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생활 이야기] 무면허 건축업자 '변사체'로, 이젠 수사 대상에까지!
(탬파=코리아위클리) 신동주 = 소시민 이민자로서 미국사회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상징하는 것은 집인 것 같다. 그럴듯한 집 하나를 장만한다는 것은 단순히 삶의 거처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 땅에서 그나마 안정적으로 내 터전을 마련했다는 것. 이 사회에서 흔들리지 않은 뿌리를 내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민자들은 집이 주는 이러한 상징성 때문에 좀 더 멋있는 집을 마련하고 가꾸는 데 상당한 관심을 기울인다. 나와 아내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미국에 와서 열심히 살면서 어렵고 힘들던 시절, 내 집을 장만하고 나서는 왠지 안정감이 느껴졌고 집에 대한 정도 커져만 갔다.
그러던 중 지난 해 2월 허렌도 카운티 정부로부터 주택 검사를 하겠다는 편지 한 장을 받았다. 이때부터 나와 건축업자인 나덴이란 사람과의 싸움은 시작됐다.
나덴은 자동차에 '홈프로'라는 회사 간판과 전화번호를 가지고 다녔기에 누가 보아도 그가 홈프로 회사에 소속된 직원으로 인식되기에 충분했다. 나는 나덴과 협의하여 집 응접실과 스크린 포치를 새로 건축키로 계약하고 리모델링과 추가 건축을 했었다. 그런데 카운티 정부가 이 부분을 검사하겠다는 것이다.
내 집은 2007년에 주택건설공사 풀태에서 건축한 것인데, 후에 나의 취향에 맞도록 일부 구조변경과 스크린포치를 더하기로 마음먹고 3만불을 투자해 시공을 마쳤다.
그런데 카운티 관계공무원은 건축공법이 잘못됐고, 설계도면에 있는 시방서대로 공사를 진행했는지 여부, 시공자의 면허 소지여부, 그리고 제반 규정에 의한 자재를 사용했는지, 필요한 증빙서류, 관계당국 허가 여부 등 여러가지를 지적해 복잡한 문제가 발생하게 됐다.
무면허 건축업자에 속다
일이 터지고 난뒤 안 사실인데, 나덴은 무면허 업자로 홈프로 회사의 간판을 임의로 도용해 엉터리공사를 저렴한 가격으로 하는 등 여러 곳에서 덤핑공사를 했다는 것이다. 이미 공사는 끝난 마당에 나로서는 참으로 어이가 없는 일을 당한 셈이다.
그러나 이번 공사가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 우선 건축공사 면허 소지자인 스티브를 소개받아 그와 일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지난 해 3월 건축 설계사와 전공을 대동하고 집 내 외부에 관한 설계도면을 온종일 작성하여 며칠 후 청사진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나덴이 해 놓은 건축을 반쯤은 해체하고 스크린포치는 완전히 해체해 다시 새로운 건축자재를 마련했다.
스티브는 나덴을 고발하면 공사비 전액을 변제 받을 수 있다며 이미 나덴은 경찰서에 구금돼 있다고 전했다. 또 변제금을 받아내려면 하루 속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티브는 공사 시작 후 검사를 받기까지 총 2개월이 걸린다고 지적했고, 그의 변호사가 1개월만에 연락을 주었다. 우리 부부가 경찰서에 한 차례 방문해야 하며 통역사를 대동하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 동네에는 한국 사람도 없고 설사 있다해도 전문적인 통역을 할 만한 사람을 찾기 어려운데다 가게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니 차일 피일 미루다 또 1개월이 지나가 버렸다.
그러나 경찰서에서 담당관이라는 경찰이 직접 우리 일터로 오겠다고 해 약속날짜를 잡았다. 경찰관은 정확한 약속 날짜와 시간에 가게에 와서 내 이름을 확인하고 가방에서 녹음기를 꺼내 내게 오른손을 들라고 하더니 녹음기 버튼을 눌렀다.
녹음기에서는 내가 거짓말이나 허위사실 같은 말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 요구의 말이 흘러나왔고 나는 서약에 동의했다. 이어 경찰관은 6명의 흑백 얼굴사진이 나열돼 있는 8절지 크기의 종이를 가방에서 꺼내들더니 나더러 그중에 나덴이 있는 지 가리키라고 요구했다.
공사를 진행하면서 나덴이란 자를 여러번 보긴 했으나 비슷비슷한 나이 또래의 얼굴들 중에 선뜻 선택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한참을 망설이자 경찰관은 나를 의심스런 눈초리로 쳐다봤다.
2-3분이 지나고 더이상 지체할 수 없어 윗줄 중앙에 있는 얼굴을 가리켰다. 그리고 그 사진 밑에 사인을 하면서 나는 다른 사람이면 어떡허나 하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경찰관은 아내에게도 나덴을 선택하라고 했고 아내는 바로 밑줄의 한 사람을 택했다. 이를 보니 나는 더욱 자신감을 잃었다.
경찰관이 떠나자 우리 부부에게는 또하나의 걱정거리가 더해졌다. 내가 아내더러 "어떻게 그렇게 빨리 나덴을 찾았냐"고 물으니 아내는 잘 모르겠다며 내가 택한 얼굴이 나덴이 아니라고 한다. 우리가 서로 의논해 얼굴을 택했으면 더 나을 것을 경찰관은 나와 아내를 분리시켜 놓고 사진을 각각 들이댔고 서로가 다른 사람을 지목했으니 한동안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며칠 후 스티브 변호사에게 전화를 했더니 내가 택한 사람이 맞다고 했고, 우리 부부는 비로소 마음놓고 웃을 수가 있었다.
변사체로 발견된 무면허 건축업자
얼마후 법정에 출두하라는 편지가 왔다. 나는 스티브와 함께 갔는데 법정에는 스티브 변호사와 가게와 왔던 경찰관도 있었다. 법정에는 많은 사람들과 사건 당사자들로 가득 메워졌다.
내가 첫 케이스로 재판이 시작됐다. 피고인 나덴은 불참해 국선변호인이 변론했고, 스티브는 증인으로, 스티브 변호사는 사건 변론과 반대 심문 등 수시로 법정공방을 진행했다. 나는 원고로 인증심문을 받고 45분만에 법정에서 나왔다.
그리고 이제 모든 일이 해결되겠구나 했는 데 예상치 못한 일이 또 발생했다.
나덴이 6개월만에 교도소에서 출감한 지 한달 정도 됐을 때였다. 이제야 공사금 환불이 이뤄지겠구나 하고 기다리고 있는 데 몇 개월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었다. 그러던 중 최근 스티브 변호사로 부터 나덴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자살인지 타살인지 아직 밝혀지진 않았지만 그가 변사체로 발견됐다는 것이다.
스티브 변호사는 내가 사건의 원고이니까 혹시 경찰에서 조사할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조심하라고 전갈을 보내왔다. 그 사람으로 인해 손해를 본 게 얼마인데 이제 변제 받기는 커녕 또다른 골치거리가 생긴 것이다.
"이런 재수없는 일이 또 있나" 오랜 이민 생활을 하며 이렇게 허무맹랑한 일을 당해 보긴 정말 처음이다. 독자들께서도 유의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