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음식법 '코셔', 율법 따라 유제품과 고기는 절대 섞지 않아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미 식품 시장에는 유대인 식품 인증서인 ‘코셔’(Kosher) 마크를 달고 있는 식품들이 있다. 코셔는 본래 유대인의 종교에 근거한 식품 준비 및 조리법이었으나 현재는 유대인뿐 아니라 미 소비자들의 식품 구매 요건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더구나 9.11 테러와 광우병 등으로 인해 불안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코셔 식품을 찾고 있을 뿐 아니라 90년도부터 시작된 웰빙 트렌드도 역시 안전하고 건강한 식품을 목표로 하는 코셔 제품의 소비를 증가 시키고 있다.
또 코셔 제품은 유대교 교파에서 성경을 바탕으로 각 교파에 맞는 식품 준비 및 조리 방법으로 요리된 식품에 국한되었으나 이제는 일반 소비제품까지 확대되고 있다. 즉 코셔 제품은 이제 범 소비자 제품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고, 코셔마크 역시 유대교법에 국한되지 않고 범용적으로 안전하면서도 청결한 제품이라는 인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단계이다.
안전한 식품 구매 추세에 따라 코셔 인증 관심
현재 미국 고급 수퍼마켓 체인점들은 코셔 인증 상품들을 많이 취급하고 있으며 엘벗슨과 같은 대형 수퍼마켓들도 점차 코셔 제품을 늘려갈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코셔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코셔 인증 제품을 원료로 사용해야 하며 식품 가공단계에서 사용되는 기계와 조리법이 코셔 기준에 부합해야만 한다. 이같은 인증 절차를 따르려면 제품 회사들은 매년 일정액의 비용을 더 떠맡아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건강을 중시 여기는 현 소비 패턴과 안전한 식품을 찾는 추세에 따라 현 미 주류 식품 시장에서 코소 마크는 중요한 마케팅 툴로 작용되고 있다.
코셔 마크 중 가장 공신력 있는 ‘오소독스 유니온(Orthodox Union·OU)’ 인증 마크는 전체 코셔 제품의 60%를 차지한다. O문자안에 U자가 들어있는 코셔 마크는 66만개의 제품에 사용되고 77개국의 7700개의 제조업체들이 인증을 받아 활용하고 있다. 세계적인 브랜드인 코카콜라, 네슬리, P&G 등이 OU 코셔 마크를 제품 라벨 로 사용 중에 있다.
코셔 시장에서 유대인은 20%만을 차지하며, 그외 시장은 사전에 안전이 인증된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다.
코셔 식품은 유대인 음식법에서 출발
이렇듯 코셔 마크는 믿을만한 품질의 상품이라는 이미지로 발전했으나 사실 그 중심에는 유대인식의 정통 식탁법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 유대인들이 밀집돼 있는 곳에선 '코셔 마켓(Kosher Market)' 을 종종 찾아볼 수 있으며, 이곳에서는 유대교에서 요구하는 대로 취급된 음식을 주로 판매한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소고기와 일반 마킷과 다른 점은 유대교의 규율이 요구하는 사료를 반드시 먹여야 함은 물론 병이 들거나 부상을 입은 소고기는 절대로 식용사용을 금하고 있다. 사육할 때는 머리에 총을 쏘지 못하도록 하며 반드시 손으로 목을 베어 도살한다. 도살 후에는 더운 물에 담그지 않고 찬물에 피를 씻어낸 다음 소금에 담가 처리한다. 이때 소금을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살균과 함께 피를 우려내기 위함이다.
또 소고기의 부위 중에서도 앞 몸부위의 살코기만을 식용으로 사용할 것을 법으로 정하고 있다. 식용 소고기는 30개월 미만이어야 하고 낙농용 소와 식용 소를 철저히 구분해 사용한다.
이같은 엄격한 음식법은 '카샤룻' 이라 불리며 구약성경 레위기의 율법을 기초로 하고 있다. 유대인은 이 카샤룻에 의해 먹기 합당한 음식과 그렇지 못한 음식을 구별한다. 그리고 합당한 음식을 바로 '코셔' 라 부르는데 코셔는 문자적으로도 '합당한' 혹은 '적당한' 이란 뜻이다.
소의 목을 베어 도살하는 행위인 '셰히타' 는 희생재물 제도에 사용된 것으로 희생제사는 오래전 사라졌지만 유대인들은 셰히타를 도살방법으로 계속 사용하고 있다. 코셔 육류는 도살 된 다음 피를 제거하기 위해 소금을 뿌린다. 구약성경 레위기의 '육체의 생명은 피에 있음이라' 라는 말을 유념해서이다.
우유 제품과 고기 제품을 철저히 분리
또 코셔 음식에는 유제품과 고기를 함께 쓸 수 없다. 치즈에는 우유가 들어 있고 우유 제품과 고기제품은 함께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구약성경 출애굽기의 "너는 염소 새끼를 어미 젖으로 삶지 말지니라" 라는 말에 근거를 두고 있다. 젖으로 키워진 새끼를 다시 젖으로 삶아 죽일 수 없다는 숭고한 뜻을 내포하고 있는 규율이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이 규율을 너무나 철저히 지킨 나머지 우유 제품의 음식과 고기 음식이 절대 섞이지 않도록 철저하게 분리한다. 샌드위치도 야채와 치즈는 함께 사용하나 햄과 치즈는 사용하지 않는다. 치즈가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피자에도 소시지나 빼빼로니는 섞지 않고 올리브나 버섯 등 야채만으로 터핑을 한다.
뿐만 아니라 한층 더 나아가 두 벌의 그릇과 두벌의 포크와 나이프를 갖고 있다. 그릇의 경우 한 벌은 우유 제품만을 위한 것이고 다른 한 벌은 물론 고기를 위한 것이다. 유제품이 담겼던 그릇에 고기제품을 넣게되면 젖과 고기를 섞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법을 철저히 지키는 유대인은 설거지 할때조차도 식기가 섞이지 않게 두 조의 싱크대를 사용한다고 하며, 심지어는 고기를 먹은후 최소 세시간 이상을 기다린 후 유제품을 먹는다고 한다.
채소와 과일은 모두 코셔 식품이다. 어류는 지느러미와 비늘을 모두 가지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규율을 중시여기는 정통 유대인에겐 낚지 볶음, 오징어 튀김, 추어탕 등은 물론 가재요리, 새우요리 등은 금물이다.
가금류는 야생 조류와 육식을 하는 새만 제외하면 모두 코셔이며 이들도 육고기와 마찬가지로 셰히타에 의해 도살되어져야 한다. 코셔 조류의 알 역시 코셔이다.
고기의 경우 되새김 위가 있고 발굽이 갈라진 것은 코셔이다. 소, 양, 염소, 사슴 등은 되새김 위도 있고 발굽도 갈라졌으므로 코셔이다. 그러나 말, 당나귀, 낙타 등은 새김질은 하나 굽이 안갈라져서, 돼지는 굽은 갈라졌으나 새김질을 하지 않으므로 코셔에서 제외된다.
이처럼 유대인들은 엄격한 음식법을 지키기 위해 식품 제조과정을 감시하고자 농무부 조사팀의 검열외에도 검사관을 따로 세워 코셔 음식의 타당여부를 가려낸다. 이같은 철저함 때문에 광우병등 식품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있는 상황에서 코셔 식품이 인기를 끄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코셔라는 이름이 이제 유대인 식품이라는 인식을 넘어 안전한 제품이라는 인식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