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노동자들의 임금상승이 둔화 또는 정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연금(super) 저축액 또한 하락해 정부가 부족한 연금 재원의 3분의 1(약 370억 달러)을 메워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도심 한 거리에서 휴식을 취하는 직장인들(사진).
새 연구 보고서... 근로자 4명 중 1명, “임금 동결 또는 하락 경험했다”
‘미래근로센터’ 조사, “근로협약 지켜 노령연금 재원 확보해야” 촉구
임금동결, 일요일 근무수당 삭감 등으로 임금 상승률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퇴직연금 재원에 1천억 달러 가량의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호주 ‘미래근로센터’(Centre for Future Work)가 금주 월요일(18일) 발표한 ‘호주 수퍼애뉴에이션 시스템을 위한 임금감소 결과 분석’(Consequences of Wage Suppression for Australia's Superannuation System)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화로 인해 고령연금 수령자들은 늘어나는 반면, 임금정체로 연금(super) 저축액이 하락해 정부가 부족한 연금 재원의 3분의 1(약 370억 달러)을 메워야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수치는 현재 노동인구의 25%에 해당하는 약 300만 명의 고령연금액을 계산한 것으로, 이들은 모두 기업의 임금동결 등 임금상승률 하락으로 연금 저축액을 낮춰야 하는 피해를 본 경험이 있다.
보고서의 저자인 짐 스탠포드(Jim Stanford) 박사는 “임금 상승률 하락은 경제의 ‘시한폭탄’”이라고 표현하면서 “임금하락은 당장의 가계살림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은퇴 후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는 임금 상승률 하락과 관련, 여덟 가지 대응방안 모델과 각각이 연금 저축액 및 퇴직금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력을 분석했다.
스탠포드 박사는 “임금착취 문제 해결 등 몇 가지 요소만 바로잡아도 부족한 연금 재원의 일부는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공기업의 임금동결 문제를 조명하고, ‘스트리트 아이스크림(Streets Ice Cream)’, ‘그리핀 콜’(Griffin Coal), ‘아마존’(Aurizon)과 같은 기업들의 최소 근로조건(enterprise agreements, EA) 폐지 및 세븐일레븐(7-Eleven), 도미노 피자(Domino's), 칼텍스(Caltex)와 같은 기업들의 임금착취 문제 등을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븐일레븐, 칼텍스, 도미노 피자에서 임금을 착취당한 해당 노동자들의 퇴직저축액을 계산하면 5만 달러로 추산된다. 해당 수치는 16만7천명의 근로자가 시급으로 최저임금(시간당 20달러 이상)보다 현저히 낮은 14달러를 현금으로 받고 일했을 경우로 계산됐다. 현재 호주에는 워킹홀리데이 비자 소지자가 100만 명이 넘는다.
보고서는 이어 최근 사기업들이 고용주와 노동자간의 임금과 근로조건에 관한 기업협약(Enterprise Bargaining Agreement, EBA)을 폐지시키는 실태도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주가 근로협약 또는 최소 근로조건을 폐지할 경우 근로자 한 명당 퇴직 후 연금저축액은 27만 달러가 감소될 것으로 추산된다.
근로협약(modern awards)은 산업 및 직업에 따른 근로자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명시하는 고용조건으로 고용형태, 초과근무, 휴일근무 수당, 임금, 기타 수당, 수퍼애뉴에이션과 휴일 등을 포함한다. 현재 호주에는 122개의 근로협약이 존재한다.
또 근로조건(enterprise agreements, EA)이란 고용조건이 근로협약 안에서 제공하는 것보다 적게 책정될 수 없도록 하는 고용 약관으로, 근로협약을 대신해 고용조건으로 사용될 수 있다.
‘호주 수퍼에뉴에이션 시스템을 위한 임금저하 결과 분석’ 보고서 저자인 호주 미래근로센터(Centre for Future Work)의 짐 스탠포드(Jim Stanford) 박사는 “임금착취 문제 해결 등 몇 가지 요소만 바로잡아도 부족한 연금 재원의 일부는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은 ‘세븐일레븐’ 사 측의 임금착취에 항의하는 직원들.
보고서는 또한 호주공정근로위원회(Fair Work Commission)가 최근 결정한 소매업 및 서비스(hospitality) 업계의 일요일 근무수당 삭감으로 50만 명 이상 근로자들의 연금저축액이 3만4천 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고했다.
지난 2011년 NSW 주 공기업에 실시된 연봉상한제(salary cap)와 같이 고용주가 무기한으로 노동자들의 임금을 동결할 경우, 한 사람 당 연금저축액 손해액은 남성과 여성이 각각 4만2천 달러, 3만5천 달러에 이른다는 게 이번 보고서의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될 노동자는 60만 명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약 150만 명의 노동자가 임시 명목임금 동결 범주에 속한다.
보고서는 이어 “연금저축액 하락은 연금저축신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이에 대한 해결방안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스탠포드 박사는 “연금펀드(superannuation funds) 회사들도 불법 임금삭감 및 동결을 막는 데에 일조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운수노조(Transport Workers Union)의 토니 쉘든(Tony Sheldon) 사무총장은 “임금삭감 및 동결은 결국 연금 투자 문제로 귀결된다”고 요약했다.
그는 “앞으로 몇 개월 후 SRI(Social Responsibility Investment, 사회책임투자) 펀드에 환경, 사회, 경영(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ESG) 데이터가 중심 평가기준이 될 것”이라며 “높은 노동기준을 가지고 올바른 경영을 지향하는 기업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