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감동을 주는 '직장인 학생들'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저는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합니다. 주로 저녁과 주말에 강의를 합니다. 그런 프로그램은 직장인들을 위하여 개설한 경영학 석사 과정입니다. 저는 직장인들을 가르치는 임무를 보람으로 여기며 직장인으로서의 경험을 나누는 강의실 분위기를 좋아합니다.
학생 전원은 학사학위를 소지한 사람들입니다. 일을 좀더 잘 하려고 석사학위를 취득하려는 학생들이라고 믿고 싶지만 실은 다 승진의 가능성을 향상시키고 좀더 풍요로운 커리어를 쌓으려는 의도가 강하다고 믿습니다.
군 기지내의 강의실에는 소위로부터 대령까지 있습니다. 군인들은 진급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석사학위를 취득하려는 사람도 있고 제대준비를 하려는 의도를 갖고 공부를 하는 군인들도 있습니다. 즉 현역의 신분으로 공부를 하면 정부의 보조금으로 수업료를 지불하기 때문에 학생 개인의 부담은 적고 경영에 관한 지식을 얻어 제대 후에 착수할 사업에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하는 것입니다.
어려운 사정을 무릅쓰고 공부를 하는 학생들도 종종 있습니다. 동남아에서 온 한 여학생은 자기의 부친이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체포되어 감옥에 갇혀 있는데 가족들은 가택연금을 당하여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 학생 자신은 중국 음식점에서 시간당 임금을 받으면서 푼돈을 모아 가족에게 송금을 한다고 했으며 친구의 아파트에서 약간의 월세를 보태가며 석사학위를 위하여 학교에 나온다고 했습니다.
일단 정치적인 망명을 신청해 놓은 상태라서 추방의 염려는 없지만 우선 석사학위를 받아 좀더 나은 금료를 받을 직장을 구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했습니다. 아직 미국의 영주권이 없음으로 수업료를 정부로부터 빌릴 수도 없어서 거의 문자 그대로 입에 풀질을 하다시피 생활하면서 학업을 지속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 학생을 가르치면서 측은하기도 하고 감동을 받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모든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학생들도 있습니다. 특히 한 쌍의 부부학생을 저는 좋아합니다. 40 중반의 이 부부학생은 자녀가 이미 4명입니다. 남편은 자동차 회사의 간부로 재직중이며 아내는 여자 수영복 회사에서 중책을 맡고 있습니다.
그들은 정규적인 직장에 충실할 뿐만 아니라 건축청부업자로서 자격과 인가를 획득하고 헌집을 수리하는 청부를 맡아 강의 가 없는 주말에는 그 사업에 전념하기도 합니다. 자녀들이 다 초등학교 학생이기 때문에 주말에 학교에 오기 위해서는 베이비 시터를 채용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들입니다.
저는 그 학생부부에게 자녀들을 데리고 교실로 오도록 허락을 했습니다. 교실 뒷 쪽에 컴퓨터 게임을 비롯하여 자기들이 좋아하는 게임보이 같은 게임을 즐기도록 하면 그 아이들이 떠들지도 않고 착하게 3-4시간을 교실에서 보냅니다. 물론 그 부부학생은 자녀들과 가까운 뒷자리에 앉도록 해줍니다.
이 부부학생에게는 숙제도 텀페이퍼 발표도 공동으로 하도록 해줍니다. 둘이서 한통의 숙제만 제출하면 되고 발표도 같이 공동을 하도록 해주었습니다.
부모 역할과 대학원 학생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직장인으로서 그리고 사업가로서 바쁘게 생활하는 그 부부학생은 교수인 저 자신의 자랑일 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이 부러워 하는 모범이기도 합니다.
다른 학생들에게도 소란을 피우지 않는 다면 자녀를 교실에 데려오도록 허락을 했습니다. 한 학생은 간호사인데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영재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우수학생이라고 했습니다. 그 고등학교 여학생이 교실의 뒷 자리에 앉아서 엄마가 공부하는 강의를 같이 들으면서 많은 동기부여를 받는다고 했습니다. 알코홀 중독자이었던 전 남편과 이혼을 하고 좀더 나은 생활을 하며 딸을 잘 교육시키고자 하는 염원에 불타는 심정으로 석사학위를 공부하는 그 간호사도 저에게는 감동을 주었습니다.
69세가 된 학생이 있었습니다. 일생동안 열심히 일을 하여 어느정도 재산도 모았고 이제 생활 걱정을 없지만 여생을 좀더 보람있게 보내기 위해서 석사학위를 공부한다고 했습니다. 학위를 얻은 후에는 초급 대학교에서나 아니면 직업전문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보람을 느끼고 싶다는 그 노인 학생도 저에게는 감명을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