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심사 대폭 길어지고 실수 투성이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위일선 변호사(편집자문) = 점입가경이란 말이 있다. 점입가경은 경치가 좋은 산에서 산속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풍경이 수려해진다는 뜻이다. 그러던 것이 경치나 문장, 또는 어떤 일의 상황이 갈수록 재미있게 전개되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확대되었다. 그런가하면, 하는 꼴이 가관이라는 좋지 않은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트럼프의 이민국이 하는 일을 한 마디로 하면 점입가경, 한 마디로 가관이라 할 수 있다. 왜 그런가 보자.
초입 (初入)- 한 없이 길어지는 심사 기간
4년에 한 번씩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마다 이민국의 업무 처리 속도가 다소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것을 감안해도, 오바마 대통령 임기 말인 2016년 8월 시민권자의 직계 가족 초청을 통한 영주권 취득은 마이애미, 올랜도, 잭슨빌은 5~6개월, 탬파는 6~7개월이 걸렸었다. 영주권자의 시민권 신청은 마이애미와 올랜도가 6개월, 탬파는 5개월, 잭슨빌은 9개월이 걸렸었다. 그러던 것이 트럼프 취임 첫 해인 올 해 8월 시민권자 직계 가족의 영주권 취득은 아이애미가 10개월, 올랜도와 탬파는 10~11개월, 잭슨빌은 8개월이 걸리고 있다. 시민권 신청의 경우 잭슨빌 9개월, 올랜도와 탬파는 11~12개월, 마이애미는 14개월까지 걸리고 있다.
영주권 카드를 분실하거나 유효 기간이 만료되어 새 카드를 신청하는 경우, 새 카드를 받기 까지 오바마 2기 취임 첫 해인 2013년 8월에는 6개월 걸리던 것이 트럼프 취임 첫 해인 올 8월에는 11~12개월이 걸리고 있다. 노동허가서(EAD , “Work Permit”) 심사는2013년 8월에 2~3개월 걸리던 것이 지금은 4~5개월이 걸리고 있다. 미국 50개주를 나누어 관할하는 캘리포니아, 텍사스, 네브라스카, 버몬트 서비스 센터에서 진행하는 각종 신청에 대한 심사들도 모두 이전 정권 때보다 오래 걸리고 있다.
산중 (山中) 1 – 늘어만 가는 이민국 실수
2017년 들어 이민국의 실수가 예전과 비교가 안 되게 잦아지고 있다. 이민변호사협회에 보고된 여러 실수 사례들을 들어본다.
이민국 통지서에 초청자의 이름은 맞는데 엉뚱한 피초청인의 이름이 적혀서 배달된 경우, H-1B 신청에 대해 추가서류요구서에 직업, 직종, 임금 등 신청서에 적어낸 것과 전혀 관련 없는 엉뚱한 정보가 적혀 있는 경우, 노동허가서에 유효기간이 하루인 것으로 찍혀서 발급된 경우, 비이민 비자 청원서를 승인한 후 국무부 비자 센터로 케이스를 몇 달째 보내지 않고 있어서 비자 신청을 못하고 있는 경우, 승인통지서를 보내면서 봉투를 밀봉하지 않고 개봉된 채로 발송한 경우, 봉투에 주소가 잘 못 적혀 있어서 엉뚱한 주소지로 갔다가 뒤늦게 찾아 온 경우, 다른 사람에게 오래 전에 주어진 영주권자 번호를 새 신청자에게 다시 준 경우도 있다.
그런가하면 영주권 신청을 했는데 통지서에 계속 영주권자 번호가 없이 배달되어 영주권자 번호를 알 수가 없는 경우, 케이스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이민국 온라인 정보망에 케이스 정보가 입력되지 않아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 승인통지서나 영주권 카드에 생년월일을 잘못 찍어서 보내는 경우, H-1B 신청을 승인하면서 신청서에 적은 것과 다른 기간을 적어서 보낸 경우, 담당 변호사가 아닌 다른 변호사 사무실로 통지서가 가는 경우, 노동허가서에 고객의 서명이 아니라 변호사의 서명을 넣어서 발급한 경우, 초청자나 피초청자의 이름이 들어갈 자리에 변호사의 이름을 적어서 보낸 통지서, 서류 접수비로 납부한 수표에 적힌 돈을 이민국에서 인출한 후에 서류 접수비를 내지않았다면서 거절 통지서와 함께 신청서를 돌려 보낸 경우 등 실수 투성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산중 (山中) 2 – 실수인 것으로 보이지 않는 실수
위에 적은 실수들은 그나마 실수인 것으로 볼 수 있겠으나, 개중에는 단순히 실수인 것으로 보기 힘든 일들도 있다. 예를 들자면, 서명을 해서 보낸 신청서를 서명이 되지 않았다면서 돌려보내는 경우, 모든 것이 정확하게 잘 갖추어진 신청서 서류들을 돌려보내면서 다른 사람의 주소로 돌려보내서 다시 신청해야 했던 경우, 이민국에서 허용하는 히잡을 쓰고 사진을 찍은 회교도 여성 신청자에 대해 모자를 쓰고 사진을 찍어서 안 되니 모자 없이 찍은 사진을 보내라면서 신청서 전체를 돌려보낸 경우, 봉투에 A 도시에 있는 변호사의 이름을 적고 B 도시에 있는 다른 변호사의 주소로 발송하면서 빈 봉투를 보낸 경우, 25세 남성 망명자의 노동허가서 신청서를 발급하면서 어린 꼬마 여자 아이의 사진을 넣어서 발급한 경우, 변호사가 해당 케이스의 변호사인 것을 신고하는 G-28 서식을 제출했는데 제출하지 않았으니 서식을 제출하라면서 그 서식에 적은 주소로 요구서를 보낸 경우 등이 있다.
여기에 더하여 서류 접수비를 냈는데 서류 접수비를 내라면서 2 차 3 차 계속 거절 통지서와 함께 신청 서류를 돌려보낸 경우, 접수 시한이 일주일밖에 안 되는 H-1B 신청에 대해 A 신청자의 서류를 B 신청자의 변호사에게 거절 통지서와 함께 돌려보내고 A 신청자의 서류를 받은 일이 없다고 주장하는 경우 (이경우 두 케이스 모두 거절 처리됨), FedEx로 발송했고 수신한 이민국 직원이 서명까지 하고는 그런 서류를 받은 일이 없다고 우기는 경우, 수 년 전에 문을 닫아서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이민국에 가서 지문을 찍으라고 지문채취 통지서를 보낸 경우, 이민국 접수통지서와 지문 채취 통지서를 받은 후 지문까지 찍었는데 서류접수비가 없다면서 신청서 서류 전체가 두 달 뒤에 반송되어 오고 수표만 돌아오지 않은 경우, 비이민 비자 연장 신청서를 유효 기간이 끝나기 전에 이민국에 제출했는데 서류 접수 후 체류 기간이 지났다면서 ICE에서 와서 체포해 간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들은 정말 그것이 단순한 실수인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한 행동인지를 가름하기가 쉽지 않다.
심산(深山) – 첩첩산중
1977년부터 이민법 분야 업무를 해 오고 있는데 요즘처럼 이민국 업무 처리의 질이 급격하게 저하된 것을 본 적이 없다는 한 베테랑 이민변호사의 말처럼 트럼프 취임 이후 이민국의 업무 처리를 보면 가히 점입가경이란 말을 피할 수가 없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현 상황이 점입가경으로 끝나지 않고 첩첩산중이라는데 있다.
L-1 에 대한 무차별 추가서류요구서
2017년들어서 신청하는 대부분의 L-1 케이스에 대해 이민국으로부터 추가서류요구서를 받았다고 호소하는 이민변호사들이 늘고 있다. 최초 L-1 신청은 물론, 심지어 L-1 비자를 받은 케이스에 대해 동일한 고용주가 동일한 직원을 동일한 포지션에 단순히 연장 신청을 하는 경우에도 대부분 추가서류요구서가 발부되고 있다. 바로 1년 전에 자신들이 고용주는 물론 직원도 L-1 자격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하고 승인한 케이스에 대해 다시금 신청자인 회사는 물론 직원도 예전에 제출했던 서류는 물론 예전에는 요구되지 않았던 서류들까지 추가로 제출해서 L-1 자격을 입증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민변호사협회에서 수집한 사례들을 보면 동일한 양식의 추가서류요구서가 모든 케이스에 대해 발부되고 있는데, 그렇다면 특정 케이스에 대한 진정한 의미의 추가 서류 요구라기 보다는 모든 케이스에 대해 의도적으로 일률적인 추가서류요구서를 발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이라면L-1 신청 업무 자체를 중단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를 호소하는 회원들의 호소가 이민변호사협회에 속속 접수되고 있다.
H-1B 는 상황이 더욱 심각
대졸 전문직 종사자를 위한 H-1B 비자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H-1B 피티션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먼저 연방 노동부에 임금을 얼마를 지급해야하는지를 문의해야 한다, 연방 노동부에서 임금을 책정해주면 그 금액의 100% 혹은 그 이상을 지급하는 것으로 정하고 H-1B 비자 신청을 하게 된다. 노동부에서 책정하는 임금은 직종마다 요구되는 자격 요건과 업무의 난이도에 따라 1등급부터 4등급까지가 있는데, 케이스마다 노동부에서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등급과 그에 따르는 임금을 매긴다. 그러면 고용주는 그 자료를 가지고 H-1B 신청을 하고, 이민국은 노동부에서 책정한 임금을 적정 임금으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고 “미국 물건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자 (Buy American, Hire American)” 는 슬로건을 내 건 후로는 연방 노동부에서 책정한 임금이 적절하지 않다고 이민국에서 트집을 잡으면서 고용주에게 왜 그 임금이 적정임금인지를 증명하라고 요구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노동자의 임금에 대한 노동부의 전문적인 판단을 이민국이 무시하는 이런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던 일이다.
H-1B 비자는 최소 4년제 대학 학위를 요구하는 “전문직”을 위한 비자이다. 종래에는 대졸자가 자기 대학 전공과 직,간접으로 유관한 분야에 취업을 하는 것과 동일한 직종에 일반적으로 대졸자들이 취업을 하는 것을 보여주면 그것으로 족했다. 그러던 것이 트럼프 정권 하에서는 왜 그 자리가 4년제 대졸자만 일을 할 수 있는 자리인지, 구체적으로 무슨 업무를 수행할 것인지, 각각의 업무에 몇 %씩 업무 시간을 할애할 것인지, 왜 4년제 대졸자가 아니면 그 자리에서 일을 할 수 없는지, 동일 업종 다른 고용주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비자 신청자가 대학에서 들은 어느 과목이 그 자리에서 일하는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일일이 증명하라고 요구한다.
미국내 동일 산업 분야 동일 직종에서 받는 최고액의 연봉을 받는 경우가 아니면 H-1B 를 받을 수 없다고 추가서류요구서에 공공연하게 적기도 한다. 대부분의 경우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이런 내용을 담은 5~6 페이지 분량의 동일한 추가서류요구서가 발급되고 있는 것이 최근의 추세인데, 이는 아마도 대졸 미국인을 고용하지 않고 외국인 고학력자를 취업시키려는 고용주들에게 시간적으로나 금전적으로 최대한 타격을 주려는 의도적인 행태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들 추가서류요구서의 서류 제출 시한이 대개 9월 말에서 11월말까지인 것으로 미루어, 그 가운데 얼마나 많은 케이스들이 거절될 것인지는 연말이후에나 파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추방유예 행정명령(DAKA) 취소
9월 5일 화요일, 트럼프 행정부는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대로 2012년부터 오바마 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추진해 온 청소년추방유예 조치를 취소한다고 발표 했다. 이미 추방유예조치를 받은 청소년들의 경우 현재 가지고 있는 추방 유예기간이 2018년 3월 5일 혹은 그 이전에 만료되는 사람은 올 10월 5일까지 연장 신청을 할 수가 있다. 연장 기간은 2년이다. 이미 승인받은 유예 기간이 2018년 3월 5일 이후에 만료되는 사람은 연장 신청을 할 수가 없다. 이에 따라 2018년에는 30만명, 2019년에는 32만명, 궁극적으로는 기존에 추방유예를 받았던 80만 명의 청소년이 수년 내에 추방 대상으로 전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추방유예를 신규 신청하는 것은 9월 5일부터 불가능해졌다.
추방유예조치가 철회됨으로서 불체자 청소년들을 구제하는 것은 의회의 몫이 되었다. 다행히 다수 민주당 의원들이 공화당이 불체자 청소년 구제 방안을 내놓을때까지 정부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않을 것임을 경고하고 있고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불체 청소년들을 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서 의회에서 어떤 법안을 통과시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트럼프 이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건대 가히점입가경에다 첩첩산중이라 할 만하다. 문의 : (407)629-8828, (813)361-07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