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헛되이 보내면 인생을 헛되이 보내게 된다.

생애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한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삶의 매 순간을 가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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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수 년 전 조창인 작가의 소설『가시고기』를 읽은 적이 있다. 가시고기는 암컷이 알을 낳고 죽으면 수컷은 알이 부화하도록 보살펴 주고 새끼가 탄생하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스스로 자랄 수 있는 단계에 이르러 죽게 된다. 부성애(父性愛)의 표본이 되는 예로서 인용이 되고 있다. 

 

그런데 그 소설의 내용 중“그대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가 그토록 살고 싶어 하던 내일이다”라는 구절을 보고 가슴을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은 일이 있다. 그 후로 그 글귀를 부채에 써서 책상 앞에 게시해놓고 매일 같이 바라보며 하루를 보내는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 구절의 근원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랠프 월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 1803-1882)이 남긴 말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해인 수녀님도 암으로 투병하면서 이 글귀를 되새긴다고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오늘의 중요성을 우리는 간과하고 산다. 죽음을 앞둔 중환자들이 어떤 심정을 가지고 숨을 쉬고 있을까를 건강한 우리가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고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를 되새겨보는 태도가 요청되고 있다.

 

에머슨은 미국의 시인, 사상가로서 19세기에서 20세기에 걸쳐 미국의 종교, 예술, 철학, 정치에 막대한 영향을 행사하였고 미국의 정신적 기둥을 세우는데 기여하였다. 

 

에머슨 자신이 젊은 시절에 가족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당하게 되었고 특히 결혼 초기에 아내 앨런이 폐결핵으로 사망하는 불행을 겪어야 되었다. 그러나 자기신뢰에 대한 철저한 믿음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활동하였으며 강연과 저서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켜나갔다. 대표적인 저서인『자기신뢰(Self reliance)』는 오바마 대통령이 애독서로 채택했다고 하여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도록 하라. 자신으로 인해서 단 한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게 되는 게 성공이다.” 에머슨의 어록이다. 

 

아무 의미, 가치도 없이 열심히 살았다면 하루를 허일(虛日)한 것이고 일생을 허생(虛生)한 것이 된다. 나를 위해서, 주위 분 들을 위해서 감사와 은혜가 넘치는 충만 된 삶을 살아가야 될 텐데…….

 

살아온 과거가 You tube에 소개되자 온 세계의 이목을 끌게 되고 이제 어엿한 바리톤 성악가로서 삶을 긍정적으로 인도하는 복음을 전파하며 하루하루 충만 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최성봉 씨……. 

 

세 살 때 고아원에 맡겨졌으나 얻어맞는 게 지겨워 다섯 살에 고아원을 뛰쳐나왔다. 어린 나이에 혼자 노숙을 하며 끼니를 이어나가야 했던 소년에게 오직 생명을 부지하는 것 외에는 희망이나 목표 따위는 사치스러운 넋두리 일 뿐이었다. 

 

그러나 껌팔이를 하는 중에 우연히 성악의 세계에 눈이 트이게 되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하여 야학당에 발을 딛게 된다. 독학으로 초, 중 졸업 자격 검정고시를 거쳐 예술고등학교에 들어가고 졸업까지 하였으나 다시 생활고에 시달려야했다. 어떻게 수소문하여 살아계신 어머니를 찾아가게 되었으나 문전박대를 당하자 죽음을 결심하고 여러 번 자살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폭행, 납치, 강간, 마약, 생매장 등 온갖 범죄가 판치는 지하세계에서 소년은 맞아 죽지 않고, 얼어 죽지 않고, 굶어죽지 않고, 파묻혀 죽지 않고 살아와서 성악가로 다시 태어났다. 최성봉 스토리는 You tube로 전 세계에 전파되어 5천만이 넘는 조회 숫자를 기록했다. 

 

그동안『무조건 살아, 단 한 번의 삶이니까』라는 단행본도 저술하여 삶의 희망을 잃은 사람들한테 용기를 북돋아주고 있다. Nella Fantasia(1986년에 개봉된 영화『Mission』의 주제곡,‘내 환상 속으로’라는 뜻)의 가사 내용대로 그는 자유로운 영혼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이제까지 죽지 않고 버텨온 자기 자신이 얼마나 대견한지 자기 자신에게 매일매일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 오늘 하루도 살아 있음에 환희를 느끼며 새로운 아침을 출발할 일이다.

 

오늘은 최고 가치의 날이다. 오늘을 헛되이 보내면 인생을 헛되이 보내게 된다. 우리가 가치를 발휘할 기회는 오늘, 바로 이 시간이다. 과거에 집착하는 인생에게는 미래가 없다. 

 

우리가 한국에서 무엇을 하고 지내왔든 모두가 흘러간 과거일 뿐이다. 한국에서 행복했던 일이 이곳에서 행복을 보장해줄 수 없듯이 한국에서 불행했던 일이 이곳에서 불행을 반복시켜줄 수도 없는 일이다. 

 

우리는 새로운 미래를 가꾸기 위해 이곳에 왔고 오늘 현재를 가치 있게 보냄으로써 아름다운 미래도 찾아올 것이다.

 

하루해는 두 번 뜨지 않는다. 시간은 거꾸로 흐르지 않는다. 흘러 가버린 시간을 다시 붙잡을 수는 없다. 해를, 진 곳에서 다시 뜨고 뜬 곳에서 다시 지게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지난날의 잘못을 없애고 그것을 바로 고칠 수 있을 까? 이미 지나가버린 죄악을 다시 불러 그때의 고통을 씻어 버릴 수 있을까? 지난날은 영원히 역사 속으로 묻혀버린 일이다. 

 

이제 더 이상 과거를 생각할 필요가 없다. 어제에 얽매이지 말고 또한 내일에 대한 걱정에 두려워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아직 당도하지도 않은 내일을 위해 오늘의 이 시간을 허비할 수 있겠는가? 미래는 현재를 결코 앞서 나갈 수는 없다. 사고(思考)는 미래 지향적으로 행동은 지금 이 시간에…….

 

우리는 최후의 순간이 온 것처럼 오늘을 살아갈 일이다. 한 번 지나가 버리면 영원히 다시 찾아오지 않을 오늘 이 시간, 내일을 위하여 여분을 저축해 놓을 수도 없고 또한 내일의 시간을 당겨 쓸 수도 없는 것이 시간이다. 삶의 매 순간을 가치 있게 보낼 일이다.

 

칼럼니스트 한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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