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VISA 1).jpg

턴불(Malcolm Turnbull) 정부가 ‘호주인 우선’을 명분으로 ‘457 비자’를 폐지했지만 ‘400 비자’를 악용한 노동착취와 호주인 일자리 대체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지난 4월, 457 비자 폐지 결정을 발표하는 말콤 턴불(Malcolm Turnbull) 수상과 피터 더튼(Peter Dutton) 이민부 장관(오른쪽 뒤).

 

저임금으로 노동력 착취... 이민부의 허술한 비자 승인도 ‘비난’

 

턴불(Malcolm Turnbull) 정부가 내건 ‘호주인 우선’ 정책으로 457 비자(임시 기술 이민 비자)가 폐지됨에 따라 충격과 혼란이 야기된 가운데 ‘400 비자’ 악용이 다시금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금주 월요일(4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 보도에 따르면 최근 400 비자가 일명 ‘잠복이민’(sleeper)의 한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sleeper’란 다른 나라로 이민 후 몇 년간 일반적인 일을 하며 지내다가 정부나 기업의 영향력 있는 직책에 올라간 후 스파이로 일하기 시작하는 사람을 일컫는 표현이다.

400 비자는 전문기술, 지식 또는 경험의 소유자가 호주 사업체를 위해 단기간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방문하는 경우 필요한 비자다. 지난 10년간 400 비자를 비롯해 단기 직업비자로 수십 만 명의 해외 인력이 호주에 입국했다.

그러나 일부 고용주들이 호주 이민 희망자들의 사정을 악용, 저임금으로 노동력을 착취하는 사례가 증가하자 2009년 설립된 공정근로옴부즈맨(Fair Work Ombudsman)을 통해 이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펼쳐왔다.

이 가운데는 ‘미쓰비시’(Mitsubishi) 자동차 회사가 애들레이드 힐스(Adelaide Hills)에 소재한 공장의 해체작업에 중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시간당 1.9달러를 지급한 사례, NSW 주의 한 필리핀 금속 조립회사가 동물사료 제분기 설치 인력을 고용하면서 시급 4.9달러를 책정한 사례도 있다. 목재 관련 일을 위해 타스마니아로 간 9명의 인도네시아 출신 노동자들은 본국에 돌아갈 때 보너스를 주겠다던 고용주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 이를 신고하기도 했다.

애들레이드대학교(University of Adelaide)의 조안나 호우(Joanna Howe) 법학부 교수는 “이들은 호주에 아는 사람도 없고 영어도 잘 못할 뿐만 아니라 공정근로옴부즈만 같은 기관이 있는지 조차도 모른다”면서 “이 같은 몇 가지 사례들만으로도 400 비자가 노동착취의 수단이 될 가능성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 등을 발행하는 페어팩스 미디어(Fairfax Media) 취재자료에 따르면 400 비자는 최소한의 조사만을 거치며, 경우에 따라서는 24시간 내에 승인되기도 한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고도의 전문기술이나 지식을 요하는 직종에 발급되는 비자 승인 요건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반숙련직에게도 해당 비자가 승인되는 경우가 많아 호주 현지인들이 일자리을 빼앗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5년 호주에서 크리켓 월드컵(Cricket World Cup)이 개최됐을 당시 국제크리켓위원회(International Cricket Council)는 싱가포르인들로 구성된 촬영기자들과 관련해 호주의 방송경력 전반을 비난하기도 했다.

같은 해 시드니-타스마니아를 운행하는 여객선 ‘Spirit of Tasmania’ 사는 직원의 44%를 400 비자 소지자로 고용, 3천150만 달러의 정비작업 비용을 절감하기도 했다.

400 비자 소지자들을 고용, 저렴한 임금으로 노동력을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호주 이민부(Department of Immigration and Border Protection, DIBP)의 비자승인 자격기준 심사에 대한 비난도 거세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호주 이민부가 해당 사례들을 알고는 있지만 노동자들이 고용되어 있는 기업 등 자세한 상황에 대해서는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400 비자’ 소지자

이민부의 주시 대상으로...

 

‘400 비자’는 지난 2013년, 전 노동당 정부가 이전에 존재했던 두 비자(subclass 456, subclass 459)를 대체하기 위해 도입한 비자이다. 현재까지 승인된 400 비자는 ‘457 비자’ 승인 건수의 절반에 가깝다. 2013-14년 한 해 동안 총 4만 명이 이 비자를 통해 호주에 입국했으며, 2015-16년 승인은 5만5천 건으로 가장 많은 비자승인 건수를 기록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PwC(Pricewaterhouse Coopers)의 이민 담당인 카터 보바드(Carter Bovard)씨는 “400 시리즈의 비자로 많은 기업들이 현지 인력시장에서 찾기 어려운 기술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며 “호주 기업들이 점차 글로벌화 되는 시점에서 해외기술은 필수”라고 주장했다.

반면 시드니대학교(the University of Sydney)의 크리스 라이트(Chris F Wright) 박사는 “457비자 소지자들이 어디에, 얼마나 일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지만, 400 비자와 관련해서는 아직 정보가 부족해 앞으로 주시해야할 ‘잠복이민(sleeper) 카테고리’”라고 말했다.

애들레이드대학교 호우(Joanna Howe) 교수는 “400 비자 소지자들에 대한 고용상황이 불투명하다는 것은, 어쩌면 호주 법을 악용하는 악덕 고용주들이 457 비자보다 이 비자를 더 쉽게 이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월, 호우 교수는 정보자유법에 근거해 호주 이민부에 직업군별 해외인력의 비자 종류에 관한 정보를 요청했으나 “관련서류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한편 페어팩스 미디어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승인된 400 비자의 절반가량이 ‘명시되지 않은 직업군’(not specified)이거나 ‘기타 서비스’(other services)에 해당됐다. 이어 가장 많이 승인된 직업군은 ‘전문-과학-기술 분야’, ‘예술 및 레크리에이션 서비스’, ‘정보통신 미디어’ 분야였다.

 

종합(VISA 2).jpg

퍼스(Perth)에 거주하는 35년 경력의 선박 기관사 마크 존스(Mark Jones, 60세)씨(사진). 그는 한 때 직장을 구하지 못해 18개월간의 무직 경험을 밝히면서 “400 비자 소지자들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호주 해양산업,

외국 노동자 고용 많아

 

퍼스(Perth)에 거주하는 35년 경력의 선박 기관사 마크 존스(Mark Jones, 60세)씨는 한때 18개월간 무직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는 페어팩스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60군데나 지원했는데 거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 함께 구직활동을 했던 동료들의 상당수가 직업을 구하지 못해 해양 업계를 떠나기도 했다”는 그는 “400 비자 소지자들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노동조합에 따르면 단기 비자 소지자들을 활용한 노동력 착취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분야는 해양산업이다. 수년간 해상운송 업계의 고용주-노동자간 분쟁은 가장 빈번하게 발생했으며, 2008-2011년 사이에는 서부 호주(WA) 해양에 위치한 두 개의 시추선에 투입된 외국인 노동자들이 시급 3~8달러를 받고 근무한 사례도 있다. 호주 해양기술연구원(Australian Institute of Marine and Power Engineer. AIMPE)은 “아직도 현지 인력 대신 400 비자를 소지한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호주 선박회사들이 공공연히 남아 있다”며 “이전 457 비자 소지자들의 일자리가 이제 400 비자 소지자들로 채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들은 기술비자를 소유한 외국인 인력을 고용하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 외국 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불법적인 방법도 서슴지 않고 있다.

최근 덴마크의 준설작업 회사 ‘RN Dredging’ 사내 노동조합은 “골드코스트(Gold Coast) 소재 선박에서 일하는 3명의 덴마크인 엔지니어들이 ‘허위 정보’를 바탕으로 비자를 발급받았다”며 피터 더튼(Peter Dutton) 이민부 장관에 서한을 보냈다.

 

종합(VISA 3).jpg

애들레이드대학교(University of Adelaide) 법학부의 조안나 호우(Joanna Howe) 교수(사진)는 “400 비자가 노동착취의 수단이 될 가능성은 다분하다”고 주장한다.

 

페어팩스 미디어는 ‘RN Dredging’ 측에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대변인이 해당 사실을 부인했다고 전했다.

AIMPE는 또한 더튼 장관에게 싱가포르 선박회사 ‘PACC오프쇼어’(PACC Offshore Services Holdings)가 서부 호주에서 운영하는 ‘포시 아카디아’(POSH Arcadia) 선박 근로자 31명의 400 비자도 취소시켜야 한다고 요청했다. 현지 인력으로 충분히 대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페어팩스 미디어에 따르면 ‘포시’ 사의 대변인은 “회사가 필요한 수준의 기술과 경험을 소유한 인력을 현지에서 구하기 어려웠다”고 항변했다.

줄리안 힐(Julian Hill) 연방 노동당 의원은 “임시 기술직 비자 발급 심사에 문제가 있다”며 “더튼 장관의 457 비자 폐지 정책도 호주인들의 일자리를 보장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가짜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지난 7월, 정부는 비자 시스템 전반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 연도별 400 비자 승인

-2012-13년 : 6,224건

-2013-14년 : 40,894건

-2014-15년 : 54,688건

-2015-16년 : 55,008건

-2016-17년 : 47,932건

source: Department of Immigration and Border Protection, 2017.

 

■ 2016-17년 400 비자 승인 직종

-기타 서비스 : 13,928건

-명시되지 않음 : 10,097건

-전문직 : 5,402건

-예술 및 레크리에이션 : 2,823건

-정보 미디어 : 2,706건

-제조업 : 2,237건

-교육 : 2,062건

-재무 분야 : 1,305건

-건설 : 1,257건

-전기-가스-수자원 : 1,033건

Source: Department of Immigration and Border Protection, 2017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 |
  1. 종합(VISA 1).jpg (File Size:36.0KB/Download:30)
  2. 종합(VISA 2).jpg (File Size:58.7KB/Download:25)
  3. 종합(VISA 3).jpg (File Size:28.4KB/Download:32)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1851 뉴질랜드 60일 동안 사용하지 않았다고 잔액이 0 ?? NZ코리아포.. 17.09.11.
1850 뉴질랜드 스키장에서 하산하던 버스 사고로 어린이 다쳐 NZ코리아포.. 17.09.11.
1849 호주 봄마중 나갈까, 캔버라 꽃축제 ‘플로리에이드’ 톱뉴스 17.09.08.
1848 호주 호주 삶을 찰칵, ‘오스트레일리안 라이프’ 톱뉴스 17.09.08.
1847 호주 친환경 에너지 주택이 궁금하다면, 톱뉴스 17.09.08.
1846 호주 호주 의대생, “의대 입학 정원 축소하라” 톱뉴스 17.09.08.
1845 호주 최선의 감기 예방책 톱뉴스 17.09.08.
1844 호주 한인 건축가 에릭김, 시드니 디자인 어워드 은상 수상 ‘화제’ 톱뉴스 17.09.08.
1843 호주 ‘민영화’ 강공 드라이브 NSW주정부, 국유지 90억 달러 이상 매각 톱뉴스 17.09.08.
1842 호주 "호주, 잠재적 성장률 침체…2019년까지 금리동결" 톱뉴스 17.09.08.
1841 호주 CBA "호주달러 전망치 상향…연말 0.8달러" 톱뉴스 17.09.08.
1840 호주 호주-동티모르, 영해권 전면 재협상 타결 톱뉴스 17.09.08.
1839 호주 "복지수당으로 마약·술 안돼"…호주, 현금 대신 카드로 톱뉴스 17.09.08.
1838 호주 호주-한국 국방장관 대담… “북 제재▪압박 강화” 한 목소리 톱뉴스 17.09.08.
1837 호주 북한 도발 우려 속 시드니 대 학자의 궤변 논란 톱뉴스 17.09.08.
1836 호주 호주 판 살인 독감에 보건부 ‘전전긍긍’…양로원 관계자 감기주사 의무화 검토 톱뉴스 17.09.08.
1835 호주 ‘핸슨 부르카 깜짝 쇼' 파동 속 상원 복장 규정 도입 움직임 톱뉴스 17.09.07.
1834 호주 사커루즈, 조 3위로 험난한 PO 직면…사우디는 본선핼 톱뉴스 17.09.07.
1833 호주 ‘THE’ 대학평가, 호주 6개 대학 100위권 내 들어 file 호주한국신문 17.09.07.
1832 호주 NSW 주 연립 정부, 집권 후 91억 달러의 자산 매각 추진 file 호주한국신문 17.09.07.
1831 호주 ‘센서스 2016’- 시드니 외곽, 해외 출생 거주민 없는 지역은... file 호주한국신문 17.09.07.
» 호주 취업시장의 ‘호주인 우선’? 일부 기업 ‘400 비자’ 악용 file 호주한국신문 17.09.07.
1829 호주 호주 ‘동성결혼 합법화’... 지지-반대 계층은 누구? file 호주한국신문 17.09.07.
1828 호주 시드니의 높은 주택 가격... ‘모기지’에 필요한 수입은? file 호주한국신문 17.09.07.
1827 호주 동부 및 남부 지역, 올 여름 산불 위험성 크게 높아져 file 호주한국신문 17.09.07.
1826 호주 호주 부동산 시장... 시드니 둔화 속 호바트 ‘부상’ file 호주한국신문 17.09.07.
1825 호주 RBA, 경기 회복세 불구하고 기준금리 동결 file 호주한국신문 17.09.07.
1824 호주 노스 시드니 해군 잠수함 기지, 150년 만에 개방 file 호주한국신문 17.09.07.
1823 호주 스트라스필드 공원, ‘Adventure Playground’ 개장 file 호주한국신문 17.09.07.
1822 호주 주택시장, 2012년 이래 가장 저조한 봄 시즌 시작 file 호주한국신문 17.09.07.
1821 뉴질랜드 뉴질랜드,세계에서 세 번째로 아름다운 나라 NZ코리아포.. 17.09.07.
1820 뉴질랜드 다단계식 폰지 사기, 540만 챙긴 범인 붙잡혀 NZ코리아포.. 17.09.07.
1819 뉴질랜드 1만 천 5배회에 이르는 번개가 어제 뉴질랜드에 떨어졌다. NZ코리아포.. 17.09.07.
1818 뉴질랜드 헬렌 클락,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 3위 NZ코리아포.. 17.09.07.
1817 뉴질랜드 2년 밖에 안남은 아메리카스 컵 - 뉴질랜드 아직 준비된게 없어.... NZ코리아포.. 17.09.06.
1816 뉴질랜드 “NZ, 남미 5위와 러시아 월드컵 플레이오프 치른다” NZ코리아포.. 17.09.06.
1815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차량 절도가 가장 많은 도시는 ? NZ코리아포.. 17.09.06.
1814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 세계 순위 상당히 떨어져 NZ코리아포.. 17.09.06.
1813 호주 호주 2분기 경상적자 95.6억 달러 기록…예상 앞질러 톱뉴스 17.09.05.
1812 호주 RBA 기준금리 1.5% 13개월째 동결…달러화도 하락세 톱뉴스 17.09.05.
1811 호주 쇼튼, 영국 국적 취소 문건 공개… 조이스 부총리 이중국적 파상공세 가중 톱뉴스 17.09.05.
1810 호주 이중국적 파상공세 노동당에 토니 애벗 일격 톱뉴스 17.09.05.
1809 호주 호주, ‘살인 감기’에 깊은 시름…감기 환자 급증 톱뉴스 17.09.05.
1808 뉴질랜드 하와이에 거주하는 NZ여성, 3쌍둥이 출산 중 사망하자 모금운동 벌어져 NZ코리아포.. 17.09.05.
1807 뉴질랜드 “죽은 고래 사체 잘라간 범인은?” NZ코리아포.. 17.09.05.
1806 뉴질랜드 오클랜드 주택 시장의 열기, 다른 지역으로 이동 NZ코리아포.. 17.09.05.
1805 뉴질랜드 외딴 바위섬에 갇혔다가 구조된 30대 NZ코리아포.. 17.09.05.
1804 뉴질랜드 2001년부터 NZ순수이미자 통계, 6만 명 정도 축소돼 산출 NZ코리아포.. 17.09.05.
1803 뉴질랜드 뉴질랜드 달러 약세, 호주 달러 대비 가장 낮은 환율 기록 NZ코리아포.. 17.09.05.
1802 호주 “동성결혼이 세계적 대세…?” 톱뉴스 17.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