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생활이야기] '골프천국' 플로리다에서 사는 즐거움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이희호 = 플로리다는 누가 뭐래도 자타가 공인하는 '골프천국'임에 틀림없다.
뉴저지에 거주하던 때인 75년부터 골프를 시작했으나 그곳에서는 골프 예약이 힘들었다. 사설(개인) 골프장은 예약이 쉬운 대신 값이 비쌌고, 카운티 골프장은 골프 예정일인 일주일 전 저녁 7시에야 팀 예약을 받았다.
더구나 그 예약도 10분 내에 모두 끝나 버렸다. 예약을 하지 못한 사람들은 새벽 6시경에 골프장에 가서 예약자끼리 예약 순번을 짜고 있다가 7시에 사무실이 열리면 예약 시간을 받았다.
이 때도 사무실은 시간마다 한 팀(4명)씩만 받았기 때문에 예약을 받지 못하면 대기자로 '등록'할 수 밖에 없다. 이 중에서 9홀만 치려면 처음 1시간 동안만 백 9홀을 칠 수 있게 해 주었다.
70년대 당시 골프장 골퍼 가운데 3분의 1정도는 한국 여성들이었는데, 그들은 양산을 쓰고 나왔기 때문에 골프장 여기저기에 울긋불긋한 양산부대가 있었다. 게중에는 퍼팅 그린에까지 양산을 받고 가서 플레이를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스타트에는 반드시 4명이 한 썸이 되어야 플레이를 할 수 있었고, 때로 미국인과 한 썸이 되기도 했다. 일부 미국인들은 '여러곳을 다니며 골프를 쳤지만 여기처럼 양산을 받고 골프 치는 곳은 처음 보았다'며 불평을 하기도 했다.
또 한인 젊은이들은 거의가 프로들이 칠 수 있는 곳인 블루 티에서 치다가 훼어웨이에 공을 보내지 못해 숲 속에서 공을 찾느라 시간을 지체하기 일쑤였다. 이 때도 뒤 팀에 진행을 양보하지 않아 짧은 코스에 가면 몇 팀이 대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골프 요금은 시니어들에게는 주중에만 할인을 해주고 경기 도중 일기 불순으로 진행할 수 없을 때에는 레이어웨이(미 경기분을 차후에 보장해주는) 혜택을 주지 않았다.
카운티 골프장이지만 요금은 개스차 포함해서 40불이나 됐다. 그나마 타운 외 손님에게는 요금을 거의 배나 요구했다.
이런 곳에서 40여년을 골프 치다가 노년에 추위를 이기지 못해 플로리다 아들 옆으로 와보니 이곳은 그야말로 골프의 천국이었다. 지난 해 여름에는 어느 골프장에서 12불로 어느때나 골프를 쳤으니 세상에 이런 곳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조금 아쉬운 점은 사회 보장금 지급액이 뉴저지보다 적다는 것이다. 대신 무료혜택은 많다.
나는 6.25 휴전 회담이 임박했을 때 강원도의 최전방이었던 금성에서 벌어진 전투에 참가했다. 이때 중공군의 직사포 옆 호에 있던 친구는 전사하고 그 폭음의 여파로 나는 양쪽 고막이 약해져서 보청기를 끼고 있는 데 플로리다에서는 이를 무료로 제공해 주었다. 또 노환으로 일부 잇몸이 약해져 부분 틀니도 해야 했는데 이 또한 무료 혜택을 받았다.
문제는 이렇게 골프 환경도 좋고 무료혜택도 좋은 플로리다에서 앞으로 골프를 얼마나 더 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건강을 생각해 골프 성적 내기보다는 햇볕 쬐며 신체를 단련한다는 생각으로 공을 치고 있다.
젊은 동포들은 이곳 환경이 얼마나 좋은지 되새기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