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남부 캘리포니아 유카 밸리(Yucca Valley)의 파이어니아타운(Pioneertown)에 있는 영화 세트장 ‘Pappy and Harriet's Pioneertown Palace’. 1946년 만들어진 이래 50여 편의 서부영화와 TV 시리즈가 촬영됐으며 오늘날 옥외 라이브 공연장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캘리포니아 유카밸리의 파이어니아타운... 서부영화 세트장에서의 색다른 경험
영화 세트장은 영화나 드라마 촬영을 위해 인위적으로 조성한 것으로, 그 자체만으로 빼어난 여행 상품이 될 수 있다. 특정 시대의 생활, 건축 양식을 엿볼 수 있으며, 해당 장소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시대극의 스토리를 통해 당시 상황을 엿볼 수 있다는 교육적 가치도 있다. 한국 내에서도 각 지역의 특정 영화세트장이 많은 여행객을 끌어들이는 것은 이런 측면에서 풀이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대작 영화가 만들어지는 헐리우드 영화의 중심, 미 로스앤젤레스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런 영화 세트장에서 흥미로운 야외 공연과 더불어 숙박까지 할 수 있다면, 이는 아주 색다른 여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 여행 섹션인 ‘Traveller’의 외부 여행 작가 중 카일리 맥로린(Kylie McLaughlin)이라는 사람이 있다. 영국을 기반으로 디지털 프로듀서 및 여행작가로 활동하는 그녀가 최근 색다른 여행지로서의 영화세트장을 소개, 눈길을 끌었다.
미국 서부 개척시대 풍경을 보여주는 'Pioneertown Palace'의 술집.
Pioneertown Palace'에 문을 열고 있던 바(bar)는 오늘날 인디음악인들을 위한 애외 공연장이 만들어져 주말이면 이곳을 찾아 라이브 공연을 즐기는 여행자들이 줄을 잇는다.
맥로린 작가가 직접 찾아간 곳은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모롱고 베이신 지역(Morongo Basin region) 유카 밸리(Yucca Valley)의 파이어니아타운(Pioneertown)에 있는 서부영화 세트장 ‘Pappy and Harriet's Pioneertown Palace’. 1940년대 중반, 서부 영화 세트장으로 만들어진 이곳에는 영화촬영지 이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음악 공연장이 있다.
매년 4월 열리는 ‘Coachella Music Festiva’에는 세계적 명성의 가수와 밴드들이 이 무대를 장식한다. 올해 ‘Coachella’ 음악축제 기간에는 ‘Glass Animals’, ‘Future Islands’, ‘Car Seat Headrest’ 밴드가 바로 이곳에서 공연을 선보였으며, 최근에는 비틀즈(Beatles)의 멤버였던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가 바로 여기서 개인 콘서트를 갖기도 했다.
또한 ‘메스키트’(mesquite. 숯을 만들거나 음식 굽는 불을 피울 때 흔히 쓰이는 독특한 향의 남미산 나무) 바비큐와 다른 곳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텍스-메스 음식’(Tex-Mex food. 텍사스와 멕시코적 요소가 혼합된 음식), 인근의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멋진 바(bar)도 있다.
이곳 영화세트장에는 여행자를 위한 모텔이 마련, 사막 한 가운데서 밤을 보낼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된다. 애초 'Pioneertown Palace'에는 영화인을 위한 숙소가 있었으며, 이를 개조해 여행자 대상의 모텔로 문을 열고 있다.
파이어니아타운 영화세트장에 있는 은행.
영화세트장에 만들어진 교도소. 깨끗한 외벽이지만 풍경 자체로는 1800년대 말의 모습이다.
29번 팜 하이웨이(Twentynine Palms Highway)를 통해 찾아가야 하는 이곳은 하이웨이 상에서 자칫 길을 놓치는 이들이 종종 있다. 이곳에서 ‘파이어니아타운’으로 가려면 하이웨이를 벗어나 ‘메인 스트리트’(Mane Street)로 진입, 약 15분가량의 사막 흙먼지 길을 달려야 한다. 영화세트장의 입구는 건초더미가 쌓인 두 개의 축사를 시작으로, 안쪽으로 가면서 보안관 사무실, 지역신문, 거대한 크기의 사와로 선인장들(saguaro cactuses), 마차, 목재로 만든 술통들, 말안장 등이 곳곳을 장식하고 있으며 술집과 우체국, 옛 모습의 감옥도 있다. 바로 1880년대의 황량한 사막지대의 국경마을을 재현해 놓은 영화 세트장이다. 이 세트장 인근에는 실제로 주민들이 거주하는 마을이 있다. 주로 은퇴한 이들, 또는 이곳을 찾아 정착한 예술가들이다.
과거의 타운 풍경을 재현해 놓은 세트장 내에는 실제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와 숙소도 마련되어 있다. 1940년대 후반, 50년대 제작된 서부영화 촬영장소이자 TV 시리즈가 만들어진 이곳은, 캘리포니아의 거대한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비한다면 작고 초라해 보일 수도 있다.
말을 타는 것이 주요 이동 수단이었던 서부개척 당시, 타운마다 빠지지 않은 것 중 하나가 마구간이다.
이 영화세트장은 1946년 문을 열었으며 50편 이상의 영화와 TV 시리즈가 이곳을 배경으로 제작됐다. 1930년대 초 카우보이 음악으로 유명해진 이후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TV 및 여러 개의 라디오 방송국을 운영했던 진 오트리(Gene Autry) 또한 그의 쇼 프로그램 가운데 이곳의 볼링장에서 촬영한 것도 있다.
오래 전 이곳에서 촬영된 영화들을 다시 볼 기회는 많지 않겠지만 언제 이곳에서 서부 개척 시대의 갱들과 보안관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질런지는 장담할 수 없다. 운 좋은 여행자라면, 그런 장면을 목격할 수도 있다.
‘Pappy and Harriet's Pioneertown Palace’은 최근 ‘파이어니아타운 모텔’을 복원하고 파이어니아타운 여행자들에게 사막 한 가운데서 밤을 보낼 수 있도록 숙소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 모텔은 영화 세트장이 조성된 후 이곳에서 촬영하는 배우들의 숙소를 위해 만들어졌던 것으로, 최근 복원하면서 바닥의 소가죽, 뾰족한 천장, 화분의 선인장 등으로 장식하는 등 1880년대 카우보이 시대를 보여주고자 했다.
파이어니어타운으로 가는 도로는 ‘경치 좋은 하이웨이’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인근에 자리한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Joshua Tree National Park)으로 가는 길에는 유카나무(yucca tree)가 뒤덮인 험준한 바위투성이의 사막 봉우리들이 자리하며, 이 길에서 맞이하는 일출, 특히 일몰시 사막지대의 황량한 하늘을 수놓는 색색의 빛깔은 빼어난 아름다움으로 여행자들을 매료시킨다.
'Pioneertown Palace'에 있는 모텔의 객실은 당시의 풍경에 맞추어 장식해 놓았다.
1946년 문을 연 이곳 영화세트장은 1972년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고, 이후 10년 동안 이곳은 ‘The Cantina’로 불렸다. 그리고 1982년 소유주의 딸인 해리엇(Harriet)과 그녀의 남편 패피(Pappy)가 소유권을 인수받았고, 이들은 보다 친근한 이름의 ‘Pappy & Harriet's Pioneertown Palace’로 이름을 바꾸었으며 방문자를 위한 음식점과 바(bar)를 오픈했다.
이후 해리엇씨는 남편이 사망하자 이곳의 바를 다른 이들에게 팔았고, 이곳을 좋아했던 뉴욕 출신의 두 팬(fan)이 바를 인수하여 오늘날 유명한 인디 음악 공연장으로 조성했다. 이곳에는 특별한 이벤트가 없다 해도 주말이면 이곳 바의 라이브 공연을 보기 위해 많은 이들이 먼 거리를 달려 찾아오곤 한다.
파이어니어타운은 남부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Palm Springs)에서 자동차로 약 40분 거리에 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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