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는 도덕경에 대해‘영원히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값진 보물들로 가득 차 있어서, 두레박을 내리기만 하면 그 보물을 쉽게 얻을 수 있다’라고 했다.
서양의 대 철학자들이 즐겨 읽었던 도덕경은 중국의 유가와 쌍벽을 이루는 동양사상의 핵심이다.
노장사상은 ‘노자’에서 모순 없는 차이의 창조를, ‘장자’에서 변신 유희의 자유를 설파했다.
인위를 배격하고 자연을 존중했다. 무위무불위(無爲無不爲)로 시작되는 도덕경의 핵심어는 바로 무위이다. 무위(無爲)를 직역하면 do nothing이라고 번역하지만 가장 영어로 가장 그 뜻을 함축해서 번역해 놓은 말은‘창조적 고요함(Creative Quietude)’이다.
중국 도가철학의 시조인 노자(老子)가 지었다고 전해지는 책. ≪노자≫ 또는 ≪노자도덕경≫이라고도 한다. 약 5000자, 81장으로 되어 있으며, 상편 37장의 내용을 <도경 道經>, 하편 44장의 내용을 <덕경 德經>이라고 한다. 노자가 지었다고 하나 한 사람이 쓴 것이라고는 볼 수 없고, 여러 차례에 걸쳐 편집된 흔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오랜 기간 동안 많은 변형 과정을 거쳐 기원전 4세기경 지금과 같은 형태로 고정되었다고 여겨진다. 여러 가지 판본이 전해 오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한(漢)나라 문제(文帝) 때 하상공(河上公)이 주석한 것으로 알려진 하상공본과, 위(魏)나라 왕필(王弼)이 주석하였다는 왕필본의 두 가지가 있다. 그리고 전문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니지만, 둔황(敦煌)에서 발견된 당사본(唐寫本)과 육조인사본(六朝人寫本)이 있고, 여러 곳에 도덕경비(道德經碑)가 아직도 흩어져 있어 노자의 경문을 살펴보는 데 좋은 자료가 되고 있다.
도덕경은 우리 나라에서는 정장본, 문고판 등으로 번역되어 읽혀져 왔다. 조금 특이한 책으로는 장일순의‘노자 이야기(무위당: 2003)’은 천주교 평신도회장님이 풀어낸 노자 이야기이다. 동·서양과 천주교, 불교를 넘나들며 해박한 지식으로 풀어 쓴 책이다.
평론집 형태로 쓰여진 것은 김용옥의 ‘노자와 21세기 1.2.3(통나무: 1999)’에서 자세히 그의 사상을 설명했다.
최근에 중국작가 황 천준의 ‘노자잠언록(보부스-2009)’으로 재 해석되어 우리 곁으로 다가 왔다.
사실 도덕경은 간단명료해서 어찌 보면 알 것 같기도, 또 다르게 보면 심오한 것이 깃든 것 같은 오묘함을 지니고 있다. 별 다른 해설을 붙이는 것보다는 그저 좋은 구절 그 자체를 음미하는 것이 더 나을 듯싶다.
* 잡아서 가득 채우기 보다는 멈추는 것이 더 낫다 (持而盈之, 不如其已) - 9장
* 공이 이루어지면 자신은 물러나는 것이 하늘의 도리이다 (功遂身退, 天地道) - 9장
* 스스로 드러내지 않기에 밝아지고, 스스로 옳다 하지 않기에 두드러지고, 스스로 자랑하지 않기에 공을 세우게 되고, 스스로 높이지 않기에 오래 갈 수 있다. (不自見 故明, 不自是 故彰, 不自伐 故有功, 不自矜 故長) - 22장
* 좋은 행동은 흔적이 없고, 좋은 말은 흠이 없다 (善行無轍跡, 善言無瑕謫) - 27장
* 만족할 줄 아는 이는 부자이다 (知足者富) - 33장
* 만족할 줄 알면 모욕을 당하지 않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아 오래 갈 수 있다 (知足不辱, 知止不殆, 可以長久) - 44장
* 아는 이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이는 알지 못한다 (知者不言, 言者不知) - 56장
* 억지로 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패하는 일이 없고, 집착하지 않기 때문에 잃을 것이 없다 (無爲故無敗, 無執故無失) - 64장
* 말에는 으뜸이 있고, 일에는 중심이 있다 (言有宗, 事有君) - 70장
* 미더운 말은 아름답지 않고, 아름다운 말은 미덥지 않다 (信言不美, 美言不信) - 81장
* 결과를 이루어도 자랑하지 말고, 결과를 이루어도 뽐내지 말고, 결과를 이루어도 교만하지 말아라 (果而勿矜, 果而勿伐, 果而勿驕) - 30장
* 빼앗기 위해서는 먼저 주어야만 한다 (將欲奪之, 必固與之) - 36장
* 가장 좋은 것은 그런 것이 있는 줄도 모르는 것이다 (太上, 不知有之) - 17장
* 지혜로운 자는 넓지 않고, 넓은 이는 지혜롭지 못하다 (知者不博, 博者不知) - 81장
* 큰 곧음은 굽은 듯 하고, 뛰어난 솜씨는 졸렬한 듯 하고, 잘하는 말은 어눌한 듯 하다 (大直若屈, 大巧若拙, 大辯若訥) - 45장
*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일에서 일어나고, 천하의 큰 일은 반드시 작은 일에서 일어난다 (天下難事, 必作於易, 天下大事, 必作於細) - 63장
아무리 하찮은 일일지라도, 무릇 세상사 모든 일은 아주 작고 쉬운 것에서 비롯된다는 만고의 진리를 깨우쳐야 한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바로 자기의 인생을 좌우하는 일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칼럼니스트 김영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