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까지는 우리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금주부터는 이웃 문화에 대해 알아 보고자 한다. 지난 주 이야기에‘지피지기 백전불태 (知彼知己 百戰不殆: 나를 알고 상대를 알면 절대로 위태로워지지 않는다.)’라고 끝 맺었다.
우리에 대해 알아 보았으면 이제는 남도 알아야 한다. 그 첫 번째로 중국에 대하여 고전(古典)을 통해 살펴보도록 한다.
금세기 최고의 천재인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소크라테스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나의 기술을 주어도 좋다.”라고 이야기했다고 하는데 이는 인문학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한 것이면서 인문학이 시대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처럼 과학이 인문학과의 융합을 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과학이 발달하면 할수록 인문학과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인문학으로부터 많은 것을 얻어 내고 있다.
인문학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고전(古典)이다. 최근 현대 경영에서도 고전은 대세다. 인문학이 학교에서는 차가운 대접을 받지만 사회에서는 뜨거운 대접을 받는다. 역설적이지만 학교에서는 인문학 강좌가 폐강되기 일쑤지만 사회에서 인문학 강연은 줄을 잇고 있다.
중국의 주희(朱熹)는 진리를 터득하여 성인이 되기 위해서 경전을 읽었다면 일반인은 비판 의식을 가진 건전한 시민이 되는 데 도움을 얻고자 읽는다고 말했다. 그런 맥락에서 신정근 교수의‘동양고전이 뭐길래(동아시아: 2012)’는 한 번 필독해 볼 가치가 있다. 저자는 성균관대 교수로 많은 한국학 관련 학회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사) 선비정신과 풍류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 <동양 철학의 유혹>, <논어의 숲, 공자의 그늘>, <어느 철학자의 행복한 고민>, <사람다움이란 무엇인가> 등 다수가 있다.
최근에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21세기북스: 2011)’로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온 동양 철학자이다.
고전 25책은 팔경(八經), 오서(五書), 십이자(十二子)로 중국 고전을 총 망라한 것으로 동양 철학의 입문서이다.
8경 중‘주역(周易)’에서 자력 구원의 길을,‘시경(詩經)’에서 주 나라 건국 신화를,‘서경(書經)’에서 덕의 나라를,‘예기(禮記)’에서 상호 존중의 정신을,‘춘추(春秋)’에서 사후 심판을,‘악경(樂經)’에서 인간의 쾌감 본능을,‘이아(爾雅)’에서 동일성의 제국을,‘효경(孝經)’에서 영생을 향한 인간의 욕망을 읽어내고자 했다.
5서 중‘논어(論語)’에서 사람다운 삶을,‘맹자(孟子)’에서 올바른 삶의 근원을,‘대학(大學)’에서 삶의 진화를,‘중용(中庸)’에서 기우뚱한 균형의 혁명 논리를,‘소학(小學)’에서 가학적 도덕의 특징을 밝히고자 했다.
12자 중‘관자(管子)’에서 소인 시대의 개막을, ‘묵자(墨子)’에서 급진적 이상주의를,‘노자(老子)’에서 모순 없는 차이의 창조를,‘장자(莊子)’에서 변신 유희의 자유를,‘순자(荀子)’에서 제국의 설계를,‘손자(孫子)’에서 주관 능동성의 발휘를,‘한비자(韓非子)’에서 멸사봉공의 이데올로기를,‘상군서(商君書)’에서 국가주의의 기획을,‘전국책(戰國策)’에서 조작주의 사고를,‘공손룡자(公孫龍子)’에서 개별자의 존엄성을,‘양주(楊朱)’에서 핍박보다 나은 죽음의 역설을,‘추연(騶衍)’에서 역사의 분할을 드러내고자 했다.
이처럼 우리 동양 철학도 다양한 사상과 논조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동안 서양 철학 - 서양 고전에는 많이 익숙해져 왔다.
아마도 교과서에서 취급을 적게 하고 대학 입시에 출제되는 것들 중심으로 공부를 해서 그럴 것이다.
그리고 동양 특히 한문 서적을 읽는 것은 고리타분하다는 선입견에 빠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문화권의 고전이야 말로 우리 현실에 잘 맞는 사례가 될 것이다. 비단 역사만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사상도 되풀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 번주는 시작을 스티브 잡스로 했으니, 마무리 역시 그의 말로 맺을까 한다.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점에 애플(Apple)이 있다. 세계 유수 IT 업체들이 기술을 앞세워 경쟁하지만 이를 압도할 힘은 인문학에서 나온다.’
금세기의 가장 뛰어난 창의력을 가진 IT(정보통신)의 천재의 말이니 다시 한 번 새겨 들을 필요가 있다. 새롭게 떠 오르는 4차 산업 역시 기술이 근간을 이루겠지만 그 바탕에는 인문학을 통해 얻은 창의적 사고가 기틀이 되는 것이다.
인문학은 과학과 대치되는 학문이 아니라 서로 보완해주는 충실한 동반 학문인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영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