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북 정상 접촉 가능성 부인
모스크바=김원일 칼럼니스트
북한의 새로운 핵실험으로 한반도 긴장이 더욱 고조(高潮)됐지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전화통화를 할 계획이 없다고 타스통신이 4일 보도했다.
브릭스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 샤먼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을 수행하는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와 대화할 계획이 있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계획은 아직 없다"고 답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양자회동에서 북한의 새로운 핵실험을 논의했다면서 "두 사람 모두 현 상황에 큰 우려를 표시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두 지도자는 한반도 혼란 방지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모든 당사국이 자제를 보이고 정치외교적 수단을 통한 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또 한반도 핵무장이 용납될 수 없다는 점에 공감하고 양국이 한반도 문제 등을 논의하는 국제무대에서 행동 조율(調律)을 지속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과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전화통화 내용도 소개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시 주석과 회동 뒤 숙소에서 아베 총리와도 전화통화를 하고 북한의 새로운 핵실험을 포함한 한반도 정세를 깊이 있게 논의했다"며 "정상들은 국제 핵 비확산 체제를 훼손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와 국제법을 위반하며 지역 평화와 안보에 실질적 위협을 조장하는 북한의 새로운 핵실험을 규탄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7일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톡 동방경제포럼 계기의 러-일 정상회담 때도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특히 "푸틴 대통령이 국제사회가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차분하고 균형감 있게 행동할 것을 주문하면서 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의 해결은 정치외교적 수단을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면서 “지금까지 대북제재는 어떤 긍정적 결과도 내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가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한반도 위기에 대해 더 우려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페스코프는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가 한반도 문제 논의를 원거리(遠距離)에서 벌이고 있다. 미국은 한반도에서 수천km나 떨어져 있다"면서 "하지만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러시아 국경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따라서 우리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사태 전개를 우려하고 다른 나라보다 더 상황이 정치-외교적으로 해결되는데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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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뉴스>
‘한반도상황 국제회의 제안’ 파노프 前 주한러 대사
주한 러시아 대사를 지낸 알렉산데르 파노프는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국제회의를 제안했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4일 전했다.
파노프 전 대사는 “한반도의 교착상태(膠着狀態)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는 상황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대화를 촉구하고 있지만 북한과 미국은 대화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충돌을 억제하는 이상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개발해 왔다는 점에서 새로울 것은 없다. 러시아가 북한의 핵 실험에 반대하는 것은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교차관은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랴브코프 차관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목표가 신중한 관찰을 필요로 하지만 우리에게 경고신호는 아니다”라며 “우리는 미국의 동맹국들이 느끼는 것과 같은 위협을 북한으로부터 받고 있지 않음을 재차 밝힌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북한은 도발적인 행동을 중지해야 한다. 다만 현재의 지속적인 위기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은 정치 외교적이어야 하며 실질적인 대화제의는 북한을 움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