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코리아포스트) 최근 노동당이 극도로 부진을 보인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가 잇달아 나온 뒤 당 대표가 전격 교체되는 등 뉴질랜드 정가에 지각변동이 일어난 가운데 윈스턴 피터스 대표가 킹메이커로 등장한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30일(일) ‘One News Colmar Brunton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이 해당 설문조사가 시작된1995년 이래 가장 낮은 24%의 지지율에 머문 것으로 나타나자 노동당은 곧바로 이틀 뒤에 당의 간판 얼굴을 앤드류 리틀(Andrew Little)에서 자신다 아덴(Jacinda Ardern) 의원으로 바꿨다.
선거를 불과 7주 앞두고 37세라는 젊은 나이의 여성 의원에게 당 대표를 맡긴 제1 야당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결과가 주목되고 있으며, 한편 정치 평론가들은 이번 총선에서 가장 각광을 받을 것으로 예견되는 인물이 윈스턴 피터스 뉴질랜드 제일당 대표라는 데에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그것은 이번 여론조사 결과가 만약 그대로 9월 23일(토) 실시되는 총선에 반영된다면 현 집권 여당인 국민당 연립정권이 연속해 정권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추락하는 노동당, 약진하는 녹색당>
7월 30일(일) 나온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동당은 7월 초 실시된 같은 조사 때보다 3%p나 지지도가 추가 하락해 24%에 그쳤는데, 이는 노동당이 참패했던 지난 총선 당시 25%는 물론 해당 여론조사가 시작된 1995년 이래 가장 저조한 지지율이다.
노동당은 금년 2월 이후 실시된 같은 여론조사에서 지난 5월까지도 30% 정도의 지지율을 줄곧 기록해 왔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녹색당이 약진하고 다른 정당들이 조금씩 오르는 동안 해당 정당들이 가져간 지지율 차이만큼을 고스란히 뺏긴 셈이 됐다.
이는 지난 특히 헬렌 클락 총리가 물러나면서 야당이 된 이후 들어선 필 고프 현 오클랜드 시장을 비롯한 데이비드 컨리프, 데이비드 시어러, 앤드류 리틀 등 새 당 대표들이 이렇다 할 지도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녹색당은 이번 조사에서 종전보다 4%p나 지지율이 급격하게 올라가면서 15%라는 좀처럼 접해보지 못한 지지율에 도달했는데, 이는 노동당과는 정반대로 해당 여론조사 역사상 녹색당에 대한 지지율로는 가장 높은 상황이다.
통상 녹색당은 고정적 지지층이 존재해 지금까지 10%를 조금 넘는 선에서 지지율이 안정적으로 움직여 왔으며 그 이상으로 오르는 경우도 보기 드물었는데, 이번과 같은 높은 지지율에 녹색당 관계자들도 놀라는 모양새다.
한편 집권당인 국민당은 7월 초 조사 때와 같은 47%의 정당지지율을 보여주었으며 NZ제일당 역시 종전과 다름 없는 11%를 기록했고, 소수 정당들 중에서는 ‘The Opportunities Party’가 2%로 두각을 나타낸 반면 마오리당은 종전보다 1%p 하락한 1%의 저조한 지지율을 기록했다.
<여야 모두 정권 잡으려면 제일당 지지 필요>
만약 이번에 나타난 정당지지율이 내달 총선에 그대로 적용된다면 122석의 국회의석 중 국민당 57석, 그리고 ACT당과 미래연합당, 그리고 마오리당이 각각 1석씩을 차지해 현재 연립정부를 구성중인 여당 쪽이 60석을 가지게 된다.
반면 제1 야당인 노동당이 30석, 그리고 녹색당이 18석을 차지해 분명한 야권 세력인 두 당이 총 48석을 차지한다.
이른바 혼합비례 대표제(MMP)를 선택하고 있는 뉴질랜드 정치 시스템에서는 한 개 정당이 단독으로 집권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우며 통상 연립정부가 수립되는 게 관례이다.
그 같은 상황에서 이번 총선에서 14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NZ 제일당이 어느 쪽에 서느냐에 따라 결국 정권의 향방도 달라지게 되며, 킹메이커가 될 피터스 대표로서는 이를 놓치지 않고 최대한 이용하려 들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 노동당 부진>
한편 ‘One News Colmar Brunton 여론조사’ 발표 다음날 나온 ‘Newshub-Reid Research’에서도 정당별 지지도가 One News 조사와 다소 다르기는 하지만 비슷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결과가 나왔다.
이 조사에서는 국민당이 45.2%, 그리고 녹색당과 NZ 제일당은 해당 조사가 시작된 지 9년 만에 처음으로 동일한 각 13% 지지율을 얻은 것으로 나왔으며 특히 제일당은 종전 같은 조사보다 3.6%p나 지지율을 높였다.
반면 이 조사에서도 노동당은 종전 같은 조사 때보다 2.3%p가 떨어지면서 이 조사 시행 이래 가장 낮은 24.1%로 집계됐으며, 이는 One News 조사와 0.1%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노동당의 부진이 깊어지고 있음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조사 결과를 의석 숫자에 대입하면 국민당 56석에 ACT와 미래연합당, 그리고 마오리당이 각 1석씩 차지해 현재의 여권이 59석에 그치는 반면, 노동당이 30석, 녹색당이 16석을 차지하며 제일당이16석으로 One News 조사보다 오히려 제일당의 역할이 더욱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결국 이민 문제가 총선 이슈 중 하나로 등장한 상황에서 한국 교민을 비롯한 이민자 커뮤니티로서는 반이민 정책의 대표 주자로 회자되는 피터스의 등장이 달갑지 않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덴 노동당 신임 대표가 선거 슬로건을 곧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메티리아 투레이(Metiria Turei) 공동대표의 ‘워크 앤 인컴(Work and Incom)’ 수당 부정 신청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어 총선 때까지 안개 속 같은 정가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총리 후보에서도 크게 밀린 노동당>
한편 One News 조사에서는 총리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빌 잉글리시 현 총리가 전보다 2%p가 올라28%를 기록했고 1%p가 하락한 피터스 대표가 10%로 2위에 올랐다.
반면 노동당 앤드류 리틀 전 대표는 종전과 같은 지지율에 머물면서 1%p가 오른 아덴 신임 대표와 같은 6%에 불과한 지지율을 획득했다.
이번 One News 여론조사는 지난 7월 22일부터 27일 사이에 전국 유권자 1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오차율은 +/- 3.1%이다.
또한 ‘Newshub-Reid Research’는 7월 20일에서 28일까지 전국 유권자 1000명 중 750명은 전화로 나머지 250명은 인터넷을 이용해 조사했으며 오차율은 +/- 3.1%이다. (사진은 자신다 아덴, 켈빈 데이비스 노동당 신임 대표와 부대표, One News 여론조사에서 예측된 의석)
서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