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칼럼]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헬스클럽 이용이나 에어로빅, 화장품 그리고 성형 등 각종 현대적 생활혜택 탓인지 요즘은 나이와 비교해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 젊음을 지니고 있는 여성들이 증가하고 있다. 요즘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아줌마 혁명' 도 바로 이를 대변해 주고 있다.
미국에서는 틴에이저 때부터 몇 년 동안 불려지는 '미스' 라는 호칭이 어느때 부터인가 '맴(Ma'am)' 으로 바뀐다. '맴' 이란 용어는 마담(Madam) 의 준말로 한국의 '아주머니' 혹은 '부인' 과 비견될 수 있지만, 미국 미디어들이 종종 다루고 있는 '맴' 이라는 호칭에 대한 에피소드들을 살펴보면 상당히 복합적인 면을 지니고 있다.
미국으로 갓 이민 온 한국여성들은 사실 '맴' 이라는 호칭이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예스, 맴!' 이라며 정중히 서브하는 식당 웨이터를 만날 수 있는가 하면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겠다는 듯 '맴?' 이라고 경직되게 되묻는 때도 있어 긴장감을 줄 때도 있다.
그렇다면 '맴' 이라는 호칭은 미 주류사회 여성들에게는 어떠한 인식을 주고 있을까?
"'맴' 이란 호칭을 들었을때 한대 얻어맞은 느낌 들었다"
굿하우스 키핑 등 미 여성지와 지역 신문 생활 섹션에 올라온 다양한 의견들을 보면 '맴' 이 가지고 있는 속뜻을 대강 짚어볼 수 있다.
연방정부 관리로 일하고 있는 비키 부허씨(52)는 30여년전 '맴' 이라는 호칭을 처음 들었을때를 지금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비키는 그때 그로서리 계산대에서 물품을 종이백에 넣어주던 소년이 비키를 '맴' 이라고 불렀다. 비키는 당시 소년에게 한대 얻어맞은 것과 같았다고 그 순간을 회상한다.
비키는 당시 23살이었고 소년은 아마도 16살쯤 되었을까. 비교적 젊은 나이에 결혼해 아이까지 있는 비키였지만 자신이 맴이라고 불리우는 순간 마음속으로 "난 아직 맴 아니야!" 라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고. 비키와 같은 상황은 미국에 사는 모든 여성들에게 언젠가는 발생한다. '미스' 라는 호칭이 조만간 '맴' 으로 바뀌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맴이라는 호칭은 미국서도 어느 지역에서 자랐느냐에 따라 그 인식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이 호칭을 정중함의 표시로 혹은 비키처럼 쇼크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비키는 '맴' 을 1960년대 미 유명 TV드라마속에 등장하는 아줌마로 연상하고 있다. 앤디 그리피스쇼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앤트 비는 검소한 옷에 유행에 뒤떨어진 헤어스타일을 하고 요리에 무척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는 주부이다.
'맴' 이란 호칭은 여성의 성적 매력을 단번에 제거?
비키가 맴에 대해 가진 인식은 그래도 소탈한 편에 속한다. 어떤이는 '맴' 이라는 용어가 여성의 성적 매력을 단번에 제거한다고 불평한다. 글래머 매거진의 편집인은 맴이라는 용어는 여성을 곧 '할머니' 로 바꾼다고 말하고 있다.
연방정부에서 일하고 있는 미셀이라는 여성은 이제 27살이지만 맴에 대한 경험을 강하게 지니고 있다. 2년전 '맴' 이라는 호칭을 처음 들었을때 미셀의 마음속에 맨 먼저 떠올랐던 말은 "홧(What?)" 이었다고. 그리고 그말을 듣는 순간 자신이 단번에 늙어버린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것.
그러나 일부에선 어떠한 상황에서 누가 누구에게 부르냐에 따라 그 인식을 달리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동보호국에서 일하는 한 28세의 케리는 자신이 맡고 있는 아이들이 자신을 '맴' 이라고 불렀을 때 이는 그들이 상대에 대한 처신을 잘하고 있으며 좋은 매너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케리 또한 업무를 떠나 밖에 있을 때 '맴' 이라는 호칭을 듣는 것은 그리 달갑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어느 누가 자신을 '맴' 이라고 부를 때 "이보세요 저는 맴이 아니예요 맴은 저의 엄마지요." 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50세가 넘었어도 '맴'이라는 호칭에 거북해 하는 여성들이 있다.
마키는 56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어 비슷한 또래의 여성들에 비해 비교적 모양새를 챙기는 편이다. 마키는 '맴' 이라는 용어를 들으면 자신은 자신의 엄마를 떠올릴 뿐만 아니라 유행에 뒤떨어진 옷과 행동을 보이는 여성을 일컫는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맴' 이라는 호칭은 여성이 자라온 환경이나 혹은 사람에 따라 달리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일반적으로 생기에 찬 젊음이 사라졌다는 이미지를 전달해 주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2001년 한 화장품회사에서 21세부터 60세 사이의 미 여성들을 대상으로 '맴' 에 대한 인식도를 조사한 적이 있는데 당시 응답자의 대다수가 '맴' 이라는 호칭에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또한 맴이라는 용어가 어떤 나이에 적합한가 라는 질문에는 응답자 37%가 40대 그리고 32%는 50대라고 말했다. 그리고 12%는 '영원히 불려질수 없다' 라고 응답하기도 했다.
또 '맴' 이라는 용어가 주는 이미지에 대해서는 '항상 충고가 준비돼 있는' '뚱뚱한' '피부가 쳐진' '기미가 앉은' '주름과 흰머리' 등등 으로 표현했다. 또 '신발부터 표시가 나는' 이라는 응답도 많아 한국의 옛 아줌마들이 월남치마에 아무런 신발이나 끌고 장에 가는 비슷한 모습을 이들도 연상하고 있음이 증명됐다. 그리고 가장 미국 다운 응답은 '운전을 느리게 한다' 였다.
사실 '맴' 이라는 용어는 단순히 아이가 있고 가정이 있는 여성의 이미지만 품고 있는 것이 아니다.
'맴' 호칭속엔 존대의 표시도
미국 남부의 전통적인 영향이 넓게 깔려 있는 미국에서는 '맴' 에 존대의 뜻이 포함돼 있다. 특히 남부에서는 남편조차도 아내에게 '맴' 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를 보면 여주인공 스칼렛 집의 흑인으로 나오는 남성이 아직도 젊디 젊은 스칼렛을 보고 '미스 스칼렛, 맴' 이라고 부르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맴' 이 윗사람이나 주인에 대한 존칭이었던 것.
따라서 남부지역의 보수적 전통속에서 영향을 받아온 사람들은 맴이라는 호칭에 정중함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이렇다 보니 30세가 넘은 보수적 여성이 맥도널드 계산대의 20세도 채 안돼 보이는 젊은 아르바이트 학생에게 '예스 맴' '노 맴' '댕큐 맴' 이라고 부르는 역 현상도 발생한다.
그러나 많은이들은 '예스 맴' '예스 써' 와 같은 응답은 상하관계에서 오가는 업무중 쓰이거나, 혹은 긴장스런 상황에서 쓰여진다고 여긴다.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한국 표현에서 '예, 알아 모시지요' 라는 식의 놀림의 표시로 사용되기도 한다고 보고 있다.
뉴욕 윌리암스미스 칼리지 정치학교수인 이바 더치맨은 자신도 20대에 호텔 밸맨으로 부터 '맴' 이라는 말을 듣고 당장 화장실 거울로 달려간 경험을 한 적이 있지만, 예절이 희박해져 가고 있는 요즘 '맴' 이란 호칭의 본 뜻을 다시 되돌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바 교수는 현대 여성들이 '맴' 이라는 호칭에 난색을 표하는 것은 갖은 방법으로 젊음을 추구하는 요즘 세태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여성 나이 30이면 '맴' 으로 불리우기에 충분한 나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여성 에티켓 전문가들은 여성이라면 '맴' 으로 불리우는 것이 다소 억울할 지 몰라도 '저기 아줌마(Hey woman)' 혹은 '거기요(You there)' 라고 불리는 것보다 훨씬 나은게 아닌가 반문한다. 그리고 '미세스' 라는 호칭은 나이나 지위와는 무관해 적절할 듯 하지만 무척 딱딱한 용어로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같은 다양한 의견들을 종합해 보면 '맴' 은 싱싱하고 상큼한 젊음을 통과한 여성들에 대한 우대어린 호칭 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끝없이 갈고 닦는 현대 여성들에게 '맴' 이라는 호칭은 한국의 '아줌마' 라는 용어마냥 여성들의 신경을 돋구게 만드는 것도 분명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