에서 교통질서 지키기는 중요하다. 내가 출석하고 있는 교회를 가려면 신호등 17군데를 지나야 한다. 주일이 되면 반드시 통과해야 할 이들 신호등은 정지, 진행을 반복한다.

어떤 날은 교회 시간 맞추기가 어려울 때가 있는 데, 이런 날일 수록 신호등은 한 개도 빠뜨리지 않고 빨간불을 달고 있다. 이런 때는 보통 45분 거리를 1시간이나 소요해야 한다.

그러나 간혹 이 많은 신호등 앞에서 한 번도 정지하지 않고 청색만을 맞게 되는 날도 있는데, 마치 열차가 쉬지않고 궤도를 달려가듯 논 스탑으로 교회에 도착하면 기분이 무척 좋다. 이런 때 아내가 하는 말이 있다.

"우리 인생행로가 이렇게 오늘같이 청색 신호로만 이어진다면 얼마나 좋을 까요"

그러나 이런 일은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없다.

생각해 보면 신호등은 도로에만 설치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들 인생행로에도 빨간불이 종종 켜진다. 뜻하지 않은 재난을 당하거나 갑작스레 병에 걸리거나 실직을 하거나 생업이 어려워 지는 때가 있다. 뿐만 아니라 가정 불화가 생기고,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기도 하고, 아무리 애를 써도 문제가 풀리지 않고 꼬이기만 할 때가 있다.

이럴 때 막무가내로 덤비거나 어쩔줄 모르고 허둥지둥 하다가 돌이키기 어려운 일을 저지르는 경우가 있다. 비관적이며 절망스런 감정에 못이겨 극단적 행동으로 자신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불행으로 끌고 들어가기도 한다.

그러나 인생에서 빨간 불만 계속 되는 일은 없다. 잠시 기다리면 파란 신호가 어김없이 들어오게 마련이다. 정지 신호는 마음을 가다듬고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며 앞 길을 차분히 생각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파란 신호를 기다린 다는 것이 때로는 지루하고 답답한 일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 마음을 이기지 못할 때도 있다.

어느 날 우편물 박스에 낯선 편지 한 장이 배달되었는 데 열어보니 신호위반이 찍힌 사진과 함께 과태료 154불짜리 청구서가 있어 깜짝 놀랐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기억이 나지 않고 첨부된 사진을 보아도 나에게 낯선 지역이었다. 며칠 동안 서신을 책상위에 올려놓고 몇 차례 내용물을 다시 꺼내 보았지만 그 사진속에 있는 차는 분명 내 차였다.

확대경으로 글자를 살펴보니 날짜와 도로 이름이 보였다. 올랜도 아들 집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인 데, 그 날 집에서 출발한 시간이 오후 3시인 데 서신 속 날짜는 3시 8분이었다. 이 시간은 집에서 나와 50번 도로에 진입할 때 쯤이다. 그곳에 빨간불 주행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음이 분명했다.

감시카메라 설치 여부에 관계없이 법을 준수해야 하는 데, 그렇게 하지 않아 댓가를 받은 것이다.

한 가지 의문이 있다면 본선으로 진입할 때 사방에 차량이 전혀 없을 경우 우회전은 위법이 아니라고 알고 있었는데 나의 생각이 틀렸나 하는 것이다. 우회전시에도 빨간 불 앞에서는 일단 정지해야 하는 것인가. 이 기회에 빨간 신호 보다는 노란불 신호를 더 잘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생에서도 빨간 불을 만나면 가던 길을 멈추고 양 옆과 뒤 등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조급함으로 도리어 위험한 상황에 빠지기 보다는 파란 불로 바뀌기를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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