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8월 31일은 영국의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가 36세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날이다. 올해 그녀의 사망 20주기를 맞아 세계 언론의 관심과 유럽 여러 국가에서 추모열기가 높았다.
1981년 세상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동화 속의 주인공처럼 결혼했지만 다이애나비의 결혼생활은 불행했다. 찰스 황태자가 결혼 전부터 만나왔던 카밀라 파커불스와의 관계를 계속했기 때문이다. 답답한 왕실에서 외로운 생활을 하던 중 결혼 11년만인 1992년에 별거를 시작하다 1996년에 이혼했다. 불행에서 벗어나 주어진 자유의 시간은 연인 도디 파예트와 함께 승용차를 타고 가다 파리의 알마교 지하통로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로 일 년 만에 막이 내렸다. 찰스 황태자와 다이애나 사이의 자녀로는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왕자가 있다.
영국왕실이 고의적으로 일으킨 사고라는 추측이 난무하면서 여러 가지 설들이 돌만큼 많은 의심을 샀던 사고는 2008년 4월에 열린 검시 재판에서 파파라치와 운전사 앙리 폴의 중과실로 인한 비합법적인 사망으로 결론 내려졌다.
세상을 떠난 지 20주년이 되어도 다이애나가 여전히 영국을 비롯해 세인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는 이유는 꾸준한 자선활동과 봉사활동을 한 아름다운 선행과 그녀의 불행했던 삶에 대한 애틋함이 묻어있다.
세기의 결혼식이라 불리는 다이애나와 찰스 왕세자의 웨스트민스터 성당에서 결혼식은 초고화질로 복원되어 유투브에 올라왔다.
엘리자베스 2세가 이끄는 영국왕실
다이애나 죽음 이후 영국왕실은 결혼과 사랑에 열린 자세를 취했다. 찰스 왕세자는 카밀라 파커불스와 재혼 했고, 두 왕자도 사랑하는 여인들을 만나 결혼했다. 군주제의 폐지 논의가 있던 당시와는 다르게 그녀의 죽음으로 인한 왕실에 대한 분노는 왕실을 지키려는 시민들의 역설적인 모습으로 나타났다. 마거릿 대처 수상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영국의 구심점을 다이애나의 죽음으로 엘리자베스 2세의 입지가 강해졌고, 왕위 승계 서열 2위인 윌리엄 왕세손과, 동생 해리왕자의 인기도 나날이 상승 중이어서 왕실은 더 단단해졌다.
엘리자베스 2세는 올해 재위 65주년을 맞이하였고 시민들의 지지율이 60%이다. 찰스왕세자에 대한 지지율은 27%지만,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왕자는 80% 정도의 높은 지지율을 받고 있다.
다이애나의 추모 20주기를 맞이하여 보이는 뜨거운 관심도 영국왕실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가장 오래 재위하는 여왕, 엘리자베스 2세
엘리자베스 2세의 큰 아버지가 세기적 사랑으로 유명한 에드워드 8세였다. 에드워드 8세가 이혼녀 심프슨 부인과 사랑에 빠져 왕위를 포기하자 동생인 조지 6세가 왕위를 계승했다. 조지 6세의 맏딸인 엘리자베스 2세는 26살 되던 해 부왕의 타계로 왕관을 이어받았다.
엘리자베스 2세는 올해 91세로 전 세계 군주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다. 올해로 65년 재위를 맞이하여 영국 역사상 가장 오래 재위하는 여왕이다. 윈스턴 처칠부터 지금의 수상 테리사 메이까지 13명의 총리와 함께 했다.
세계에는 아직도 43개국의 나라에 왕과 왕실이 존재하고 있다. 그 중 33개 국가는 왕의 직접 통치가 아닌 상징적으로 존재하는 입헌 군주제 국가이다. 유럽에는 덴마크, 네덜란드 등 10개국이 있으며 그 중 대표적인 나라가 영국 왕실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는 전제군주제 국가는 10개국이다.
왕실을 유지하는 비용은 국가재정에서 나오며 실질적인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 형식적인 왕실이 21세기에도 존재하는 이유는 국가적 이익을 불러오는 국민 통합 때문이다.
특히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는 해가지지 않는 대영제국을 떠오르게 하고, 캐나다, 호주, 12개국의 여왕으로 영국왕실이 사라지면 이들 나라들이 독립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영국 국왕에게는 국가수반으로서 의회를 소집하고 해산하며 총리를 지명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엘리자베스 2세는 매주 화요일 총리와 독대하며 이 자리에서 오간 대화는 비밀이 보장되며 기록으로 남지 않는다.
왕위 승계는 찰스 왕세자가 첫 번째 서열이지만, 다이애나와의 이혼으로 인기가 하락했고 현재 나이가 68세이다. 엘리자베스 2세가 고령에도 왕위 계승을 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를 꼽고 있다. 찰스 왕세자에 대한 여왕의 낮은 신뢰, 찰스 왕세자가 서위를 이어받았다 고령으로 몇 년 후에 다시 있을지도 모를 왕위 승계 우려, 다이애나 사망 후에 카밀라 파커볼스와 재혼하며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았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영국국민의 54%가 찰스 황태자의 왕위 승계를 반대하고, 찰스가 왕위에 오르더라도 왕비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한다. 카밀라는 아직 세자빈 칭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두 번째 서열인 윌리엄 왕세손이 가장 유력한 승계자이다. 윌리엄 왕세손은 응급헬기 조종사로 일하다 그만두고 왕실 업무를 보는 중이다.
왕위 계승은 보통 왕이 세상이 떠나야 이루어진다. 스스로 퇴위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할 때도 가능하지만 엘리자베스 2세는 생전 퇴위 의사가 없음을 발표했다 .
【프랑스(파리)=한위클리】조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