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먹은 '뒷뜰 결혼식'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저는 최근에 매우 아름다운 결혼식에 참석을 했습니다. 결혼식은 큰 호텔에서나 예식장에서 거행하지 않았습니다. 젊은 신랑과 신부가 자기들 스스로 일하여 저축한 돈으로 주택을 구입해서 그 집 뒷뜰에서 거행한 결혼식이었습니다.
신랑은 한인이고 신부는 대만 출생이었는데 양가가 다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집안이었습니다. 친지가 많다는 것을 과시하는 대형 화환도 없었고 신부가 들고 있는 꽃다발 이외에는 별다른 꽃 장식도 없었습니다. 대만에서 신부측 가족들이 왔고 신랑의 부모님도 결혼식을 위하여 한국에서 오셨습니다.
그다지 넓지 않은 뒷뜰의 잔디 위에 원형 식탁을 대여섯개 놓고 결혼식이 끝나자 마자 그곳에서 피로연도 가졌습니다. 자기들이 살 집에서 조촐하게 거행하는 결혼식의 주인공인 신랑과 신부는 즐겁고 기뻐서 그들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피로연 식탁에 저와 함께 착석을 하신 신랑의 아버님은 저에게 진솔하게 말씀을 했습니다. 결혼을 하는 아들에게 부모의 체면을 생각해서 좀 큰 곳에서 결혼식을 올리자고 했더니 아들이 말하기를 자기가 자기의 능력으로 산 집의 뒷뜰에서 결혼식을 올릴 것이 일생의 꿈이었다고 하여 그 의지를 꺽지 못했노라고 했습니다.
피로연 도중에 신랑과 신부의 부모님이 인사말을 하는 순서가 있었는데 양측 다 처음에는 그 결혼이 선뜻 마음에 들지 않았음을 시사했습니다. 같은 동양인이지만 한인과 중국인과의 결혼에 선뜻 허락하고 싶지 않을 양측 부모의 마음을 어느정도 이해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신랑과 신부가 백년 해로의 짝을 찾아 결혼을 하게 되었다는 믿음이 들었습니다.
저는 화려한 결혼식도 초라한 결혼식도 보았습니다. 그러나 결혼당사자들이 손수 장만한 집에서 초혼 결혼식을 올리는 것은 처음 보았습니다. 그런 모습이 무척 좋게 보였습니다.
어떤 남녀는 호화스런 결혼식을 올리지 않는다면 차라리 결혼식을 올리지 않고 동거를 하겠다는 사람도 저는 보았습니다. 제가 전에 일하던 회사에서 희랍계 미국인 부하가 한 사람 있었습니다. 그와 그의 아내 사이에는 유치원에 다니는 딸도 있었습니다. 하루는 우연히 그에게 “당신의 아내” 라는 말을 하자 그는 즉시로 제 말을 정정했습니다. “ 아닙니다, 제 아내가 아니고 제 여자 친구입니다.” 즉 그들은 정식으로 결혼한 사이가 아니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는 봉급도 높았고 안정된 직장을 갖고 있으니 결혼을 해도 괜찮을 텐데 왜 아직도 동거관계를 유지하느냐고 물었더니 그의 대답이 저를 의아하게 했습니다. “희랍 전통 결혼식을 거행하려면 얼마나 돈이 많이 드는지 모르시는 모양이군요. 아직 그런 결혼식을 거행할 만치 돈을 모으지 못했거든요.” 하는 것이었습니다.
위에 말씀드린 뒷뜰의 결혼식을 보면서 희랍계 부하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돈이 많으면 호화결혼식을 거행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러나 돈이 많다고 하더라도 결혼식에 과도할 만큼 비용을 들이는 것도 썩 현명하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수년 전에 제 중국인 제자 한 사람이 결혼을 해야 하는데 식장이 아니고 식당에서 거행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저더러 결혼 서약을 시켜줄 판사 한분을 구해 달라는 부탁을 해왔습니다. 마침 오랜지 카운티의 고등법원 판사로 있던 친구가 있어서 그를 불러 중국식당에서 열명 미만의 친구들이 보는 가운데에서 식당의 한쪽 구석에서 결혼 서약을 교환한 적이 있었습니다.
유학중인 남녀가 백년가약을 맺고 싶을 때 결혼비용이 없어서 결혼을 못하거나 결혼을 미루는 일은 옆에서 보기에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서로 사랑하고 부부로서 성실하게 살아갈 각오가 되어 있다면 비용 때문에 결혼을 못하는 경우가 없어야 할 것입니다. 결혼 비용을 절약하여 집장만이나 가구 구매에 유용하게 사용하는 지혜가 바랍직합니다. 뒷뜰에서 결혼한 신랑과 신부위에 영원한 행복을 빌어주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