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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회원국은 문화이벤트를 통해 유럽인의 연대감을 도모하는 정책으로 30년 전부터 해마다 유럽의 문화수도(Capitale Européenne de la Culture)를 선정하고 있다. 유럽의 상징적인 수도이다. 이 유럽문화수도는 국경, 정당, 사회이념을 초월하여 유럽의 다양한 문화와 유산을 함께 공유하며 통합의 시너지효과를 거둬들이는 역할을 담당한다. 




                                      


2015년 유럽문화수도는 벨기에 몽스(Mons)와 체코의 4대도시 플젠(Plzeň)이 공동으로 선정됐다. 1985년 아테네를 시작으로 피렌체, 암스테르담, 파리 등 유명도시들이 차례로 유럽의 수도로 지정되었는데, 2011년부터 두 도시가 공동으로 임무를 떠맡고 있다. 


특히 올해는 겉보기에는 작고 평범한 도시, 주민 9만에 불과한 몽스가 유럽의 수도로 선정되어 더욱 화제를 낳았다. 프랑스 예술품경매전문주간지 가제트-드루오 매거진도 최근호를 통해 2015년 유럽의 문화중심지 몽스를 특집기획으로 다루었는데, 60년 전까지만 해도 유럽의 대표적인 탄광촌으로 가난과 비참함을 대변했던 고장이다. 몽스는 1950년대 말엽부터 탄광이 폐광되면서 사회경제분야에서 거의 버림받은 고장으로 간주되어왔던 터이다. 아직도 이 고장의 실업률은 20%에 육박한다.


몽스는 벨기에 불어권 지역이며 지리상으로 파리에서 240km, 릴(Lille)에서 75km에 위치한다. 프랑스국경과 인접하여 벨기에보다 프랑스에 더 친근감을 갖는 주민들, 릴로 장을 보러가거나 출퇴근하는 이들도 있다. 프랑스에도 몽스라는 같은 이름의 작은 마을이 있다. 프랑스의 인접도시 발랑시엔느, 릴를 포함하여 벨기에 리에주(Liège) 등 주변도시들도 몽스가 유럽문화수도로서 1년간 펼칠 다양한 문화행사들을 후원하고 동참할 예정이다. 




▶ 2004년 릴, 2008년 리버풀은 대표적 성공사례




2014년 유럽문화수도의 임무는 스웨덴 우메오(Umeå)와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Riga)가 떠맡았다. 와그너가 2년 거주했던 곳으로 유명한 리가는 바그너의 5막 오페라 ‘리엔치’ 공연으로 관객들의 인기를 모았다.


사실상 유럽의 문화수도는 문화이벤트와 접목하여 경제수요를 창출하는 파급효과를 노린다. 이런 면에서 2004년 릴과 2008년 영국 리버풀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는다. 프랑스관광청의 공식집계에 의하면, 2004년 릴과 주변고장은 9백만 방문객을 맞이했다. 유럽문화수도를 관광하러 영국, 독일, 덴마크 등 유럽과 세계각지에서 찾아온 방문객들로 2003년보다 30% 증가한 숫자이다. 릴은 북쪽칼레지방과 인근벨기에 도시의 후원을 얻어 2003년 12월 6일부터 2004년 11월 28일까지 무려 2,800여 각종 문화행사를 펼쳐보였다. 이들 행사들 중에서 루벤스 전시회는 30만 명 입장으로 최고기록을 세웠다. 


2013년 유럽문화수도로 선정됐던 마르세이유도 좋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간주된다. 후보도시로서 보르도와 치열한 경합을 벌여 화제를 모았던 마르세이유와 프로방스 지방은 2013년에 약 900개 문화이벤트들을 주관했다. 이때 6백만 방문객이 이 고장을 찾았는데 관광차원에서 만족스런 결과라고 관할도청이 밝혔다. 마르세이유와 프로방스지방은 남불의 태양에 유혹된 인상파화가들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전시회를 개최하여 인기를 모았다. 




▶ 몽스, 탄광촌에서 유럽문화메카로 




파리에 거주하는 한 프랑스인은 몽스에서 1주일간 개최된 한 국제행사에 참석했다가 그만 이 고장의 독특한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고 전한다. 이후 저렴한 가격으로 마음 편하게 식도락도 즐기고 이 고장의 정서도 취할 겸 주말이면 가끔씩 몽스를 찾는다고 밝혔다.


사실 구글도 몽스에 매료된 편이다. 구글은 2010년 9월 유럽데이터센터 본부를 이곳에 마련했다. 미크로소프트, IBM 등을 비롯한 첨단테크놀로지를 자랑하는 전자오락게임제조 중소업체들도 이곳에 기지를 마련하면서 몽스는 명실상부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유럽디지털비즈니스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따라서 2015년 유럽문화수도로 선정된 몽스는 첨단디지털아트와 접목된 현대조형예술품들로 도시를 치장하면서 기염을 토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오는 4월부터 31년간 폐관되었던 배프르와(Beffroi)박물관을 비롯하여 5개 박물관을 개관하여 각종 전시회를 개최한다. 거대한 예산을 투자하여 복구시킨 옛 유적지 아르토테크 박물관(Artothèque)에서는 소장품들을 3D필름으로 감상할 수 있다. 


몽스의 자랑거리로 깊은 역사를 지닌 배프르와(Beffroi)종루 등 유네스코 지정문화유산들도 빼놓은 수 없다. 한편 중요한 EU외교안보정책을 결정하는 유럽연합군 최고사령부(SHAPE) 본부도 몽스에 주둔하고 있다. 


 


▶  반 고흐와 몽스의 탄광촌




몽스는 2015년 유럽문화수도로서 팡파르를 울리는 오픈전시회로 반 고흐를 선택했다. ‘탄광촌의 반 고흐’라는 주제로 1월 25일부터 5월 17일까지 전시회가 개최되는데, 현재 대단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소식이다. 프랑스와 독일합작 TV방송 아르떼도 지난 2월 22일과 23일 몽스 탄광촌과 반 고흐의 관계를 재조명하는 다큐영화 2부작을 특별프로그램으로 방영했다. 


몽스체류는 반 고흐의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되는 중요한 시점인데, 바로 목사의 길을 단념하고 화가로서 첫발을 내딛은 곳이기 때문이다. 반 고흐는 1878년 12월 목사로 부임 받아 몽스의 탄광촌에 도착했다. 그는 1880년 10월까지 탄광촌에 거주하며 광부들과 비참한 삶을 함께 공유했는데, 심지어 석탄을 캐러 막장까지 내려갔다가 교구의 미움을 사고 말았다. 반 고흐는 광부와 농부들의 애환, 이들을 향한 자신의 연민과 애정을 데생이나 그림으로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화가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화가입문시절 반 고흐가 몽스 탄광촌에서 제작한 습작품들을 이번 전시회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몽스는 유럽문화수도로 선정되기 위해 2010년부터 야심찬 예술문화프로젝트를 구상했다. 유럽문화수도 후보도시들은 적어도 4년 전에 프로젝트를 제출해야한다. 유럽의 수도를 결정하는 기관은 바로 EU각료이사회이다. 유럽문화수도의 1년 예산은 소속국가와 EU회원국으로부터 지원받는다.


올해 몽스가 투자한 1년 행사비는 무려 7천만 유로에 이른다. 5천 명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는 300개 문화행사 프로그램들이 마련되어 있다. 전시회, 설치공연, 연극, 무용, 문학, 음식 등 각 분야의 문화잔치에 80%는 무료입장이다. 


몽스는 지난 1월 24일 밤 유럽문화수도의 개막식을 야심차게 올렸다. 불꽃놀이와 첨단테크놀로지, 조형예술이 어우러진 화려한 개막식이 군중들을 잔뜩 매료시켰다는 평가이다. 개막기념공연에는 1970년대 한국과 일본인 팬들까지 매료시켰던 살바토르 아다모가 깜짝쇼로 출연, 전설적인 샹송 ‘눈이 내리네(Tombe la neige)’를 열창하여 한층 분위기를 띄웠다고 한다. 벨기에 샹송국민가수가 ‘오늘밤 그대는 오지 않으려나(Tu ne viendras pas ce soir)’라고 후렴가사를 애절하게 열창할 때마다 흥분한 일부관중들은 ‘여기 우리가 와 있잖아요!(Mais si! Nous sommes là!)’라고 외친 것으로 전해진다.


몽스는 옛 탄광촌이라는 선입견을 지닌 채 차라리 아무런 기대 없이 방문하게 된다면 오히려 예기치 않은 신선한 놀라움에 부딪치게 되는, 여러 개의 얼굴을 지닌 카리스마가 있는 도시이다. 




【한위클리 / 이병옥 ahpari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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