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가 인구가 500만명 시대를 목전에 두게 됐다. 8월 중순에 뉴질랜드 통계국(Statistics NZ)은 금년 6월말 현재 총인구가 479만명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는데 이 같은 총인구 증가에는 이민자 급증이 큰 영향을 미쳤다.
▲ 크라이스트처치의 산타 퍼레이드에 등장한 특수소방차
연간 2만 8천명에 불과했던 자연증가
이번에 통계국이 발표한 자료는, 금년 6월말까지 1년 동안에 출생과 사망, 그리고 장기거주 목적을 가지고 출입국한 사람들의 동향 등 인구 증감과 관련된 제반 조건과 추세들을 두루 감안해 추정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1년 동안 국내 인구는 모두 10만 500명이 늘어나 479만 3700명에 도달했으며 이는 작년 6월말의 469만 3200명에 비해 2.14% 증가한 수치인데, 총인구는 지난 5년 동안 크라이스트처치시의 인구 규모인 39만명가량이 늘어났다.
전체 인구 중 여자는 243만명이며 남자는 236만명으로 남녀 비율은 여성 100명당 남성 97명의 비율이었는데, 또한 남녀‘중간연령(median age)’은 남성 35.6세, 그리고 여성은 38.3세인 것으로 각각 나타났다.
한편 증가한 인구 중‘자연증가분(natural increase births minus deaths)’은 2만 8100명으로 전년 대비해 겨우 400명 증가에 그쳤는데, 이 기간 동안 신생아 출생은 6만 400명, 그리고 사망은 3만 2300명이었던 것으로 각각 집계됐다.
이 같은 인구의 자연증가 규모는 예년에 비해서도 크지 않은 편인데, 자연증가 인구수는 1992년의 연간 3만 3000명 수준에서 이후 계속해 조금씩 줄어들어 10년 뒤인 2002년에는 2만 6500명 수준까지 크게 감소한 바 있다.
그러다가 2003년부터 반전돼 2010년에는 3만 6000명으로 한때 정점을 찍기도 했으나 다시 반전돼 2012년의 3만 1900명에서부터 2013년에는 3만 800명 선으로 떨어졌다가 2014년에는 다시 3만명 이하인 2만 9300명까지 감소했으며, 2016년에도 이보다 적은 2만 7700명에 머물렀다.
▲ 연간 총인구 변화 상황
작년 인구증가 중 70% 이상이 이민자
이에 반해 작년 한해 동안‘순이민자로 인한 인구증가분(net migration gain, arrivals minus departures)’은 기록적으로 높은 7만 2300명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구체적으로 나눠보면 금년 6월말까지 1년 동안 장기거주를 목적으로 출국한 사람은 5만 9100명이었던 반면에 장기거주 목적을 가지고 입국한 사람들은 모두 13만 1400명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0만 400명의 연간 인구 증가분 중 72%가량이 이민자로 인해 발생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데, 이처럼 이민자들이 뉴질랜드의 총인구 증가에 크게 기여한 것은 역사적으로도 그리 흔치 않은 현상이다.
이는 지난 1992년 이래 현재까지 25년간의 자료를 들춰보면 금방 알 수 있는데, 1992년에 순이민자는 해당 연도의 자연증가분이었던 3만 3000명에 비해서도 훨씬 적은 3600명에 불과했었다.
이후 이민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해 1996년에는 순이민자가 자연증가분이었던 2만 9100명을 압도한 2만 9500명에 달했는데, 그러나 이후 다시 급속도로 감소하기 시작해 1999년에는 오히려 순이민자가 마이너스 1만 1400명으로 인구 증가가 아닌 감소에 기여하기도 했다.
2001년에도 마이너스 9300명이었던 순이민자 숫자는 이민 문호가 대폭 개방된 후인 2002년에 3만 2800명으로 급증한 뒤 2003년에 4만 2500명으로 정점을 찍었으나 당시 정부가 기술사업이민에 대한 영어 점수를 강화한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0년의 1만 6500명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매년 5000명에서 1만명 선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정부의 이민 정책에 따라 춤을 추던 순이민자 숫자는 2010년 이후 더 감소하기 시작해 급기야 2012년에는 마이너스 3만 2000명에 달했는데, 특히 당시 경제가 활기를 띤 호주로 전문 인력들을 비롯한 국내의 젊은이들이 대거 빠져 나간 영향이 컸다.
이후 2013년부터 다시 순이민자 숫자는 플러스로 돌아서기 시작했으며 지난 2015년에 5만 8300명, 그리고 2016년에 6만 9100명을 기록했던 순이민자는 2017년 6월에는 7만 2300명에 달하게 된 상황이다.
여기에는 타국에서 뉴질랜드로 온 신규 이민자도 영향을 미쳤지만, 특히 호황을 구가하던 호주 경제가 침체된 반면 뉴질랜드 경기는 상대적으로 활기를 띠는 가운데 여러 가지 요건으로 호주에서 귀국하는 키위들이 부쩍 많아진 것이 순이민자 증가에 큰 영향을 줬다.
15~39세 연령대가 인구 증가 이끌어
한편 지난 1년 동안 증가한 인구를 각 연령대 구간별로 나누어 분석해보면, 0~14세는 92만 1600명에서 1만 1900명이 증가하면서 93만 3500명으로 집계됐으며 연간 증가율은 전체 평균보다 낮은 1.3%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에 국내에서 태어난 아기들이 6만 400명이나 됐는데도 불구하고 이 나이대의 인구 증가가 1만 1900명에 그친 것은, 1년 전 14세였던 아동들이 금년 통계에서는 15~39세로 연령 구분대를 옮긴 것을 감안하더라도 상당수 아동들이 부모 등을 따라 다른 나라로 떠났음을 암시한다.
반면에 15~39세는 이 기간 중에 158만 3400명에서 163만 4900명으로 연령대별 인구 증가에서 절대수로는 가장 많은 5만 1500명이나 증가했으며 연간 증가율 역시 3.3%로 두 번째로 높았는데, 이 나이대의 인구 증가분은 작년 전체 인구 증가분의 절반이 넘는다.
40~64세 구간은 148만 9800명에서 150만 2200명으로 1만 2400명만 증가해 절대수도 적었지만 연령대별 인구 증가 중 증가율이 0.8%로 가장 낮았다.
또한 65세 이상 인구는 1년 동안에 2만 4600명이나 늘어나 전년의 69만 8400명에서 72만 3000명으로 증가했으며 연간 증가율 역시 3.5%에 달해 평균보다 높은 것은 물론 연령대별 인구 증가율 중 가장 높았다.
이는 지난 1950년대 초에서 1970년대에 걸쳐 일어났던 베이비붐 세대의 인구들이 해당 연령대에 본격적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 바람에 지난 1991년에 65세 이상 인구의 점유율은 11.2%였지만 10년 뒤인 2001년에 11.8%, 그리고 다시 10년 뒤인 2011년에는 13.2%로 증가했으며, 작년에 14.9%를 거쳐 금년 통계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15%를 넘어 15.1%에 도달했다.
한편 전반적인 사망률이 낮아지면서 65세 이상 인구 중에서도 고령층이라고 할 수 있는 90세 이상 인구는 지난 2007년에 2만명에서 금년에는 3만명 선에 도달했으며, 오는 2020년 후반에는 4만명, 그리고 2030년 후반에는 5만명까지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 연령대별 총인구 대비 점유율 변화표
이민자들로 다소 젊어진 뉴질랜드
이번에 발표된 인구 추정 통계에서 나타난 가장 큰 특징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민자들이 뉴질랜드의 인구 증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증가분 절대수가 가장 많았던 15~39세 연령대의 인구 증가에도 이민자들이 가장 큰 공헌을 했다는 점인데, 이는 연간 순이민자 중 70%인 5만명이 이 연령대였음을 감안하면 작년에 이 연령대에서 늘어난 인구 5만 1500명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지난 2013년에 33%였던 총인구 대비 15~39세 인구의 점유율도 금년에는 34%로 비록 1%p에 불과했지만 소폭 증가했는데, 이는 생산가능 인구가 늘어나고 또한 국가 전체의 인구 노령화 역시 지연시켜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연령층의 총인구 대비 점유율은 지난 1980년대 중반에 최고 41%를 기록한 이후 1991년의 40%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순이민자가 마이너스였던 2012년 무렵에는 32.7%까지 크게 떨어졌다가 이후 2015년 33.3%, 그리고 2016년에 33.7% 등 조금씩 반등이 이뤄지던 중이었다.
인구 1천명당 15명을 넘어선 새 이민자
한편 작년에 순이민자가 7만 2300명이나 됐다는 것은 현재 국내 거주자 1천명 중 15명이 새로 입국한 이민자라는 셈인데, 인구 1천명 대비 순이민자 비율이 15명선까지 오른 것 역시 뉴질랜드 역사상 상당히 보기 드문 현상이다.
이처럼 ‘인구 1천명 대비 새 이민자 숫자 비율(net migration rate)’은 뉴질랜드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처럼 특히 이민정책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나라들에서는 사회, 경제적으로 의미가 깊은 중요 지표들 중 하나이다.
첨부된 도표를 보면 이웃 호주가 지난 2005년에 이 비율이 6.2명이었다가 한 해 뒤 7.2명으로 늘어난 뒤 2009년에는 14명 선까지 크게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는데, 호주는 이후 2012년의 10명을 제외하고는 10명 이하로 매년 떨어진 가운데 2016년에는 7.6명을 기록했다.
뉴질랜드에서 이 비율이 지금과 비슷하게 높았던 현상은 까마득하게 오래 전의 식민지 시절인 1870년대 후반과 1900년대 초기에 나타난 바 있으며, 현 시대에 들어서는 이민 문호가 개방됐던 지난 2000년대 초기 등 지금까지 모두 3차례에 걸쳐 나타난 바 있다.
그러나 2003년 당시에 10.7명으로 한때 정점을 기록한 후 계속 떨어져 순이민자가 마이너스 3만 2000명을 기록했던 2012년에는 이 비율 역시 마이너스 0.7명까지 악화됐다.
이후 2013년에 1.8명으로 개선된 후 2014년에 8.6명, 그리고 2015년 12.8명으로 계속 오름세를 보인 후 작년에는 드디어 이 비율이 14.9명에 달했다가 금년의 15.1명에 이르기까지 4년째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중이다.
▲ 연령대별 총인구 대비 점유율 변화표
자료를 발표한 통계국 관계자는 많은 순이민자들이 초기에는 취업이나 학생비자 등 단기 비자를 가지고 입국한 후 영주권을 신청하는 등 나중에 비자를 연장하면서 장기 거주자로 바뀌고 있는 추세가 인구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번 통계를 분석해보면 결국 18세기 때부터 이민으로 이뤄진 국가인 뉴질랜드는 앞으로도 이민자를 지속적으로 받아들여야만, 인구 노령화 추세도 완화시키면서 생산가능 인구를 늘려 국가 발전도 계속해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예상보다 빨라질 인구 500만명 시대
한편 8월 17일(목) 오전 11시 현재 통계국 홈페이지에 있는‘인구시계(population clock)’에서는 480만 6100명이라는 숫자와 함께 매 6분 39초당 인구가 1명씩 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를 좀더 세분해보면 신생아는 현재 8분 50초당 1명, 그리고 사망자는 16분 57초에 한 명씩 발생하고 있으며 매 10분 23초마다 순이민자가 한 명씩 늘어나고 있다.
작년 6월말까지의 인구 증가 추세를 감안해 10월에 통계국에서는, 국내 총인구가 오는 2020년에는 490~510만명, 2025년에는 550만명, 그리고 2068년에는 8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추정은 연간 3만명가량의 순이민자를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추세가 몇 년 더 이어진다면 예상보다 훨씬 빨리 뉴질랜드는 총인구 500만명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보여진다.
남섬지국장 서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