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가 뉴욕에서 천덕꾸러기를 면한날
Newsroh=이오비 칼럼니스트
상상을 해본적은 있다. 이 복잡한 뉴욕시내에 차도 사람도 없이 나홀로 에비뉴와 스트릿 사이를 걸어다니는 것을. 영화 '나는 전설이다'에서 좀비의 세상으로 바뀐 도시에 생존자 윌 스미스는 맨하탄 곳곳을 혼자 돌아다니며 생존자를 찾는데 썰렁하고 텅빈 맨하탄의 풍경은 관객에게 충분히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리얼 맨하탄은 도보에서조차 걷기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급하게 걸어가고 차도는 꽉 막혀 경적(警笛)과 사이렌 소리로 채우고 최근에는 배달 자전거때문에 사고가 나기 십상이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몇 군데 있지만 행인들, 정차차량, 자전거가 뒤죽박죽 모두 섞여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맨하탄에서 차 없이 차도 7마일 정도를 오로지 자전거와 사람들만이 걸을 수 있다면 기분이 어떨까?
글로벌은행 씨티는 도심속 혼잡함을 피해 몇년 전부터 씨티바이크를 맨하탄 시내 곳곳에 설치 뉴욕커들의 교통수단으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자전거에게 친절하지 않는 뉴욕시에서 바이크를 타기란 여전히 쉽지 않다. 나 역시 몇년 전부터 연회원으로 등록했지만 단 한번도 타본적이 없다. 올 여름 그룹 citi에서는 NYC와 함께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했는데 8월 5일과 12일, 19일 총 세번의 토요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시까지 Park Ave 약 7마일을 차 없는 거리로 자전거와 사람들만이 걸을 수 있는 summer streets 행사를 마련한 것이다.
다운타운 브룩클린 브릿지부터 센트럴파크 72가까지 차 없는 거리, 차도 중앙선을 걷는 시민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짜릿하다. 많은 사람들이 뉴욕의 다양한 퍼레이드 참여해서도 길 막고 걷지 않느냐 라고 반문하는데 몇 블락을 순서에 맞춰 식순에 의거 걸어야하는 행사와 달리 써머스트릿은 아무때나 정해진 시간내에 내가 원하는 교통수단으로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큰 차이점이 있다.
실제 지난 토요일 내가 걸을 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치는 부녀의 모습을 보았는데 사실 도시에 살면서 자전거를 타기도 특정장소가 아니면 힘들지만 가르칠 만한 공간도 없다. 공원에서의 산책과는 다른 고층빌딩숲 사이를 유유히 걷는 유모차를 끄는 엄마,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하는 사람들, 애견들과 걷고 뛰며 자기와의 싸움으로 조깅을 하기도 하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거리를 누비기도 한다.
인도에서조차 길 한켠을 차지한 쓰레기더미들, 사람들에게 치이는 것은 물론 조깅하는 사람들로 묘기하듯 걸어야하는데 이 날만큼은 7차선에 가까운 넓은 차도를 걷고 달리는 사치를 누릴 수 있는 셈이다. 몇 군데의 쉬는 장소가 있는데 25가쯤에는 Rest Stop이자 Sample Zone으로서 무료 아이스크림과 음료, 물 등을 제공하는가 하면 안전을 위한 First Aid부스, 헬멧 사이즈를 맞춰주는 Free Helmet Fitting부스 등 다양한 서비스가 준비되어 있으며 그 다음 블락에는 아담한 스테이지가 마련되어 다양한 무대행사로 지친 몸을 쉬어갈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다. 차도에서도 인도에서도 천덕꾸러기로 취급되었던 바이커들에게 천국의 하루가 아닐 수 없다.
씨티바이크를 갈아타는 지점에서 만난 유학생 주종국씨는 “처음에 씨티바이크 사용법을 몰라 몇시간씩 타고 돌아다니다 요금이 $200 넘게 나와서 고생을 했다”면서 “이제는 30분이내 반납하는걸 알았지만 막상 탈 장소나 기회가 없어서 야간에만 간혹 이용했는데 오늘같은날 눈치안보고 실컷 탈 수 있어서 즐겁다”며 바이크애정을 드러냈다.
나는 그냥 걸었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citi summer streets에 자전거를 타고 참여하고 싶다. 처음으로 용기내어 도시에서 바이크를 타고 질주본능을 발휘할지도 모르겠다. 자전거의 천국 북유럽은 자전거 전용주차장은 물론 넓은 자전거 도로, 심지어 자전거에 유모차 대용 수레에 아이들을 태우고 달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복잡한 맨하탄에서는 아직 자전거의 대중화는 물론 바라보는 인식이 좋지만은 않다. 하지만 써머스트릿과 같은 기회들을 발판으로 자전거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맨하탄은 덜 복잡하고 조금 덜 시끄럽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Obi Lee’s NYHOTPO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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